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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을 쓸 수 없는 중증여성장애인과 배우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가진 다양한 장애인들의 손을 잡은 지역사회의 비장애인들이 주축이 되어 아주 조그만 학교를 세웠다. 성인 장애인 야학교인데 지금은 이름이 변경되어 다사리학교로 되었다.

장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정규교육을 인문여고에서 멈추었던 나는 다사리학교를 알게 되면서 변화되었다. 그 학교의 고졸검정 고시반에 등록하여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닌 야학교로 가서 함께 공부를 하였고 무사히 고졸 자격을 취득했다. 

그것을 발판으로 10여 년에 걸쳐서 나는 차근차근 정규교육의 단계를 밟아 나갔다.
 전문학사, 학사, 석사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 회갑이 되기 전에 드디어 석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야학은 저녁과 밤에 초등, 중등, 고등 과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 낮에는 재능기부강사들의 헌신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실행하였고 나는 그 중에 종합서예를 담당하였다. 그리고 고급재료가 필요한데 재료비가 없어서 못하는 수채화, 유화 같은 미술교육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비공모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확보하여 실행하였다. 

이렇게 낮에는 시간을 내어 기획을 하고 종합서예를 가르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공부하며 지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다사리학교의 운영위원이 되어 지금까지 20여년 간 동고동락하고 있다.

다사리학교의 미술반에는 청각장애, 자폐장애, 지체장애 등등 다양한 장애유형의 성인학생들이 있다. 미술을 배우고 싶었으나 물감과 붓, 캔버스, 이젤 등의 재료 확보와 레슨비를 내기가 어려워서, 또는 장애편의 시설이 안 돼서, 경제적, 환경적, 이동의 문제 등으로 엄두를 못 내었던 학생들이다.

누구나 시작할 때는 왕초보가 되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며 자신감이 별로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대한 답은 시간과 노력에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이 있고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라는 고사성어도 괜히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이 사무치게 간절하면 꽃이 피어난다는 캘리그라피
▲ 마음이 사무치면  마음이 사무치게 간절하면 꽃이 피어난다는 캘리그라피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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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자 하는 야학교 학생들의 열정과 가진 재능을 잘 나누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열의가 시간 속에 사이좋게 잘 어울려 오래 지속되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는 말처럼, 학생들의 마음에도 선생들의 마음에도 꽃이 핀다.

그 꽃은 영글고 씨앗을 맺어 결국 학교의 문턱을 넘어 세상 속으로 나아가 그늘진 동네의 담벼락에도 꽃을 피우게 하였다.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하던 학생들이 오래 배워 그 미술적 역량이 향상되면 능동적인 도시재생의 주역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다사리학교의 미술반이 지역사회 어두운 담을 찾아 도시재생으로 꽃을 그렸다
▲ 다사리의 상생벽화 다사리학교의 미술반이 지역사회 어두운 담을 찾아 도시재생으로 꽃을 그렸다
ⓒ 다사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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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교육은 배우는 그 당사자에 국한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 것이 매력의 하나다. 한 사람이 잘 배우면 열 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많은 교육 중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은 백 명, 천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더러는 삶의 변화를 유도하기까지 한다.

특히 소리 없는 무언의 미술은 사람마다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상생을 위한 배려의 마음을 싹트게 한다. 그림이란 단어는 인간의 근원적인 그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너와 나의 모든 삶은 그림이 되고 예술이 될 수 있는데 특히 미술은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무한한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다사리학교의 '다사리'는 '다 함께 잘 살아가리'라는 뜻을 함축한 말이다. 좋은 것을 혼자만 끼리끼리만 점유하지 말고, 주변과 공유하고 상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실제로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냥 쉽게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보잘것없는 조그만 씨앗이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웅크려서 벌레가 지나가는 것도 견뎌내며 온 힘을 다하여 피워내는 것이 꽃이 아닌가... 추운 것을 견뎌낼수록 향기가 진한 것도 꽃이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지나치던 동네의 그늘진 담에 꽃을 피워 누구나 쳐다보게 게 하고 더러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사진도 찍게 되었다. 그렇게 스스로 변화하여 동네도 변화시킨 다사리학교의 미술반처럼 우리도 어려운 이 시대에 서로의 마음에 꽃이 피게 하면 좋겠다.

태그:#장애인식개선, #장애인문화예술, #문화예술교육, #다사리학교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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