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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등 거대한 사회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세계 각 국에서는 새로운 성장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등 거대한 사회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세계 각 국에서는 새로운 성장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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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한가?

오늘날 전 세계는 거대한 사회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환경위기는 긴박하고 기술발전은 중요한 여러 사회적 과제를 던져준다. 플랫폼 기업들의 전례 없는 시장지배도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세계화도 양상을 달리하고 있으며, 기술패권 경쟁은 세계 공급망의 재편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탈규제와 신용기반 성장의 결함을 드러낸 2008년 금융위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경제회복을 저금리에 의존해야 했다. 이로 인해 금융부문이 과잉 팽창하여 막대한 자산수익의 편중과 민간부채 누적, 자산가격 버블로 이어져 경제불안을 초래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금융규제는 금융체제의 세계화와 금융 신기술로 효과가 모호하다. 경제불평등도 심화되었고 대다수 선진국의 고령화는 노동가능인구의 사회부양 능력에 대해 의문을 불러오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엘리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적 결속도 약해졌다. 
  
주요국들은 이 거대한 도전들에 대처하고 혁신적이면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포용적인 성장을 이뤄내고자 전환적 변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새로운 성장전략은 도전 과제의 극복을 위해 다음의 임무를 달성해야 한다.

①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녹색전환을 국제적 일정에 따라 이뤄내야 한다.
②기술의 변화와 혁신을 성장의 계기로 삼아 디지털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③기술혁신의 파급효과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
④거시경제적 불안요인 해소에 정책적 노력을 기해야 한다.
⑤공정한 배분이 가능하도록 재분배제도와 복지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⑥인구구조의 변화 등 장기적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제도 개선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필요성

한국사회가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경제적 역할에 대해 새롭게 합의해야 한다. 지난 40년 간 세계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크게 제한하는 사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역할을 제한하는 사조인 신자유주의는 1989년 워싱턴 컨센서스를 통해서 확고히 자리잡았다. 이는 균형재정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 독립성을 내세우면서 국가의 경제적 역할을 제한하는 한편, 기술혁신에서 국가의 선도적 역할을 부정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금융위기, 불평등 심화, 보건시스템 쇠락, 기후위기 등 많은 경제적 실패를 불러왔다. 이 체제 하에서는 균등한 분배, 생태학적 지속가능성, 저렴한 주거 및 의료, 충분한 중산층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음이 입증되었다. 신자유주의의 실패 이후에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서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뤄냈던 과거의 '임무지향적 혁신 및 산업 정책'이 세계적으로 부활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1월 17일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뉴욕 시내 곳곳에서 산발 시위를 벌인 뒤, 시청 홀 인근 폴리스퀘어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지난 2011년 11월 17일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뉴욕 시내 곳곳에서 산발 시위를 벌인 뒤, 시청 홀 인근 폴리스퀘어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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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지향적 혁신 및 산업 정책과 국가의 역할

임무지향적 산업 및 혁신 정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작은 정부론을 대체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활발히 제안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기구와 유럽연합 등은 임무지향적 산업 및 혁신 정책에 대한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경제적 역할은 전통적으로 시장 실패 이론을 통해 정당화되었다. 이에 따르면 시장은 효율적이지만 예외적인 조건에서는 실패하며, 이 경우에는 정부가 시장을 교정하거나 대체해야 한다. 실제로 시장 실패 이론은 전후 시기에 국가의 적극적인 혁신 및 산업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득세한 신자유주의는 정부 개입이 시장 실패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 '정부 실패' 개념을 창안하여 정부의 역할을 크게 제한했다. 이에 따르면 명백한 시장 실패의 경우에도 정부 실패의 비용이 더 크면 정부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에 정부투자가 민간투자를 대체할 뿐이라는 '구축효과'를 내세워 정부의 거시경제적 역할마저 축소시켰다.

따라서 임무지향적 산업 및 혁신 정책은 정부 실패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시장 실패 이론의 경우 시장은 실패가 교정되면 경제를 균형으로 인도한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시장 선택은 맹목적이므로 반드시 사회적으로 그 결과가 최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전환적 변화는 전략적 접근을 요구하지만, 시장 실패 이론은 국가가 '비전 제시의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는 경제에서 민간의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성장과 기술 변화에서 민간부문의 핵심 동반자로 이해되어야 한다. 역사적 교훈은 국가가 충분히 기업가적이며, 시장의 교정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인터넷과 나노기술과 같은 혁신은 국가가 주도한 임무지향적 산업 및 혁신 정책의 산물이다.

임무지향적 산업 및 혁신 정책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공공정책의 체계'로서 국가적 중요성을 갖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취해졌던 기술정책으로서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달 탐험을 위한 아폴로 계획이다. 미국도 1960년대까지는 과감한 정책에 개방적이었다. 임무지향적 혁신과 산업정책은 달 탐험 외에도 인터넷, 생명공학, 나노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의 등장을 낳았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도전에 대처해야 하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의 시대로 이동했다. 따라서 국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혁신을 이뤄내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함으로써 공적 가치와 성장을 뒷받침해가는 새로운 임무지향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더 이상 정부가 시장 실패를 교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정부는 중요한 사회적 도전과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춘 잘 정의된 목표 즉 임무를 설정하고, 여러 영역에 걸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할 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이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적 경관을 조성함으로써 성장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1월 27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한 '4차산업혁명 사회·경제 혁신 컨퍼런스'에서 윤성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해 1월 27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한 "4차산업혁명 사회·경제 혁신 컨퍼런스"에서 윤성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갈무리)
ⓒ 4차산업혁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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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성장전략의 거시경제 정책

새로운 성장전략 전략은 임무지향적 산업 및 혁신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지난 40년 간의 거시경제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재정정책은 정책의 목표나 성취하려는 결과보다 재정 제약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체로 정부는 국가부채 수준이나 재정적자 비율을 목표로 정부지출을 규율하는데, 이 방식은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간과한다.

첫째, 적자재정은 차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을 촉진하여 더 효율적으로 국가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둘째, 정부는 궁극적으로 화폐 발행자이므로 정부 부채를 장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경시할 수는 없다. 경제는 총생산 능력의 제약을 받으므로 지출 축소나 세금 인상의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재정정책의 결정에서 재정적자의 유무보다 공공정책의 임무완수 여부가 더 중요하다.

중앙은행 독립성 강조는 통화정책에서 공공차입에 대한 제약을 강화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험은 통화정책이 임무 달성을 지원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비롯한 다양한 비통상적 통화정책을 사용했다.

유럽중앙은행은 현재 전체 유로존 채권시장의 20%에 해당하는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금융흐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중앙은행이 금융자산매입의 기준에 기후 또는 자연 관련 위험을 통합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성장전략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혁신 및 산업 정책의 성과에 대한 공정한 분배 문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책 성과가 민관 공동노력의 결실이라면 위험과 함께 보상도 공유해야 하며, 공공의 성과는 실패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거나 전 국민에게 배분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의 활동이 기여하여 이뤄낸 성과와 결실을 전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의 임무지향적 정책을 강조하는 입장이 정책책임자의 독단적 결정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사회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집단지성의 산물이어야 한다. 정책입안자들이 사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힐 수도 있지만 그 대비책이 사회적 결정과정에서 국가를 배제하는 것일 수 없으며, 올바른 방도는 결정 과정을 민주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전략은 국가의 적극적 역할과 민주주의의 발전에 의해 뒷받침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사)돌바내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내다본다”라는 모토로 출발한 진보정치의 플랫폼으로 정책생산과 입법활동, 정치활동을 하는 국회등록 사단법인이다.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 내셔날 아젠다(국정과제) 형성에 일조하고자 매월 격주 정책칼럼을 연재한다.


태그:#성장전략, #경제패러다임, #경제민주화, #지속가능성, #국가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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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원장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와 프랑스 사회과학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LG경제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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