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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편집자말]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나눔이나 비움을 생각하게 되었다. 집에 넘치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비우자고 마음 먹었다. 서랍장 등 가구와 자잘한 살림살이, 혼수로 장만해서 30년을 끼고 온 그릇들과 유행은 돌고 돈다는 믿음으로 지니고 있던 의류 등 많은 것들을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과감히 비웠다.

많이 비웠어도 비워진 느낌은 잠시,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득 찬 느낌을 준다. 집이 허전할 정도로 비워야 빈 느낌이 날까 싶어 지금도 비워야 할 것들을 찾아 구석구석을 헤집는 중이다.

비움과 함께 정리하는 방법도 제대로 배워보자고 생각해서 정리수납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냉장고와 찬장, 서랍장과 신발장은 수납 요령을 배운 흔적들로 가지런해지는 중이다. 양말 개기, 티셔츠 개기, 행거에 색상별로 정리하기, 종류별로 분류하고 모으기 등 배운 대로 정리하며 수납의 지혜를 뒤늦게 알아가고 있다.

책상 마련 위해 시작한 중고거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늦었지만 우리 모두 건강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 중고 거래로 장만한 책상과 의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늦었지만 우리 모두 건강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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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더 채울 것도, 채울 수도 없었는데 공간이 생기니 꼭 필요한 것이 생겼다. 바닥에 앉아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내게 딸은 엄마만의 책상이 꼭 필요하다며 살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것저것 쌓아 놓기 바빴던 큰 책상을 비우고 혼자 사용할 작은 책상을 놓기로 했다. 바로 당근 앱을 깔았지만, 6개월간을 들락거리기만 하다 드디어 내게 꼭 맞는 작은 책상을 마련했다.

책상이 들어오니 의자도 필요했고 그도 역시 같은 절차를 밟아 책상 앞에 자리 잡았다. 의자까지 갖춰지니 스탠드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노트북과 스탠드의 전기선을 연결할 멀티탭도 필요했다. 당근엔 없는 것이 없었다. 둘 다 적당한 것으로 관심 품목에 찜해 놓고 지금은 잠깐 숨을 고르는 중이다.

당근 거래를 실행하는 데는 나름의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새것이 아닌 물건을 내 집으로 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누가 사용했을지도 모르는 물건을 가져오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과 같았다. 새것이냐 낡은 것이냐의 문제는 아니었다. 물건에 '붙은' 사용자의 이력이 주는 불편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당근 앱을 깔고도 구매를 망설였더랬다.

당근 앱을 들락거리며 수많은 거래를 목격했다. 가끔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나왔다가도 한나절만에 '거래 완료'가 뜨니 왠지 아쉽기도 했다. 거래를 한 사람들의 후기도 접했다. 누군가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겐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이쯤되면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우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 싶었다.

마음을 정리하고 구매를 결정했으나, 기다림이 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놓일 장소에 꼭 맞는 크기,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 되도록이면 새것인 듯 새것 아닌 새것 같은 느낌의 물건이 거래 시장에 나오기를. 하루에 한 번씩 새로 올라온 것이 있는지 체크했고 알람이 울리면 바로 확인했다. 그렇게 수십 번을 들락거려 드디어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다. 가족들의 의견도 묻고, 새 상품의 가격도 확인해 비교하며 신중하게 결정의 시간을 가졌다.

다음으로 판매자와의 채팅에 돌입했다. 이때부터는 몸과 마음이 분주한 시간이 남았다. 상대에게 거래 의사를 묻고 가격을 확정하고 만남을 약속하고 약속 장소에 나가서 물건을 가지고 오는 일 등.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대금 지불은 현장에서 계좌이체를 하기로 했고. 번거로움을 극복하고 과정을 즐기려 노력했지만 거래가 끝나니 큰 일을 치른 기분이었다. 거래 자체는 깔끔했지만, 약속을 잡고 물건을 가져오는 과정은 복잡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새활용이나 재활용,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었다. IMF 구제금융 요청 사태가 발생한 이듬해 1998년 등장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의미의 '아나바다'라는 말이 등장한 이후로, 현재는 나눔이나 공유는 이미 자연스러운 추세가 되었다. 

2020년 10월 28일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라고 선언했을 만큼, 이제는 국민들에게도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물건에 '붙은' 이력 찜찜했는데

시대가 이렇게 변했어도 중고 거래를 내게 적용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비울 때에도 판매나 나눔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쓰던 물건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왠지 미안했고 불편했다. 설혹 지인이 필요하다며 가져가겠다고 해도 새 물건을 덧붙여 채워 줄 만큼 중고 나눔에 대한 생각은 닫혀 있었다.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 헬싱키 중고 가게,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 박현선 (지은이)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 헬싱키 중고 가게,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 박현선 (지은이)
ⓒ 헤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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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아온 내게 얼마 전 읽은 핀란드의 중고가게 이야기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는 신세계였고 중고거래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했다. 핀란드에서는 두세 블록마다 중고 가게가 있고 심지어 백화점에도 중고 매장이 입점해 있을 정도로 국가적으로도 중고 거래가 활성화 되어 있단다. 개별 가정에서도 1년에 한 번씩 집안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집 앞에 진열하고 연례행사처럼 판매한다는 내용이 책에 담겨 있었다.

처음으로 중고거래를 실행해 보니 중고거래가 새 것을 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워지는 느낌이다. 내 생각이 닫혀 있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은 불필요한 낭비도 막고 물건의 효용 가치도 높이며 환경도 생각하는 노력을 해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기후 위기나 탄소 중립을 향한 노력이 강조되는 이 시대를 살아 내는 지혜로운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재미도 있었다.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담는 재미, 물건을 비교하고 채워질 공간을 상상하는 재미, 작지만 하나 둘 사서 모으는 재미도 있었고, 소소하지만 지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말은 중고거래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많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새것 아닌 새것을 중고 가격으로 사는 재미도 있고 환경을 생각한다는 거창한 명분까지 생겼다.

거래를 하는 도중에 벌어질 수 있는 신용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장치도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계좌번호가 찍히자마자 선입금 거래의 사기 위험성을 경고하며 직거래를 권장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약속이 잡히자 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고 통화가 가능한 시스템도 안내했다. 아마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래 과정에서의 불안 요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신경 쓴 것 같았다.

3번의 거래에서 우연찮게도 상대는 모두 여성들이었다. 집안 살림의 주도권을 갖고 있고, 집안 경제와 비움의 주체가 주로 여성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여성들과의 거래라서 잠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거래 메시지를 보내는 즉시 답장이 오거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물건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은 특히 더 반갑고 고마웠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거창한 명분

나의 첫 중고거래는 환경을 생각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준 것만으로도 무척 뿌듯했고 만족스러웠다. 내 집에 들어온 남이 사용하던 물건은 이제 내 물건이 되었다. 지금부터는 이 물건에 나의 이력이 붙을 것이다.

결혼 30년, 강산이 3번은 바뀌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결혼 초기의 물건은 접시 몇 가지와 꾸준히 지니고 있던 한복 정도만 남아 있다. 패스트 패션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때, 결혼 초창기에 명절 때만 한두 번 입었던 한복과 두루마기를 중고시장에 내어 놓는다면 어떨까? 다른 사람들의 용기를 보며 나도 슬슬 판매나 나눔을 시도해볼까 싶다. 서랍 안에만 잠자고 있던 한복들이 누군가로 인해 빛날 수 있도록.

앞서 다룬 책에 따르면, 핀란드의 중고 문화는 90년대 '경제 대공황'을 계기로 시작했지만 풍요를 되찾은 지금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제는 우리 모두 건강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 헬싱키 중고 가게,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

박현선 (지은이), 헤이북스(2019)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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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은 생도 이전처럼 힘 있게 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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