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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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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2월 4일~20일)의 폐막과 함께 '우크라이나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진작부터 러시아가 최우호국인 중국의 축제 기간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니 침공을 한다면 동계올림픽이 폐막되는 20일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고, 실제 잠시 완화됐던 위기가 올림픽 폐막과 함께 고조되고 있다. 위기가 실전으로 전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 끼어 있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존하는 일이 됐다.

2004년 제1차 오렌지혁명 때는 친서방, 2010년 대선 때는 친러시아 정권이 들어서면서 나라 전체가 요동을 쳤다. 2014년 제2차 오렌지혁명으로 다시 친서방으로 기울면서 러시아가 군사개입을 통해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에 편입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뒤 잠시 소강 국면을 맞는 듯하더니 2019년 코미디언 출신의 친서방주의자인 블라디미르 젤렌스키가 대통령이 되면서 또 다시 전쟁 위기가 발생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 위기의 본질은 지정학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와 서유럽의 사이, 즉 두 강대 세력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에 있는 우크라이나가 독립 이전대로 친 러시아 국가로 남을 것이냐, 유럽 등 친 서방 국가 진영으로 들어갈 것인가를 둘러싼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가 위기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진영, 즉 나토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의 안보가 위협을 받으므로 나토 가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 등을 문서로 보장할 것을 서방 쪽에 요구하고 있고, 서방 쪽은 어떤 나라가 나토에 가입할 것인지는 그 나라의 주권 사항이라고 맞서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리고 한국은

그러면 우크라이나 위기는 한국과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동포들의 생명과 재산이고, 그들은 보호하는 문제다. 또 서방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제재할 경우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인 한국 경제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위기는 이러한 당면의 물리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세계의 권력판도, 더 나아가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로서도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유념할 것은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인 유사점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 끼어 양쪽으로부터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면, 한반도는 비록 우크라이나 만큼의 강도는 아닐지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비슷한 요구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우크라이나처럼 한 쪽을 섣불리 선택하다가는 국가 존망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국론이 분열되지 않으면 그나마 나을 수 있지만 국론마저 분열되어 있으면 외부의 간섭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미중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위기는 단순한 양자택일이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나라로서는 미국과 동맹을 지렛대로 삼아, 우크라이나처럼 양자택일의 상황에 몰리지 않으면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항상 '거대한 체스판'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 움직이는 판이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며 대비해야 한다. 일단 미국 및 서유럽과 러시아의 대립은, 중국과 러시아의 단합을 불러올 것이다. 또 북한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 움직임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즉, 동아시아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치가 강화되면서 남북관계의 진전도 당분간 힘들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장단기적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당장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력 등의 가용 자산을 우크라이나 쪽에 집중 투입할 경우 오히려 동아시아 쪽에 대한 관심은 옅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국력의 점진적인 쇠퇴로 이미 두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우선순위로 삼으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 포위망이 약해지면서 중국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전문가들은 벌써 우크라이나 위기가 중국의 대만 공세를 강화하고, 북방 4개섬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서방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일본의 국익을 확보하는 문제를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라, 가깝게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멀게는 동아시아 및 한반도 안정에 큰 영향을 주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처럼 양대 세력 사이에 끼어 있는 나라로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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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력의 저널리스트'다. 미디어, 한일관계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며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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