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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5, 9호선의 시작이자 마지막, 강서구의 최서단에 위치한 작은 동산이 개화산이다. 북으로는 방화대교와 행주산성 넘어서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남으로는 김포국제공항이 자리한다. 한강 물길을 따라 서쪽으로 나가면 경기도 김포시이며 동쪽으로 마곡동 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서남환경공원, 서울식물원, 양촌향교, 겸재정선미술관 등 볼거리가 오밀조밀 모여있어 수삼일에 걸쳐 둘러볼 필요가 있다. 

개화산의 해발 높이는 약 130m 정도이므로 누구나 부담 없이 걸어볼 수 있다. 산책의 시작은 5호선 개화산역에서 출발한다. 9호선 개화역에서 오르는 길도 있으나 중간에 합류하게 되므로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된다. 글쓴이와 같은 길치를 위해 산책 루트를 정리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겸재 정선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산책 루트.
▲ 개화산과 가양동 산책 코스. 겸재 정선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산책 루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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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서 만들어 놓은 하늘길 전망대를 따라 곳곳에 조망대가 있으므로 정상까지 곧바로 가지 않고 데크길을 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개화산 서편 자락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김포 평야가 시원한 맛을 선사한다. 김포시 일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쌀 재배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딸을 통진미(通津米)라 하는데 밥 맛이 좋아 예로부터 임금의 수랏상에 올렸다.
 
하늘길전망대에서 바라본 미타사와 김포 평야.
▲ 개화산 미타사. 하늘길전망대에서 바라본 미타사와 김포 평야.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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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군데 조망 지점에서 풍취를 감상하며 데크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해맞이공원(정상)에 이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방화대교의 풍경과 무심히 흐르는 한강의 조화가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그네에 앉아 행주산성을 바라보고 있으면 방화대교 밑을 지나는 배가 흰 포말을 그리며 여운을 남긴다.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약사사(藥師寺)가 있다. 2월 말의 이른 봄에 이 곳을 찾으면 꽈르르륵 우렁차게 울어대는 북방산개구리의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겨울은 물러갔지만 아직은 차가운 둠벙 속에서 짝짓기를 하려고 수컷이 구애를 하는 소리다. 수십 여 마리가 목청을 높이므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리듬감 있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정선의 화첩에 등장하는 개화산 약사사.
▲ 약사사 경내 풍경. 정선의 화첩에 등장하는 개화산 약사사.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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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산이지만 둠벙과 못이 남아있는 이유는 서남환경공원(서남물재생센터)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서남권 9개구에서 나오는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정수된 물을 흘려보내 웅덩이와 습지를 만들고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는 중이다. 

약사사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겸재 정선의 자취를 볼 수 있는 사찰이다. 정선은 <양천팔경첩>과 <경교명승첩>을 통해 한강변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이 화첩에 약사사가 나온다. 안으로 들어서면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3층 석탑이 보이고 대웅전 내부에는 돌부처를 모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족히 700년을 넘는 역사의 흔적이므로 둘 다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궁산 소악루에서 한강변을 화폭에 담았던 정선

약사사를 뒤로하고 방화공원 방면으로 길을 나서면 치현산으로 연결된다. 치현(雉峴)은 꿩고개라는 뜻인데, 예전에 이곳에서 꿩사냥을 많이 하였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정표를 따라 치현정으로 가면 방화대교가 손에 잡힐 듯 보이므로 포토제닉 포인트임을 알 수 있다.
 
치현정에서 바라본 방화대교와 한강변 풍경.
▲ 한강을 가로지르는 방화대교. 치현정에서 바라본 방화대교와 한강변 풍경.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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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현산을 내려와 좌측으로 진행하면 강서습지생태공원으로 나갈 수 있고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서남환경공원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습지 생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이며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은 곳이다. 상대적으로 서울 외곽지역이라서 찾는 이가 적은 편이다. 자전거가 다니는 하수도 옆으로 말똥게를 관찰할 수 있으며 조류 관찰대에 오르면 망원경으로 겨울 철새를 비롯하여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

후자는 제방 위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와 플라타너스 터널이 멋진 곳이다. 봄에는 수변 데크를 따라 연꽃이 무성한 잎을 펼치고 가을이면 수북히 쌓이는 낙엽을 밟아볼 수 있다.
 
수북한 낙엽을 밟아볼 수 있는 서남환경공원 둑방길.
▲ 플라타너스 터널. 수북한 낙엽을 밟아볼 수 있는 서남환경공원 둑방길.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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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남물재생센터는 하수처리시 풍기는 악취로 민원이 발생하던 시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하화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며 곧 있으면 개관하게 될 홍보관에서는 물재생에 관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수처리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
▲ 아이조움 홍보관. 하수처리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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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물재생센터를 나와 가양동으로 방향을 잡으면 마곡도시개발구역 내의 서울식물원에 다다른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삼(麻)을 많이 심었기에 마곡이라 칭했으며 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래 여러 기업이 사옥을 지으면서 강서구의 업무지구로 발전하고 있다. 2019년에 개관한 서울식물원도 이러한 도시개발의 일환이다. 

바로 근처에 양천향교와 겸재정선미술관이 있다. 서울 시내에 유일하게 남은 양천향교는, 현재 지역주민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향교 뒤의 작은 동산이 궁산이며 이곳에 세워진 소악루에서 바라보는 한강 풍취도 제법 볼 만 하다. 영조 때 세워진 누각이나 이후 소실되었다가 강서구에서 복원했다. 
 
▲ 정선의 자취를 따라 개화산에서 가양동까지 둘러볼까요?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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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화를 개척한 정선은 65세부터 70세까지 양천 현감으로 있으면서 여러 걸작을 남겼다. 겸재는 소악루에 자주 들러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지금의 천 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그림이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인데 퇴계 이황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안동의 도산서당을 화폭에 담은것이다.

환갑을 넘어서면서 겸재는 여러 걸작들을 쏟아내었다. 한강 줄기를 따라서 명승지를 화폭에 담은 <경교명승첩>과 임진강변을 그린 <연강임술첩>이 대표적이다. 70대에 이르러서 불후의 명작이 나오는데 바로 국보 216호로 지정된 <인왕제색도>와 <박연 폭포>다. 그의 명작 중 하나인 <금강전도>는 59세에 그린 것이다. 겸재의 화풍은 훗날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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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daankal@gmail.com. O|O.셋EE오.E팔O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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