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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오히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어요."

경력 단절, 비명문대, 계약직, 흙수저라는 유리 천장을 뚫고 연구자로 거듭난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의 이야기다. 박 교수는 화학물질의 중독 작용과 메커니즘, 해독처리법 등을 연구하는 나노독성학자로, 미세먼지부터 가습기살균제, 살균소독제, 담배 독성 연구 등 국민적 관심사가 큰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3년 연속 선정됐으며, 지식창조대상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표창, 사회혁신유공 대통령 표창, 홍진기 창조인상을 수상했다. 가족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학자다.

화학물질 없는 세상은 불가능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박은정 지음 / 경희대출판문화원
▲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박은정 지음 / 경희대출판문화원
ⓒ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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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이번에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현명한 사용법을 알려주는 책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를 출간했다. 오랜 독성학 연구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개인적 체험을 녹여낸 박 교수의 첫 책이다.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라는 제목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과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첫 책이라 더 감회가 새로울 박 교수에게 독성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현명한 사용법을 물었다.
  
-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독성 연구를 해왔고, 더 많은 사람이 화학제품의 독성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현명하게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 연구와 검증보다 빠른 속도로 일상을 파고드는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 '아직 안전한지 알 수 없어요'라고 외치기 위함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독성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젊은 연구자분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 나노독성학,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나노물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나노독성학은 어떤 학문일까요?
"나노독성학은 우리 몸에 유해한 나노물질의 독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1960년대에 유럽을 강타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있었다. 임신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입덧의 고통을 알 것이다. 극히 심한 경우는 10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서 입원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한다.

독일의 한 제약회사가 이 입덧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탈리도마이드를 개발해 판매했고, 독일에 사는 많은 임신부가 이것을 복용했다. 한편, 약품의 수입 업무를 담당하던 미국의 한 여직원은 이 약품의 판매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수입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나는 불행한 상황은 독일에서만 일어나고 미국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나노물질도 마찬가지다. 나노물질은 현재 화장품, 전기, 전자는 물론이고, 전체 산업계에서 응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나노물질이 실제로 우리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충분히 검증된 데이터가 아직 너무 부족하다.

나노물질이 유익하게 활용되려면 나노물질을 사용했을 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또는 환경을 통해서 노출됐을 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겪을 만큼 겪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도 그 소는 이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이 세상을 떠난 후일 수 있다는 것, 환자가 발생하고 나서 진행되는 땜질 정책은 그 누구의 아픔도 치유할 수 없다는 것, 조금 느리더라도 제대로 해야 진짜 잘하는 거라는 것, 우린 이젠 인정할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

-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성물질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 일상에서 화학물질을 빼놓을 수 있을까? 주변에서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않은 물건을 찾아보라고 하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아마도 세제로 세탁한 베개와 이불이 있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후에는 폼 클렌징, 샴푸, 칫솔, 수건, 헤어드라이어, 화장품을 사용했을 것이다.

유기농 제품도 일반 제품도 그 포장지는 플라스틱이었을 것이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이나 알루미늄호일, 스티로폼에 제품이 담겨 있었을 것이고, 고기 밑에는 핏물 제거제가 놓여 있었을 것이다. 채소나 과일을 과일, 채소용 세제로 세척한 후 샐러드를 만들었다면 이 또한 화학물질을 피해갈 수 없다. 우리가 만약 화학물질 없는 세상을 살아야 안전하다고 주장한다면 정답은 분명해진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모르는 게 약 아니다, 더 현명하게 소비해야

- 화학제품들은 어떻게 사용해야 안전할까요?
"일단은 용법용량을 지키라고 얘기하고 싶다. 용법용량이란 목적하는 효과가 나오는 최소한의 농도다. 그 효과가 나올 수 있는 고농도 이상으로 쓰는 건 과량에 해당하고, 의미 없이 독성을 일으킬 가능성만 높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용법용량을 정확히 지켜서 사용했는데도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업체에서 책임을 질 것이다. 그러나 용법용량을 무시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저자 박은정 교수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저자 박은정 교수
ⓒ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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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손소독제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 우리 몸에 해가 없을까요? 해가 있다면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해가 없는데 효과는 우수한 살균・소독제는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 해가 없으면서 효과가 없거나, 몸에 해로우면서 효과가 뛰어난 두 종류만이 있을 뿐이다. 그 독성은 얼마나 정확하게 용법과 용량을 준수하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더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공기 중 분무 대신 닦아내는 방식을 취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 분무를 하더라도 분무 후에는 반드시 멸균된 천으로 닦아야 한다. 효율적인 살균 및 소독을 위해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시간이 경과한 후 멸균된 천으로 한 번 더 닦는다면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손 소독제를 사용하기보다 손을 물로 자주 씻는 것이 좋다. 물이 없어 불가능한 경우에는 손 소독제를 이용하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을 때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매 승인된 살균・소독제들의 작용 기전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살균·소독'이라는 최종 목적은 같다. 따라서 그 종류와 상관없이 눈과 입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향후 계획은?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많이 느낀다. 예전에는 어떻게 3박 4일을 1분도 안 자고 실험할 수 있었는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때로는 나도 인간인지라 불안할 때도 있다. 이러다 뒤처지면 어쩌나! 이러다 나 스스로 포기하면 어쩌나! 그러나 애달파 한다고, 조바심낸다고 안 될 것이 되고, 될 것이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하루하루 한눈 안 팔고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결정은 나의 몫이 아니니까. 다행히 이젠 내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자리까지 왔다. 내가 말을 했을 때 귀담아 들어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러니, 이젠 축복을 당연시 하며 교만해지지 않게 나 자신을 관리하고 반성하며,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연구자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려고 한다."

-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책을 쓰는 동안 환경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만화 영화 <월-E>를 아는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우리 아이들을 남겨두고 숨을 거두는 상황을 상상해보았는가? 보통의 부모라면 당연히 제대로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번거로운 일일 수 있겠지만, 우리의 행복이 작은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어떤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지,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 수시로 살펴보자.

모르는 게 약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인자가 우리 삶에 너무 가까이, 너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노력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만 하는 이유다. 당신이 1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이 아이와 함께 먹는 것이 생선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 생활 속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법

박은정 (지은이),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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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맛집 탐방 등 문화를 사랑하며, 소소한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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