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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기반 SNS에 불상의 쪽지를 수신했다. 보통이면 무시할 텐데 '맑은샘'이란 아이디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스팸을 아니겠지' 생각하며 메시지를 보니 "은평구 84번째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으로 3월 개원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채팅창을 열었다.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공립 유치원이지만 60명 정원에 고작 10여 명이 대기 중인 초유의 미달 사태라고 한다. 호기심이 일었다. 기 계획된 보육교사 채용도 차질이 생길 텐데, 아니, 무엇보다 어쩌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통화했다. 전달한 요지는 "요청한 홍보성 기사는 불가하나 박나주 원장이 은평구에서 살아가는 얘기를 담고 싶다고 역제안을 했다. 흔쾌히 응한 박 원장과의 인터뷰 날(22.2.11)을 잡고 마지막 인테리어 마감 공사 중인 신사동(응암역 부근)으로 향했다.

"민간 보육 시설도 국공립만큼 지원받아야"
 
은평구 구립 신사랑 어린이집, 박나주 원장
 은평구 구립 신사랑 어린이집, 박나주 원장
ⓒ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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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소개 부탁한다.
"은평구 84번째 국공립 어린이집(구립 신사랑 어린이집, 갈현로 5길 25-19) 개원을 준비 중인 박나주 원장이다. 학부 떄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 20년 6개월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를 역임했다. 특이사항으로 과거 은평구 가정 어린이집연합회 부회장 그리고 응암제2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었다."

- 유아교육계 경력이 상당하다. 원래 은평구 분인가?
"성북구, 도봉구, 중구 등에 거주했었다. 시댁이 은평구여서 노원구 공릉동을 마지막으로 이곳에 머문 지 10여 년 정도 된다. 은평구는 좀 특별하다. 서울이지만 시골 감성, 그 정겨우면서 끈끈함이 느껴지는 동네다. 이웃 간의 유대감을 많이 느껴왔기에 내겐 '지역사회'의 개념을 처음 일깨워준 지역이다."

- 공감한다. 본인도 은평구 소재 협동조합이나 자율방범을 하면서 풀뿌리 감성을 느끼고 있다. 두 딸 (보물과 짝꿍) 사진을 봤다. 본인 유치원에서 직접 보육했었나?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다. 내 경우엔 첫째는 구립 응암 어린이집에, 둘째는 민간 가정 어린이집에 보냈었다. 직접 돌봤던 때도 있었는데 원장으로서 내 자녀에게 특혜가 가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 한편 그런 엄마 모습에 자녀들이 소외감을 느끼더라.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다른 곳에 맡겼다." 

- 아이 시각에선 '우리 엄마가 왜 날 더 안 봐주지?'라고 오해할 수 있겠다. 어린이집을 고를 때 어떤 점을 고려했나?
"같이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것저것 묻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먹는 음식, 즉, 식재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 기반의 식단에 특별히 신경 쓴다. 반면 자녀들 유치원에는 일절 묻지 않았다. 동종업계의 노고를 알고 동료에 대한 신뢰감이 있기 때문이다."

- 신뢰감. 묵직한 단어다. 그런데 몇몇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고민이 여간 큰 게 아니다.
"그래서 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엔 크게 가정, 민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세부적으로 국공립, 사회복지법인, 직장, 가정, 협동, 민간으로도 구분) 그룹별로 장단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열거하긴 힘들지만, 현재 국공립에 쏠려있는 지원 구도를 벗어나 어린이집 전체의 공공성 확보를 해야 한다는 거다. 현재 지원규모로 보면 국공립이 구교재, 친환경 식재료 확보에 용이한 게 현실이다."  

- 그렇다고 민간 보육 시설을 모두 국공립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중, 고교도 공립, 사립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상호 경쟁 중이지 않나?  
"맞다. 보육은 정부에서 책임지고 지원함이 옳다.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데 국공립-민간 간 질적 차이가 존재해선 안 된다. 지금도, 앞으로도 절반가량 차지할 지역 곳곳의 민간 보육 시설도 국공립만큼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는 양질의 보육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지 않은가."
  
실효성 있는 어린이집 관련 정책 내놔야
 
신사랑 박나주(왼쪽) 원장과 김주영(오른쪽) 시민기자
 신사랑 박나주(왼쪽) 원장과 김주영(오른쪽) 시민기자
ⓒ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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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2025년 공공보육 이용률 50% 달성을 목표로 누군가 그 필요성을 공감한다. 그 일환으로 '구립 신사랑 어린이집'도 설립됐다. 혹시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보육 질 향상을 위해 2020년 32% 수준의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5년 내 50% 달성까지 약 3여 년 남았다. 이때 정량적인 목표를 채우는 것 못지않게 어린이집 입지 선정 등 수치로 안 잡히는 부분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한 예로, 서울시 보육지침에 의거 국공립 어린이집은 차량 운영을 하지 않는다. (지방은 예외)

따라서 국공립일 경우 실제 영유아가 확보된 곳에 설립돼야 한다. 한편 만약에 동일 지역에 국공립 어린이집 시설 3개소가 밀집되어 있다면 당연히 원아 수를 채우지 못하는 '15억 원 예산낭비 국공립'이 탄생할 수 있다. 또한 국공립을 늘리려고 속도에만 치중하다 보면 - 어떤 사업이든 동일하지만 - 질적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꼼꼼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자 노트] 서울시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의거 걸어서 10분 이내 이용 가능한 국공립 어린이집 환경 보장으로, 특별한 경우(자치구 보육정책 위원회 심의를 거쳐 구청장 결정) 제외하고는 통원 차량 운행 불가.

- 2021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0.8명 수준의 합계출산율 추세대로라면 2070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3766만 명이고 청년 1명이 노인 1.2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출생률 저하는 심각한 문제로 어린이집 관계종사자 모두가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자녀 수가 준 데 비해 아이에 대한 관심과 요구사항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고등학교나 대학교도 비슷한 고민이 있을 텐데 어린이집도 정원 미달 사태를 막기 위해 정밀히 수요예측하고 그에 맞는 개소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지어놓고 불필요해진 시설은 향후 사회복지 시설 등으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운영비 손실 등은 모두 위탁받은 자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그렇기에 급격한 고령화, 저출생 사회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어린이집 관련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자녀 키우기 위해선 부모 모두의 참여 중요해"
 
구립 신사랑 어린이집
 구립 신사랑 어린이집
ⓒ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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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간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혹시 정치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구내 노인 인구가 많다 보니 어르신 관련 사업과 복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돼 있는 반면, 어린이 시설은 '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은평구에도 맞벌이 부부가 꽤 되는데 24시간 어린이집이 아직 없다. 바쁜 현대인에게 필요한 보육 시설이 확충되면 좋겠다. 또한 정권과 상관없는 오직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일관된 보육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 유아교육 전공자로서 자녀교육 팁이 있다면?
"항간에 자녀를 키우기 위해선 할아버지 재력, 아버지 무관심 그리고 어머니 정보력이 중요하다는 말이 떠돈다. 자녀 모두를 명문대에 보낸 한 어머니의 말씀이기도 하다. 공감할 수 없었다. 좋은 대학을 보냈을지언정 그렇다고 더 행복한 가정으로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 모두의 참여가 중요하다. 우리 집은 주말에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 위주 활동을 하고 있다. 자녀를 대할 때 교육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친구로 본다. 내가 보수적인 면이 있는데, 그럴 땐 남편이 태클을 걸기까지 한다."
       
- 체험활동 추천 장소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보니 어린이 관련 시설에 눈길이 간다. 어린이들이 물놀이터를 그렇게 좋아하더라. 은평구에는 아직 없어 경기도 분당 탄천이나 남양주 왕숙천의 친환경 물놀이장 같은 곳을 이용 중이다."

- 혹시 구립 신사랑 어린이집도 체험활동이 계획되어 있나?
"물론이다. 한 달에 2번 정도 견학활동 예정인데, 내 자녀에게 하고 반응이 좋았던 것들, 예로, 근교 친환경 텃밭, 불광천, 한옥마을,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등 30분 거리 내 인성과 창의성, 생태친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보육을 진행할 것이다."  
  
*김주영 시민기자의 인물 포커스
[은평구/인터뷰] 동네청년들 협동조합 이동현 이사장 - 청년이 만들어가는 즐거운 일상 http://omn.kr/1x0k9
[인터뷰] '그린보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미세먼지, 정부와 시민 함께 논의해야" http://omn.kr/puac
[인터뷰] 한국-볼리비아 농업·환경을 책임질 코피아 청년들 http://omn.kr/1hc5s
[인터뷰]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에게 들은 '2030 젊치인'을 위한 팁(ft.뉴웨이즈) http://omn.kr/1vp2c
 

덧붙이는 글 | 은평시민신문 게재 예정


태그:#국공립 어린이집, #은평구 어린이집, #구립 어린이집, #신사랑 어린이집, #은평구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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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프리랜서 기자/에세이스트 前) 유엔 FAO 조지아사무소 / 농촌진흥청 KOPIA 볼리비아 / 환경재단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태국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경상국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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