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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필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편집자말]
cj대한통운 앞 집회
▲ 택배파업 cj대한통운 앞 집회
ⓒ 택배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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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의 파업은 60일이 다 되어가고(19일 기준 54일째),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지도 일주일을 넘었다.

이런 점거 투쟁이 시작되면 언론들은 현상에 주목할 뿐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잘 보도하지 않는다. 본사 점거 농성은 결과일 뿐 사태의 원인은 아니다. 택배노조가 왜 이번 파업을 시작했고, 장기간의 파업에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가.

택배노조의 파업은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이행에서 논란에서 시작되었다.

전국택배노조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2021년에만 22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노동조합, 택배사, 정부, 소비자단체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기구가 꾸려졌고, 두 차례에 걸쳐 합의를 도출했다.

핵심내용은 택배노동자의 주 60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분류작업에서 택배기사를 제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분류작업 인력 투입, 자동화 시설, 산재 보험비 등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에 대해 택배비를 일부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합의이기 때문인지 사회적 합의는 이행 과정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쟁점이 있는지 정리해보자.
 
택배노동자 3보1배 사진
▲ 택배파업 택배노동자 3보1배 사진
ⓒ 택배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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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쟁점] 부속합의서

주 60시간, 분류작업 제외 등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택배기사와 대리점 간에 체결하는 표준계약서를 통해서 제도화되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의 경우 표준계약서 외에 5장의 부속합의서 체결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부속합의서에 포함된 '당일배송', '주 6일 근무', '터미널 도착 상품 무조건 배송' 조항이다.

하나씩 문제점을 살펴보자. 택배는 한꺼번에 새벽같이 대리점에 도착하지 않는다. 택배량이 늘어나면 간선 차량에서부터 분류가 늦어지고, 대리점에 도착하는 시간도 늦어진다. 도착이 늦은 물건은 다음날 배송할 수 있어야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예방할 수 있다.

당일배송을 의무화하게 되면 오전에 분류된 것을 배달하고 늦게 분류된 택배를 배달하기 위해 2회전, 3회전 배송을 하게 된다. 택배사 입장에서는 배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에서 마련한 장시간 노동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은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들은 과도한 무게나 이형 상품에 대해서는 개선요청을 통해 배송을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CJ대한통운이 부속합의서에 배송 규정을 두어 택배기사들의 이런 개선요청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택배현장에는 이미 노동조합과 대리점과의 투쟁과 합의를 통해 주 5일 근무를 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부속합의서에 주 6일 근무를 명시하였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측은 "부속합의서의 원문인 표준계약서에 주 60시간 이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노동조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장 노동조건이 개선되기를 바랐는데, 부속합의서가 적용되면 현장 노동조건이 후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부속합의서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CJ대한통운은 부속합의서가 이미 법적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 분류작업 인력 투입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하지만, 인력투입을 당장 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그 시행을 2022년 1월으로 미뤄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장에서는 분류인력이 여전히 제대로 투입되고 있지 않다. 이는 국토부 현장조사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국토부의 현장점검 결과발표 내용을 보면, 불시 점검을 진행한 25곳의 택배 터미널 중에서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곳(28%)에 지나지 않았다. 또, 분류인력을 투입했으나, 택배기사가 여전히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12곳(48%), 구인난 등의 문제로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비용만 지급하는 곳은 6곳(24%)이었다.

의아한 것은 국토부가 28%만이 분류작업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도 "합의사항을 양호하게 이행 중"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에 택배노조는 64%의 택배노동자가 분류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근거로, '6개월을 미뤄온 분류작업 인력 투입이 여전히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CJ대한통운 측은 국토부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분류작업 인력 투입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세 번째 쟁점] 택배비 인상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국토부가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 '택배비 170원 정도 인상'이 적절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하게 계산해 10억 건에 달하는 택배물동량에 택배비 인상분을 곱하게 되면 택배업체에는 연간 수천억 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계약관계, 중량 차이 등을 생각해보면 건당 택배비를 산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택배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택배 사업 매출에 상자 수를 나누는 방식으로 건당 택배비를 계산해 CJ대한통운이 270원(지난해 170원, 올해 100원)의 택배비를 인상했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택배사업 매출에는 배송비뿐만 아니라 상품포장 등 임가공비, 창고 임대사업, 상자 판매사업과 같은 부대사업 매출이 포함된 만큼" 계산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택배비 인상분은 140원이며 그중 절반이 처우개선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분기별 CJ대한통운이 발표한 공시자료를 통해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164억 원에 지나지 않던 영업이익이 요금인상 이후인 2분기 이후 524억 원, 3분기에 624억 원, 4분기에 670억 원으로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영업이익 상승이 택배비 인상 효과라고 주장한다. 또한 택배사업 매출에 부대비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단가 비교를 위한 택배노조의 계산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조합은 회사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객관적 기구를 통해 검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CJ대한통운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인상분은 140원이며, 이 중 50%가 처우 개선에 쓰이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촛불집회 사진
▲ 택배사진 촛불집회 사진
ⓒ 택배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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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쟁점] 대화

노동조합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검증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이 대화에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교섭의 의무가 없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택배기사와 CJ대한통운과의 관계는 아직 법적으로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택배노조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도 이런 노사관계를 반영한 형식의 대화였다. 택배노조는 당장 '원청'과의 교섭을 원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대화 형식의 검증 차원에서 대화에 나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여전히 '교섭의무 없다'는 입장으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다섯 째 쟁점] 밥그릇 챙기기?

이번 파업에 동참하는 택배기사는 2000여 명으로 전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자신들이 내세우고 있는 요구가 10%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계약서는 조합원들뿐 아니라 모든 택배기사들에게 해당된다. 택배기사 모두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택배노조는 모든 대리점에 예외 없이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할 것, 택배비 인상분이 모든 택배기사의 처우개선에 쓰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과의 쟁점을 5가지로 정리해보았다. 택배 시장을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겐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적 합의는 노사 간의 약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사와 정부와 소비자단체까지 함께 한 약속이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번 글을 통해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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