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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못 간 지 근 3년이 다 되어 간다. 남들은 가까운 곳이라도 가라며 등 떠밀고 있지만 코로나라는 시국, 고등학생 엄마라는 위치는 나를 잘 떠나지 못하게 한다. 1, 2년은 그럭저럭 시쳇말로 참을 만했다. 여행에 목 말라 타는 목마름을 호소할만큼 대단한 여행마니아가 아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인왕산 쉼터 내부 사진
 인왕산 쉼터 내부 사진
ⓒ 이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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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년차로 접어들자 슬슬 나의 인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살면 되지 않냐는 옛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며 내가 사는 곳을 반경으로 해서 짧은 시간, 하루 반나절 정도 사치를 부릴 만한 공간들을 찾아 헤맸다. 조건은 딱 2가지였다. 길게는 2시간, 짧게는 한 시간 정도 나만의 여유를 부릴 만한 공간일 것 그리고 서울이나 서울 근교일 것.

사실 나는 여기 저기 동네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오래된 동네의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거기에 내 생각을 작게나마 기록하는 일을 즐겼다. 이른바 '한량' 기질이 있다. 지금부터의 기록은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기 위한 한 작가의 소리없는 '한량짓'을 나름 알차게 정리한 것들이다.

어딘가 떠나고 싶지만 선뜻 자신이 없는 이들이라면 혼자라도 훌쩍 가까운 곳을 찾아보자. 그럼 어쩌면 막혔던 속이 뚫리는 기분도 느낄 수 있고, 그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는 포만감마저 들을 것이다.

첫 장소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인왕산 쉼터이다. 인왕산은 최근 야간 등반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각광받는 장소다. 서울 시내에 위치했다는 지리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기가 막힌 서울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특혜 아닌 특혜가 주어지는 그런 산이다.

지난해 가을 남편과 함께 '핫하다'는 인왕산 야경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우리 커플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20, 30대인 듯했다. 야경보다 서로 서로 손을 꼭 잡고 각종 인증샷을 다정하게 찍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던 그런 하루였다.

내가 인왕산을 자주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왕산 둘레길에 자리잡은 초소책방때문이다. 군초소였던 공간을 개조해서 책과 커피,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카페다. 나는 평소 평일 오전에 지인들과 가곤 했는데 맑은 날은 테라스에서 책을 읽거나 간단한 작업을 해도 좋을 만큼 공간이 훌륭하다.

하지만 이제는 핫플레이스가 되어 주말에는 발디딜틈이 없다고 한다. 알려주었던 지인들이 주말에 방문했다가 인파에 놀랐다는 말을 전하곤 한다. 하지만 얼마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바로 인왕산 초소책방 뒤에 인왕산 쉼터(구 인왕산3분초소)가 생겼다는 것이다.
 
인왕산 쉼터(구 인왕3분초)
 인왕산 쉼터(구 인왕3분초)
ⓒ 이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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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들은 주말, 지인과 함께 초소를 방문했다. 윤동주문학관에서 '시인의 언덕'을 지나 곧장 올라가면 통유리로 된 쉼터가 보인다. 전체 통창으로 된 쉼터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준비된 서가와 넓은 책장, 무엇보다 창밖을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숲속의 공간이라 무엇보다 조용하다. 방문한 날은 주말이었는데 생각보다 아직은 덜 알려진 탓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기며 복잡했던 일들을 정리하는 것도 꽤 좋을 듯하다.

누군가를 만나서 큰 일을 도모하기 어려운 시기다. 혼자라도 훌쩍 떠나고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여의치 않다. 이런 때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때 좋은 공간이나 새로 생긴 장소가 있다면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누군가 함께 있는 기분마저 들 듯하다. 내가 인왕산 쉼터에서 느낀 그런 감정들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 제 브런치(https://brunch.co.kr/@rosa0509)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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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을 글로 남깁니다 책, 방송, 대중문화 콘텐츠 등 혼자 보기 아까운 것들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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