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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소멸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고 노인들만 사는 곳. 지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기로는 대도시가 더 심각합니다. 오히려 지방은 서울보다 출산율이 높은 편입니다. 

통계청 통계자료(kosis) 2018~2020년 출산율을 보면 세종시를 뺀 나머지 특별·광역시들의 출산율은 다른 지역보다 낮습니다. 또 평균 합계출산율(2019년)을 보면 일반적으로 군 지역이 1.25명으로 시(1.05명)나 구(0.82명)보다 높습니다. 
  
전국 합계출산율(2018~2020)
 전국 합계출산율(2018~2020)
ⓒ K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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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국토연구원은 17일 내놓은 '국토이슈리포트 57호-지방소멸 대응 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방 인구 감소 현상은 출산율 저하와 같은 자연 감소가 아닌 "사회적 감소가 주요 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에 ▲ 일자리 생산성과 부가가치 증대 ▲ 지역 산업 기반 향상 ▲ 높은 수준의 주거 공간 ▲ 편리한 이동·접근 ▲ 생활서비스 향상 ▲ 문화 향유 기회 증대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대안처럼 지방에 더 필요한 것은 저출산 대책보다 산업 기반과 이에 따른 일자리입니다.  

포스코 지주회사 서울로
   
서울 강남구 서울 포스코센터
 서울 강남구 서울 포스코센터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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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포스코그룹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포스코를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와 철강회사인 포스코로 나누는 물적분할안을 상정해 통과시켰습니다. 3월 2일 출범하는 포스코홀딩스는 본사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두기로 했습니다. 포스코센터는 포스코가 1995년부터 철강 판매 등 사업 편의성을 위해 운영해 온 서울사무소입니다. 

그러자 포항시, 포항시의회,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포항 북)과 김병욱 의원(포항 남울릉), 포항시 시민·사회단체, 경상북도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두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포항시 포스코 지주회사 서울 설립에 거센 반발 http://omn.kr/1xasg).

이들은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두는 것은 "반세기 넘게 지속된 포항 시민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눈곱만큼이라도 여겼다면"(1월 28일 김정재·김병욱 의원 성명)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지방 소멸에 앞장"(2월 10일 이강덕 포항시장 청와대 앞 1인 시위)서는 일이자 "10년 내 후회할 일"(2월 7일 이철수 경상북도지사 화상회의)이라고 성토합니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은 8일 입장문을 내 "포스코의 지주회사 출범으로 인한 인력 유출이나 지역 세수 감소는 전혀 없다"라며 "포스코 본사도 여전히 포항"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서울사무소에 있는 그룹 전략본부가 지주회사로 분리되는 것일 뿐 달라지는 건 없다"라며 지역 인력이 유출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또 지방세도 포항제철소가 있는 한 그대로 포항시에 납부한다고 합니다. 

포스코의 설명을 들어보면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왜 포항시는 반대할까요? 

17일 오전 포항시청에서 열린 '지역 종교단체 지도자 간담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은 "그동안 포스코 본사가 포항에 있었음에도 투자나 상생협력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지주회사가 서울에 설치된다면 포항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것이 자명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종교인들 역시 포스코 지주회사와 그룹의 신성장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미래기술연구원의 서울 설치로 지역의 일자리가 축소되고, 연구 인력과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했습니다(뉴시스, 2.17).

특히 이 시장은 "포스코가 사령관이 아닌 '쫄병'(사업 자회사인 포스코)을 보내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합니다(중앙일보, 2.14). 포스코는 "서울사무소에 있는 그룹 전략본부가 지주회사로 분리되는 것일 뿐"이라지만 서울사무소인 것과 사업을 결정하고 지휘하는 지주회사 본사인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포스코는 왜
  
지난 8일 포항 시민과 지역 단체들은 포항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포스코의 지주회사 서울 본사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8일 포항 시민과 지역 단체들은 포항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포스코의 지주회사 서울 본사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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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가 반대하는데도 포스코그룹이 지주회사와 연구원을 서울에 두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스코 측은 "지주회사 전환은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 크고, 지주회사 본사도 이를 위한 선택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중앙일보, 2.14). 풀어보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는데 서울이 적합하다는 말입니다. 미래기술연구원도 '우수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IT기업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 지난 1월 4일 개관했습니다(뉴시스, 1.4).

'남방한계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명문대 공대를 졸업했거나 자격 조건이 뛰어난 취업준비생들이 지방 근무를 피한다고 해서 생긴 말입니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 있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네이버·카카오 같은 기술 기업이 입주한 성남시 판교밸리를 각각 '기흥 라인' '판교 라인'이라고 하는데 이 두 곳을 엘리트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는 남방한계선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중앙일보, 21.7.4).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연구나 전략 중심의 조직은 우수인재 유치와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에 소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한 재계 관계자의 말(파이낸셜뉴스, 2.16)처럼 포스코도 지주회사와 연구원을 서울에 두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소 같은 경우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포항에 얼마든지 세울 수 있다"(시사저널, 2.17)라고 보는 포항시의 분위기와는 다릅니다. 

포항시는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있으면 향후 철강사업에 대한 재투자를 줄이고 신사업 투자에 집중해 시설이 노후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뿐 아니라 주요 시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포스코는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 답답하다"며 "포항의 철강산업을 위한 투자와 지원은 변함없이 이뤄질 것"(중앙일보, 2.14)이라고 강조하지만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서울에 핵심 두뇌 격인 지주회사가 있는 만큼 포항의 걱정은 커져만 갑니다.

포스코 지주회사 서울 본사 논란에서 지방이 처한 현실의 단면을 엿봅니다. 포항시의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라며 "막무가내식 요구로 글로벌 기업 포스코 멍"(파이낸셜뉴스, 2.16)들게 한다고 비난하는 매체도 있지만 거의 모든 대기업 본사가 있어 어느 하나가 빠져도 큰 타격이 없는 서울과 달리 오직 하나뿐인 그대만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지방으로서는 생존이 달린 절박한 문제입니다.

지역 소멸의 문제는 출산율이 아닌 사회적 감소 때문이며 핵심은 산업 기반이라고 지적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를 앞서 소개한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출처
시사저널, "포스코가 지방소멸 앞장"…커지는 지주사 전환 '후폭풍'
파이낸셜뉴스, '지역 이기주의'… 글로벌기업 포스코 멍든다
뉴시스,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반대’ 지역 종교계도 나섰다
중앙일보, "누가 키웠는데…쫄병만 보내나" 포스코에 분노한 포항시
뉴시스, 포스코그룹, 미래기술연구원 개원… "신성장사업 R&D 컨트롤 타워"
중앙일보, 이번엔 양재동서 ‘이천쌀집’ 우르르…4대그룹 MZ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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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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