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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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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KBS 개그콘서트 '거지의 품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허경환이 유행시킨 용어가 하나 있다.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이었다. 당시 대중들이 여기저기서 패러디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이 궁금할까. 어느 후보가 지금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지, 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지 등이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대선을 앞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율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지 않겠나. 다만,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서 나름 판단치가 있을 것인데, 때로는 본인의 생각과 너무 다르게 나온다거나 언론사 간에 매우 상충되는 결과가 나올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대 대선의 총 유권자수는 4400만(모집단) 정도로 확인되고 있는데 언론에 공표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표본을 천명 정도로 하고 있다. 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4400만 명의 전체 의견으로 일반화하여 적용하는 것이 간단치 않을 터이다.

표본을 선정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할까 부터 궁금하다. 언론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보면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이념별, 적어도 4가지 기준을 갖고 표본 천명이 전체 모집단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게 표집되어야 한다. 이것이 과학적 여론조사의 출발이며 기본이다. 그리고 응답자 입장에서는 굳이 시간을 내어 응답해줄 이유가 없다. 비록 짧은 시간에 응답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일상에 바쁜 유권자들의 성의있는 응답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쉽지않다. 수십 년 여론조사를 해온 조사 전문기관들도 위의 기준들을 다 충족시키면서 조사를 진행하기 만만치 않을 터인데, 신생 여론조사 기관은 어떠할 것이며, 발표되는 결과를 무작정 신뢰할 수 있을까? 국내에 등록되어있는 여론조사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이 신설업체 입장에서는 대중들에게 기관을 알리기 더없이 좋을 때이다.

필자도 대학 전공과 관계가 있어 조사를 많이 해보았다. 예전에 정치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지역 신문에 발표해본 경험도 갖고 있다. 흔히, 조사와 관련하여 쓰는 표현이 'garbage in, garbage out'이라고 한다. 즉, 분석에 투입되는 데이터가 좋지 않으면 양질의 산출물이 나오기 어렵고, 그래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조사 설계, 시간, 비용 등이 충분히 고려된 조사라야 어느 정도 과학적 방법을 근거로 객관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선거권을 갖고 처음 치른 1987년 대선 기억이 생생히 남아있다. 당시에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민주화 투쟁과 희생을 통해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이다 보니 국민들이 자기들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뽑는다는 설레임이 컸다. 필자 역시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직장 초년생의 신분으로 대선에 관심을 갖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이따금 택시를 타게 되면 기사 아저씨에게 궁금한 여론의 향배를 물어보곤 하였는데 지지하는 후보가 대세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아니었다. 낙심된 마음으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왜 내가 나름 파악한 여론과 실제 결과가 달랐을까? 그 이후 전공과 관련하여 과학적 조사방법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바로 표본의 한계성과 오류이었다. 당시 택시를 타는 주된 계층이 중산층 그리고 30~40대이었다고 보면, 부유한 사람들은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서민층은 버스를 주로 이용하니 부유층과 서민층 여론은 빠진 것이다. 정교하지 못한 여론탐색 방식 속에 엄연한 표본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대다수 유권자들은 시중 여론을 알아본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지 않나.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서 그것을 일반화하여 단정짓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 된다.

여기서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만 간략히 알아본다. 첫째는 앞서 얘기한 조사대상 즉, 표본추출을 잘해야 한다. 물론 오류는 있기 마련이데 얼마나 표본오류를 줄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둘째는 조사과정, 설문지설계(내용, 워딩, 순서) 조사도구(유/무선 전화, ARS) 등이 얼마나 과학적인 절차와 객관적인 도구성을 갖는냐 이다. 역시 오류가 있기 마련인데 이것을 비표본오류라고 얘기한다. 시장조사이든 여론조사이든 중요한 것은 두 오류를 얼마나 최소화 하는냐 이다.

흔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통상적인 경우는 표본 1000명, 신뢰수준 95%, ±3.1% 오차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신뢰수준 95%, ±3.1% 오차라함은 '같은 조사를 100번 할 경우, 95번은 ±3.1% 오차 범위 내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본다' 라는 통계적 의미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조사에는 횡단적 조사(cross-sectional research)와 종단적 조사(longitudinal research)가 있는데 전자는 특정 시점에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이고, 후자는 일정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한 번의 조사결과보다는 지속적인 조사결과 속에서 조사의 흐름, 추세 등을 주의깊게 보라고 권고한다. 이를테면 횡단적 조사의 경우, 조사 기간에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여 반영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 결과를 일반화해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성공과 실패 사례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한국갤럽>이 최초로 예측조사를 발표한 것이 한국 선거여론조사의 효시로 불리며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제14대 대선에서도 <한국갤럽>은 예측조사를 발표했고, 두 선거 모두 연거푸 적중했다. 바야흐로 한국 정치사에 여론조사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일대 사건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2016년 4·13 총선 결과이며, 여론조사업체는 폭탄 맞은 격이 되었다. 특히, 서울 종로에서 붙은 정세균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의 총선 결과이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오 후보가 정 후보를 10%p 안팎으로 앞서거나 박빙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연 결과, 정 후보는 52.6%, 오 후보는 39.7%로 나왔다. 정 후보는 선거에 앞서 오 후보에 17%p 뒤진 것으로 나온 KBS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여론이 왜곡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까지 했고, 정 후보가 결과로서 입증한 셈이었다.

조사는 어디까지나 조사이고, 추정일 뿐이다 라고 얘기한다. 마치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Knowing is onething, doing is another)는 격언을 이럴 때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발표와 실제 결과가 다르다고 제재를 가하거나 하는 일 또한 없다 보니 대선을 앞두고 신생 조사기관이 열심히 활동하지 않을까.

여론조사는 참고용

여하튼 지금은 여러 언론에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정확성을 떠나 어느 정도 궁금증은 해소하겠지만, 선거 6일을 앞두고는 조사는 가능하지만 공표가 금지된다. 막판이 더욱 궁금한데 조사결과는 모르게 되니 유권자들은 답답한 상태로 마지막 6일을 보내게 된다. 현 시점에서도 유권자들이 지지후보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 건강상에도 좋지 않으니 여론조사는 참고할 수치라고 생각하고, 지지하는 후보자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제에 신뢰에 대해 이런저런 궁금증을 갖게 하는 여론조사 기관들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알아보는 여론조사를 해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국립안동대학교 교수입니다.


태그:#20대 대선, #여론조사, #표본오류와 비표본오류, #과학적 방법,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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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 있는 국립안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입니다. 균형발전 및 지방소멸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스타일입니다. 전공과 관련하여서는 산업 및 경제 분야의 기사들을 눈여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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