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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스크를 하면서 집을 나서는 나는, 코로나 시대에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 두 가지를 더 챙긴다. 하나는 입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이고 하나는 필기도구이다.

중증청각장애인인 나는 수화로 소통하는 청각장애인들을 만나면 그들의 세상에서 이방인처럼 취급되었다. 수화반에 등록해서 몇 달을 배우기도 했지만 수화는 하나의 언어라서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곤 했다.

나는 비장애인들과 같이 근무하고 그들에게 강의도 하는 나의 소통 방법은 소위 '구화'라고 불리는, 입모양을 보고 말하는 것이다. 입모양으로도 못 알아들으면 필담을 사용했다. 필담은 필기도구가 있으면 사용하고, 필기도구가 없을 때는 손가락으로 손바닥이나 책상 또는 벽이나 허공에 단어를 쓰곤 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면서 구화로 하는 소통은 막혀 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면서 구화로 하는 소통은 막혀 버렸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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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이전에 은행이나 동사무소에 가면 대개 이러한 필담으로 소통을 하였다. 강의를 할 때는 입모양 또는 눈치코치로 질문을 파악하였다. 운 좋으면 동문동답 서문서답할 때가 많지만, 더러는 동문서답의 상황도 종종 일어났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면서 구화로 하는 소통은 막혀 버렸다. 그래서 작년 강사를 모집한 공공기관에서 서류는 통과되어도 면접에서 탈락하였다.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어떤 곳은 아예 서류에서조차 탈락시켰다. 대개 강사 모집에서 서류 합격의 점수는 전공을 하였는지와 자격증은 있는지 또는 경력이 있는지를 따져 점수를 매긴다.

그 어떤 공공기관도 장애를 이유로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작년을 제외하고 평생교육기관에 근무할 때도 많은 강의를 큰 어려움 없이 소화했다. 더러 나의 장애로 조금 불편을 겪는 수강생도 있었지만 사랑과 진심을 담아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나의 긍정 에너지에 공감 하시며 끝까지 수강해 주셨다.

그러나 해당전공을 했을 뿐 아니라 자격증과 경력 등이 많았던 내가 서류에서 탈락하자, 나의 장애로 인해 소통에 대한 우려로 기관이 배제했다는 오해아닌 오해마저하게 되었다.

올해 다시 강사 채용 공고가 났을 무렵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도 서류를 내서 탈락을 감수할 것인지, 결과에 무관하게 나의 길에 대한 희망사항을 가지고 직진을 할 것인지...

전년도 서류 접수에서 탈락했던 공공기관의 공고를 보고 나는 서류를 내기 전, 최선을 다하는 과정의 하나로 편지를 썼다. 장애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요지였다.

자기소개서에 솔직하게 나는 청각장애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인서화실을 운영하고 시각 예술을 가르치는 데 크게 지장 없던 사례도 들었다.
그 편지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올해 운이 좋았던 것인지 서류에서는 합격했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을 보기 전,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단발로 단정히 하였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필기도구와 입이 보이는 마스크도 준비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갔다.해당 기관장이 단독으로 면접을 보는데 나의 자기소개서를 자세히 보았는지 나와 거리를 두고 앉아서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내가 입모양을 파악할 수 있게 천천히 여러가지 말씀을 하셨고 나는 동문서답하지 않고 동문동답하면서 무사히 면접을 잘 치렀다. 질문 중에는 의사소통이 잘 안 될 경우 이러한 난관을 어찌 헤쳐나갈지에 대한 것도 있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나는 두 과목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전국의 모든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이 지난주부터 휴관에 들어가서 언제 개강할지 불투명하게 되었다.

어려운 시대이지만 진심을 다해서 최선을 하면 비록 항상은 아니라도 열번 부딪쳐서 한번쯤은 평등의 문이 열린다. 미리 결과를 재단하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도 열리지 않는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열정을 가지면 생은 희망을 가질 만하다.

열정의 반대는 나태와 자포자기라는 말을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마스크로 인해 구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나와 비슷한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포기하지 말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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