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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지? 할 때 나는 김밥을 싼다. 한 마디로 먹을 게 없을 때 김밥을 싼다. 제일 쉽기 때문이다. 남들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제일 간단한 음식이 바로 김밥이다.

계란 하나 부치고, 당근채 썰어 볶고, 그 옆에 맛살 살짝 익히고, 시금치 10초만 데쳐 놓고, 깻잎 몇 장 씻어 탁탁 털어놓은 다음, 밥에다 소금 한꼬집 기름 섞은 다음 김을 펴고 둘둘 말아 넣으면 끝. 10분도 안 걸리는 작업이다. 단무지와 햄은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넣지 않는다. 김밥만큼은 집에서 내가 싼 집밥 김밥이 내 입맛엔 최고다.     

배달, 외식 음식에 다른 건 다 양보해도 김밥만큼은 양보 못한다. 재료가 좀 부실해도 내가 싼 김밥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의 맛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깟 김밥 한 줄 사 먹으면 되지 별나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니들은 몰라 김밥의 정직함을' 속으로만 외친다.   
  
내가 싼 김밥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의 맛을 포기할 수 없다.
 내가 싼 김밥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의 맛을 포기할 수 없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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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싼 김밥은 정직하다. 내가 먹고 싶은 재료만 넣어서 만들기 때문이다. 첨가물은 소금과 기름뿐이다. 무서운 점이 있다면 집밥 김밥은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사 먹는 김밥은 반 줄, 혹은 한 줄도 겨우 먹는데 내가 싼 김밥은 7줄까지 먹는다.

그런 얘기를 하면 다들 놀란다. 김밥을 어떻게 7줄이나 먹을 수 있냐고. 사실 나도 놀라는 중이다. 사 먹는 김밥과 내가 싼 김밥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맛에 비밀은 뭘까.      

사실, 처음부터 김밥을 싸 먹기 시작했던 건 아니다. 나도 남들처럼 김밥을 사 먹던 사람인데 어느 날, 김밥집에서 밥을 너무 조금 깔아주는 것에 대해 말했다가 무안한적이 있었다. 또, 햄과 단무지를 빼 달라고 하면 표정에서 감정이 느껴질 만큼 싸했다.

햄과 단무지를 빼고 먹어도 되지만, 나름 주인을 생각해서 한 말임에도 주인들은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결정적으로 김밥을 먹고 배탈이 난 적 있어 그 후론 조금 번거롭더라도 김밥이 먹고 싶을 땐 김밥을 직접 싸기 시작했다.    

김을 고르고 재료를 손질하면서 브랜드 별 김 맛을 구분할 정도가 되었다. 달걀도 브랜드 및 등급에 따라 확연히 맛이 달랐고 신선도에 대해서는 세척해 나오는 것이 불만이지만 직접 길러 먹는 토종란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다.

시금치 역시 종류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달랐고 김밥용에 보다 적합한 시금치를 찾을 수 있었다. 깻잎도 다 같은 깻잎이 아니었다. 브랜드를 달고 나온 모양이 일정하고 잎이 단단한 깻잎이 따로 있었다. 맛살도 선호하는 맛살이 생길 정도로 김밥 고수가 되었다.     

김밥이라고 그냥 김밥이 아니다. 김밥인만큼 김과 밥이 제일 중요한 재료다. 좋은 김을 고르고 밥을 맛있게 하는 게 관건이다. 쌀은 찹쌀을 7:3 비율로 섞어 두어 시간 불렸다가 밥을 하면 최적의 밥맛이 나온다.

쫄깃하고 고소해서 이럴 땐 소금 간을 하지 않고 기름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김밥이 된다. 최대한 원재료 맛을 살리는 요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양념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소금은 허용하는 편이다. 맛살에 가미된 나트륨은 밥을 양념하는 소금과는 다른 맛이기에 흰밥에 사용하는 양념은 소금, 기름 이 두 가지다.

김 한 장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둘둘 말린 김밥 한 줄! 한 끼 식사치곤 저렴한 값이지만 영양가는 그 이상이다. 김밥만큼 조화롭고 균형 잡힌 음식이 있을까. 5대 영양소 골고루 다 들어가 있다. 다른 요리에 비해 거창하지도 않다. 손이 많이 가지도 않는다. 뚝딱뚝딱 10분이면 또르르 김밥 한 줄이 완성된다. 
    
매번 끼니를 해결하며 반복되는 메뉴 속에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김밥의 루틴. 김밥 재료가 떨어지지 않게 늘 상비 군으로 비치해 두는 이유다. 아, 뭐 먹지? 할 때 찾게 되는 김밥. 그중 내가 싼 집밥 김밥은 언제나 진리다. 오늘도 점심으로 김밥을 싼다.

태그:#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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