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17 06:00최종 업데이트 22.02.17 06:00
  • 본문듣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식선거 운동 첫째날인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인생에서 나타나는 패턴이 있다. 대체로 강하고 크거나 높은 것을 지향하거나 그런 것에 대해 도전 의식을 표출해왔다는 점이다. 그의 62년 인생은 그 패턴이 점층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은 1970년대 한국인들에게 최고의 학부로 인식되던 서울대 법대에 도전했고, 최고의 국가고시로 인식되던 사법시험에 아홉 번 도전했다. 검사가 되어서는 재벌 대기업 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능력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2019년 6월 17일 이후에도 이 별명이 회자됐다.

개인의 성향

<동아일보>는 그달 18일 자 기사에서 윤석열에 대한 재벌 기업들의 경계심을 소개했다. 제목이 <윤석열 '대기업 저승사자' 불려... 재계 초긴장>인 이 기사가 그것이다. 이 기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재계는 올 것이 왔다며 초긴장하는 분위기"라고 한 뒤 과거의 윤석열 검사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LIG 총수 일가, 최태원 SK 회장 형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수사에서 의욕을 발휘한 사례들을 간략히 열거했다.


재벌 수사에서 보여준 그 의욕이 공정이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에 기인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다. 윤석열 자신의 행보에서 그것이 잘 증명됐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이후의 공개 행보에서 그가 특별히 강조한 것이 있다.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가 자신의 애독서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대기업 이익을 철저히 옹호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고전이다. <선택할 자유>를 앞세우는 최근 행보는 재벌 수사에 대한 그의 과거 태도가 경제적 공정에 대한 신념에 기초한 게 아니었음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정원 댓글 수사로 정치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13년 이후로 그는 박근혜 정권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권과도 충돌했다. 두 정권에 대한 그의 도전 의지는 세상이 다 알 정도로 명백하다. 그는 직속 상급자인 조국 법무부 장관도 수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는 수사 건이 없는데도 꽤 오래 충돌했다.

정치인이 되어 국민의힘에 들어간 뒤에도 그 패턴은 계속 나타났다. 직급이나 위상에서 상위 혹은 동급에 있는 존재들과 번번이 마찰을 일으켰다. 이준석 대표는 당원 직선으로 선출됐기에 이 마찰에서 살아남았지만,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그런 '방패'가 없었기에 윤석열의 '창'을 피해 전장(戰場)을 떠나야 했다.

신 서세동점
  

지난 1월 3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는 한 줄 공약을 남겼다. ⓒ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이제 그 패턴은 글로벌하게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의 북한뿐 아니라 시진핑의 중국을 상대로도 그의 대결 의식이 너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드 추가 배치니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니 하는 북한과 중국을 일부러 자극할 만한 대선 공약들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푸틴의 러시아를 겨냥한 공약만 더 나오면, 그 패턴은 유라시아 차원의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런데 한민족이 당당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지만, 윤석열처럼 노골적이고 위험하게 발산하고 상대방을 일부러 자극하는 것은 한국 안보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이 되기 쉽다.

지금은 1840년 아편전쟁 직전에 서양 열강들이 청나라를 포위했던 때와 질적으로 판이하다. 그때는 청나라가 허약해져 있었고 영국·프랑스 등의 서유럽이 경제·군사적으로 중국을 능가한 상태에서 역사적인 대중국 포위가 이뤄졌다. 이 시기의 서세동점은 중국이 명확히 불리하고 서양 열강이 명확히 유리한 상태에서 전개됐다.

작년 10월 2일에 미국·일본뿐 아니라 영국·네덜란드·캐나다까지 필리핀해 및 오키나와 남서 해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연합군사훈련을 벌였다. 위 연합훈련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역시 이 구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프랑스가 일본과 2+2 회담을 열고 안전보장 공동성명을 발표한 일, 작년 12월 15일에 프랑스 의원 6명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보란 듯 무시하며 타이완을 방문한 일 등이 이를 상징한다. 미국·일본과 서유럽이 중국을 포위하는 신(新) 서세동점이라 할 만한 구도다.

이런 외형만 놓고 보면 중국이 불리한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구도에서 보면 아편전쟁 때와는 달리 중국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대중국 포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중국이 만만해서가 아니다. 중국이 너무 강해져서 미국을 곧 추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자기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다. 동맹국들을 끌어 모아 중국에 대한 포위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에서도 나타났듯이 대북 압박을 목적으로 했던 한·미·일 삼각 체제마저 은근 슬쩍 대중국 압박용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홀로 어떻게 하기 힘들 정도로 이미 커져 있다. 중국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역사공정·문화공정이나 부당한 간섭에 대해서는 당연히 단호히 대응해야겠지만, 일부러 중국을 자극하면 대한민국 안보 환경이 더욱 위태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패권 경쟁에 섣불리 뛰어든다면
 

ⓒ pixabay

 
중국은 현대 국제질서를 지배해온 대서양 체제의 동쪽 축인 서유럽을 이미 능가했다. 그 서쪽 축인 미국에 대해서도 조만간 추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경제뿐 아니라 군사 면에서도 미국을 곧 추월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는 상황, 인도태평양전략 하에 미국과 함께 대중국 포위에 동참하는 일본·인도 역시 중요한 순간에는 중국에 '윙크'를 보내는 상황 등은 트럼프와 바이든이 만들어놓은 포위망이 생각보다 촘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은 서세동점에 편승한 결과로 국력의 비약적 상승을 이뤄냈다. 그런 결과가 일어난 것은 그때의 서세동점이 서양 열강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신 서세동점에 섣불리 편승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흐름에 성급히 편승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가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패권 경쟁에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다.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성급하게 줄을 서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특히 두 가지가 위험하다. 첫째, '뜨는 해'이기는 하지만 '아직 충분히 뜨지 않은 해'를 상대로 성급히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는 무모하다. 둘째, '지는 해'만 믿고 '뜨는 해'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것이다. 이는 더욱 무모하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외교 안보 관련 언행은, 강자를 향한 도전 지향적인 개인의 캐릭터와 겹쳐져서, 둘째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