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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케냐 AA 커피가 있나요? 다른 곳에서 마셨을 때 그 커피가 입맛에 맞던데요."

간혹 손님들 중에 본인의 취향을 말하며 원하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취향에 맞춰서 마시는 것은 좋지만 커피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이럴 경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당혹해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필자들도 예전에는 쉽게 답해줄 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가장 어려운 상황 중 한 가지가 되어버렸다. 왜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일까?

그때 그 맛이 아닌 이유

그 이유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커피농업과 산업의 발전이다. 예전에는 커피를 재배하는 각 대륙별과 나라 또는 지역별로 커피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보니 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커피 품종의 개량과 가공방법의 발전으로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커피인지 알아맞히기 어려워졌다.

그렇다 보니 케냐 AA의 경우도 케냐라는 나라에서 어느 지역과 어떤 농장의 커피였는지, 또 어떤 품종을 재배해 어떤 방식으로 가공했는지 모른다면 쉽게 추천해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커피가 지닌 전체적인 풍미와 바디 정도라면 어느 정도 나라별 기후와 토양 품질에 따라 균일한 부분이 있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될 수 있다.

하지만 로스터의 로스팅 방법과 방식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갖게 되는 특징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준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한 경우도 많다.

"전에 마셨던 그 커피가 아닌 것 같아요."

블랜딩 원두가 아닌 단종 커피만을 고집하며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대표가 되는 블랜딩 원두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고, 그 맛 또한 분기별 또는 매년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싱글 오리진 커피를 고집하지 못하는 이유는 같은 농장, 같은 품종, 같은 가공방식이라 해도 해마다 맛과 품질이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전에 다뤘던 기후변화와 토양, 토질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아무래도 와인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 어느 지역, 어느 와인 제조장에서 몇 년도에 제조된 와인의 값어치가 높은 이유는 그 해에 수확된 포도의 품질이 훌륭하기 때문에 최고급 와인이 탄생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해 와인을 최고로 치며 옥션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 되는 이유와 같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 보니 매장을 대표하는 커피는 블랜딩된 커피가 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비슷한 향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블랜딩된 커피가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이들은 블랜딩된 커피만 쓰는 이유로 원가를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커피보다 장사만 하기 위한 사람들 때문에 생긴 오해가 아닐까 한다.

매년 국내 여러 커퍼들이 지속적인 향미 유지를 위해 재배지에 가서 최고의 커피를 찾아다니는 이유도 그 해 좋은 품질의 커피만을 찾아 고객들에게 최고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맛이 변했다기보다 더 좋은 맛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그때 마셨던 그 커피를 맛보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커피를 마셔봤던 그해, 그때 그 매장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뿐이다.

원두가 아닌 '맛'을 기억하라

어떻게 해야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하고 마실 수 있을까?

먼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커피를 떠올려 보자.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커피를 즐기면서 본인이 마셔봤던 커피 중에 맛있었다고 기억되는 커피를 떠올리면된다. 그리고 맛있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향과 산미와 바디는 어땠는지, 입안에서 맴도는 맛은 어땠는지, 그리고 커피가 남기는 여운은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커피를 정할 수 있다. 물론 그때 마셨던 원두의 배전과 나라 또는 품종까지 기억하고 있다면 더욱 쉽게 접근할 수있을 것이다.

커피의 배전도(볶음 정도) 또한 취향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미가 없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은 적어도 시티 이상이나 풀씨티(중배전) 정도의 배전을 가진 원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크한 느낌을 원하는 이들은 이탈리안이나 프렌치 정도(강배전)의 배전을 선택하면 된다.

산미를 좋아한다면 미디엄 이상의 하이(약중배전) 정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배전을 모를 경우 판매하고 있는 매장에 문의해 상담 후 구매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한바와 같이 같은 배전의 원두라 할지라도 커피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향미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싱글오리진 커피보다 지속적으로 향미를 유지하려고 하는 블랜딩 커피를 기본적으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커피 추출 기구에 따른 여러 추출방법을 경험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365일 아이스커피만 고집하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추출방법만 바뀌어도 커피가 지닌 특징이 여러 형태와 향미를 전해준다.

가압추출은 커피가 지닌 오일로 인해 부드럽고 진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반면, 종이 필터나 여러 여과를 거치는 브루잉 추출은 깔끔한 여운을 주며 여러 향미가 표현된다. 또 콜드브루의 경우 와인을 연상하는 숙성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니 즐겨보고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필자들은 본인의 취향을 찾는것도 좋지만, 그보다 취향을 좀 더 넓혀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와인에도 크게 스파클링, 레드, 화이트 와인 등이 있고 세부적으로는 제조장마다 각기 다른 향미를 가지고 있듯이 커피도 품종과 가공방식 등에 따라 다른 향미를 가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취향, 한가지에만 국한하지 말고 많은 커피를 접해보면서 경험해보고 즐기는 것이 필자들이 추천하는 '나만의 커피 취향과 선택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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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성규·김유완 케이브로스·케이브로스로스터스 대표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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