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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스쿨버스에 붙은 표지판
  미국 스쿨버스에 붙은 표지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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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온양중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김민식(9)군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19년 12월 국회에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신호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제5조의 14에 따라 만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부상을 입었을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일명 '민식이법'이 통과되어 2020년 3월 25일 시행되었다.

이에 더불어 2021년 10월부터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차량의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었고 주정차 위반 시 범칙금이 3배로 승용차 12만 원, 승합차 13만 원이 부가된다. 보험료도 최대 10% 할증되도록 법률이 또 한 번 개정되었다.

스쿨존 사고 이전에 어린이 교통안전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차량 안전사고였다. 2011년에는 태권도장 승합차 문에 도복 끈이 끼어 강원도 철원군의 9살 어린이가 숨지고, 그 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며칠 전에는 대전에서 7살 어린이가 똑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둘 다 차량 문에 옷이 끼었는데 어른이 같이 타고 있지 않아 관리가 어려웠으며 운전자는 아이가 잘 내렸는지 확인하지 않고 차를 출발해 일어난 사고였다.

2007년부터 지속해서 이런 사고가 있었지만, 관리 교사 동승이 의무화된 것은 2015년에나 되어서였다. 일명 '세림이법'이라고 하는 이 법률은 2013년 충북 청주에서 세살 김세림양이 25인승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하차해 걸어가다가 후진하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후에야 제정되었다. 이때에도 승하차를 관리하는 보호자는 없었다.
  
그럼에도 사고는 일어난다

법안의 재정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어린이 보행자 교통사고 수는 매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어린이 교통사고 수는 2016년 4288건에서 2018년 3582건, 2020년에는 2079건으로 줄었다. 스쿨존 내 사고 건수도 2019년 567건에서 2020년 483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2020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등‧하교 인원이 현저히 줄었음에도 여전히 스쿨존 내 사고 건수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5년간, 만 13세 미만 어린이 인구는 2016년 587만 8928명에서 2020년 541만 7187명으로 지속해서 감소해왔다. 매해 0.8%에서 1.7%, 1.7%, 2.0%, 2.7%로 감소율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도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의 원인일 수 있다.

올해에도 승합차 안전사고로 인한 어린이 사망 사건이 있었다. 제주에서 학원 통학 차량을 하차하던 9살 초등학생이 숨졌다. 11년 전, 15년 전에도 있었던 사고와 똑같다. 외투가 문에 끼었는데 차가 그대로 출발했고, 오른쪽 뒷바퀴 아래에 깔려 어린이가 사망했다. 차량 운전자의 진술도 여전히 "차량 문이 닫혀서 아이 옷이 낀 것을 몰랐다"라는 말의 반복이다.

'민식이법'을 대하는 어른들은

'민식이법'은 논의단계에서부터 구설에 올랐다. 과잉처벌이라는 것이다. '과실'과 '고의'를 동등하게 처벌한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합의금을 목적으로 일부러 정차된 차량에 사고를 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는 '형벌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에 가깝지 않다. 정차 중인 차량에 부딪힌 사고가 처벌 대상이 될 리 만무하고 책임이 없는데 처벌을 하는 일은 우리나라 법체계 안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스쿨존 내 규정 속도위반 및 주정차 제한이 엄격하게 시행되며, 이를 어길 경우 보통 도로에 2배에 달하는 벌금 500달러(약 60만 원)을 부여받는다. 스쿨존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도 스쿨버스가 정차할 때는 모든 차량의 통행이 정지되어야 한다. 노란색 스쿨버스 문이 열리면 'Stop(정지)' 표지판이 열리고, 그 뒤로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반대편 차선 차량도 전부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영역 내에서는 사실상 모든 차량이 정차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률은 10만 명당 2.58명(2019년 기준)으로 미국의 0.44명(2019년 기준)에 약 5배 정도나 많다.

우리는 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는가

동양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른과 동등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자소학에는 長者慈幼幼者敬長(장자자유유자경장)이라는 말이 있다. 어른은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린이는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소설 <멋진 신세계>의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는 '천재가 되는 비결은 노년의 나이에도 어린아이와 같은 영혼을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소중한 가치로서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여긴다. 산업혁명기 아동 노동 착취의 어두운 역사를 지나 이루어진 서양에서의 아동 인권 신장의 영향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보행자교통사고로 지난 십수 년간 많은 아이가 죽었다. 키가 작아서 어른의 시야에 안 보인다는 이유로 수많은 아이들이 생명을 빼앗겼다. 문명의 이기로 편리를 얻은 어른들은 어찌 이 아이들에게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는가. 성인 어른 키의 절반도 안 되는 아이들에게, 운전을 배울 수도 없는 아이들에게 알아서 조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게다가 기껏해야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인 아이가 이 법을 악용해 일부러 사고를 낼 것이라는 상상은 도를 넘었다. 적어도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빼앗긴 아이들의 목숨에 사죄하는 마음으로라도 겸허히 이 법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변하지 않는 인식이 9년이 지난 2022년 또 다른 어린이를 '세림이'로 만들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른들은 언제 또 '민식이'를, '세림이'를 잃을지 모른다. 말 못 하는 어린이를, 걸음이 느린 어린이를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닌, 어른과 동등한 책임이 있는 존재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당장 돌아보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안전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승자 탑승 의무화와 같이 세부적인 제도뿐만이 아닌,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길과 나란히 운전하는 모든 운전자에게 책임이 부여되는 새롭고 근본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소진영 바람저널리스트
이 기사는 지속가능저널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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