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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출신으로 전현직 가맹점주들이 모여 만든 '전국가맹점주 협의회' 회원이며 작년까지는 소규모 외식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에서 대표로 회사를 운영했던 소상공인 출신의 시민기자입니다. [기자말]
요즘, 은근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최근 주변 사람으로부터 "지원금(보상금)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는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작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팀목 자금 플러스'를 신청했지만, 증빙 자료를 보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서류를 보완하여 다시 제출했지만, 수개월이 흐르도록 해당 화면에는 '심사 중'이란 메시지만 무심히 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그조차도 가타부타 어떤 회신도 없이, 아예 해당 홈페이지가 사라졌다. 만약 신청 창구(홈페이지)를 변경했다면 적어도 신청자들에겐 안내를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뒤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회사는 '지원대상자'가 아니었다. 올해 2월 9일 공고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에는 처음으로 '지원대상자가 아니지만, 매출액 감소가 확인되는 사업체'라는 기준이 추가 되면서 대상이 좀 더 확대되었지만 이미 우리 회사는 작년 말 폐업하여 그조차도 지원받지 못하게 되었다.
 
당신은 틀리고 내가 맞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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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후보들의 2차 대선 토론이 열렸다. 토론 의제 중 하나가 '코로나 방역 평가와 피해 대책'이었기에 이번 재난 속에서 억울한 심정으로 사업을 정리해야 했던 간접 피해자로서 관심이 없지 않았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정책의 합리성을 판단하기에는 해당 주제에 할당된 20여 분의 시간은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피해 대책 관련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긴급재정명령권발동'을 언급하며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고, 윤석열 후보는 이전(8월, 9월)에 밝혔다던 '50조'라는 거한 보상금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추경안 규모확대가 아닌 '코로나19 특별회계'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심상정 후보는 즉흥적 정책이 아닌 소상공인을 위한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이들 모두 위기의 소상공인을 구해야 한다는 것에는 입을 모았지만, 방법과 관련해서는 '당신의 방식은 틀리고 내 방식만이 맞다'라는 주장이었다.
 
해답은 둘 중 하나가 아니다
 
그동안 방역 피해와 관련된 정치권의 대표적 담론 중 하나가 '보편적 지원 vs. 핀셋 지원'이었다. 이번 토론에서도 이 부분이 거론되었다. 단순하게 보면 '피해를 본 사람에게 그만큼의 피해 보상을 해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고 본다. 그런데 실제 '핀셋 지원'이란 것이 가능한 것일까?
 
먼저 대표적인 영업 제한 업종인 음식점을 보자. 접객 음식점의 줄 폐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교촌, BHC 등 외식 기업의 매출 대박 소식이 기사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에 소속된 가맹점도 코로나로 폐점한 그들처럼 같은 '음식점' 업종이다. 따라서 얼마라도 지원금을 받았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학원업 상황도 비슷했다. 규모가 큰 학원, 특히 반드시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예체능 학원의 피해는 컸지만, 적은 인원의 소규모 '국영수' 학원은 '온라인 수업'으로 바로 전환하여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같은 학원 업종이라서 지원금을 받아 좋았다고 한다. 반면 다른 지인 한 명은, 아내가 운영하던 미술 학원도 지원금을 받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였을 뿐, 이번 코로나 중 폐업을 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가끔 상대적 박탈감은 느낀 피해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진짜 매출이 하락한 업소만 추려서 지원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을 하는 그들조차도 그 선별작업을 기다릴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두에 밝힌 우리 회사의 경우처럼 지원 대상 여부에 대한 답변조차 받지 못하고 폐업을 선택해야 하는 긴박한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소원 제기 1년, 위헌 소지 가득한 국회, 정부 손실보상 대책 규탄 기자회견’이 지난 1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최로 열렸다.
 ‘헌법소원 제기 1년, 위헌 소지 가득한 국회, 정부 손실보상 대책 규탄 기자회견’이 지난 1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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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를 예를 들어보자. 우리 회사 가맹점을 조사한 결과 다행히 대부분의 가맹점이 크고 작은 지원금을 받았다. 문제는 우리 회사 즉, 본사였다. 우리 가맹점이 정부의 지원금과 손실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 회사 매출이 오를 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매출은 가맹점들이 매월 지급하는 '로열티(정기적 가맹금)'가 유일했고 가맹점 매출과 연동되는 '정률제'였다. 따라서 코로나 기간 중 가맹점 매출이 하락하자 본사의 매출도 하락했고 작년 말, 로열티로는 회사 경비조차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 회사가 회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국민재난지원금'과 같은 보편적 지원에 의한 가맹점들의 매출 상승뿐이었다.
 
그 모든 정책을 당장 시행해야 할 때다
 
이 기사를 쓰는 도중에 일본발 기사 하나가 전해졌다. 최근 일본이 예전 일본이 아니고 어느 부분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이 일본을 넘어섰다는 말도 많이 들린다. 그런데 코로나 재난 한복판에 있는 소상공인으로서는 그 기사 속 그들이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었다.
 
그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방역정책에 따른 직접적 피해와 코로나19 재난 상황에 따른 간접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물론, 외식 대기업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명목으로 차고 넘치게 지원한 결과(정말 못 받으면 바보 취급당할 수밖에 없는), 최근 일본의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57년 만에 도산 건수가 가장 적었다는 것이다(<파이낸셜뉴스>, 2.13. - 도쿄서 음식점 운영한 A씨, 2년간 코로나 지원금 1억6천만 원 받았다는데...).
 
물론 이 기사는 일본 내부의 우려도 전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국가부채는 세계 최고이며 현재의 상태는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타이타닉호'와 같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후보들의 모든 주장을 지금 당장 실행하면 된다.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피해 보상금을 줘야 한다. 얼마를 줘야 하냐고? 50조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100조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최대한 빠르고 두터운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글까 말까 고민만 하면 50조가 아니라 100조짜리 진수성찬을 차려 놓아도 산 사람들만 즐기고 죽은 자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제사 음식'이 될 뿐이다.

'추경안, 특별회계' 이런 고민은 '기술 관료, 정치 기술자' 여러분의 몫이다. 배가 빙산을 잘 피해서 가도록 당신들의 경험과 기술을 발휘할 때다. 그러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그 고액 연봉을 주는 것이다.

즉흥적 정책이 아닌 법을 제정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2016년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개정되기 시작한 '가맹사업법'이 현재도 아직도 그 모양인 것을 보면 법 만들어지길 바라다 숨 넘어갈까 걱정된다. 일단 살려 놓고 그 사이 누더기 법을 보완해주길 바란다. 심상정 후보의 주장처럼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들도 꼭 포함되도록 말이다.
 
모래를 한 움큼 쥐어 보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는 반드시 생긴다. 마찬가지로 정책이 아무리 꼼꼼해도 모든 소상공인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재난의 최후의 보루는 사회복지라고 본다. 따라서 이번 재난에 쓸려나간 소상공인들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다시 경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과 같은 강화된 사회복지제도도 마련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원로 정치가 '토니 벤'의 명언을 우리 후보님들에게 전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신념(faith)이란 당신이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것이고, 정책(doctrine)이란 그것 때문에 당신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둘은 큰 차이가 있다.

태그:#대선토론, #방역피해대책, #소상공인, #손실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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