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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인이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점'입니다. [편집자말]
나는 15년 차 상담심리사이자 반려인이다. 오랜 시간 상담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개인의 삶 속에 사회의 변화가 어떻게 녹아들고 있는지를 실감해왔다. 최근 뚜렷이 감지되는 것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중요한 타인'에 반려동물이 포함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과 함께 사는 내담자라면 상담 도중 반려동물 이야기를 반드시 꺼낸다. 대부분의 경우 반려동물은 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친밀한 존재였다.

반려인으로서 인연 맺은 이웃들 중에도 반려동물로 인한 삶의 변화를 지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 전반에서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자리가 커졌다는 의미일 테다. 하지만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있거나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녹록지 않아 보였다.

"쫑아 덕분에 상처를 안 낼 수 있었어요"

#1.

지난해 상담실을 찾았던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있는 대학생이었다. 학교 앞 7평짜리 자취방에 거주하는 그는 불확실한 미래, 경제적 어려움, 홀로 지내는 외로움 등으로 괴로워했다. 잠을 잘 자지 못했고, 답답한 자신의 처지에 숨이 막힐 것 같은 날엔 자해를 하기도 했다. 그의 고통은 너무나 뿌리가 깊어 상담을 통해서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그가 상담 중반 즈음부터 표정이 밝아지고 잠도 잘 자기 시작했다. 자해 행동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유는 그에게 반려견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유기견을 구조했는데 가족의 반대로 혼자 사는 A씨에게 잠시 맡긴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쫑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살기로 했다.

"어젯밤에 또 제 삶이 너무 감옥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문구 칼을 꺼내 들었는데 쫑아가 옆에 와서 저를 핥는 거예요. 쫑아 덕에 상처를 안 낼 수 있었어요."
 

쫑아는 A씨에게 상담자인 나보다 훨씬 더 힘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달랐다.

"친구들이 이렇게 좁은 방에서 개를 키워도 되는지 묻곤 해요. 부모님도 생활비도 부족한 형편에 무슨 개를 키우냐고 하세요. 저 같은 사람은 정말 쫑아와 함께 할 자격이 없는 걸까요?"
 

A씨는 쫑아를 보면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겐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타인' 중 하나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겐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타인" 중 하나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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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구에 사는 B할머니는 반려견 깜구와 둘이 산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고,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지내게 된 할머니는 한동안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TV도 안 보고 멍하게 앉아 있기만 했던 할머니에게 자녀들은 반려견 입양을 권유했다. 마침 전 주인이 더이상 키울 수 없다며 인터넷에 올린 반려견 입양 공고가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깜구를 만났다.

깜구가 오고 나서 할머니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반겨주는 깜구 덕에 늘 웃음이 났고, 매일 산책을 시키면서 운동도 하게 됐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깜구 목줄을 잡고 걸으면 깜구가 약간 앞에서 가니까 그게 지지가 되더라고. 그래서 깜구랑 걷는 건 별로 안 힘들어. 게다가 개가 있으니까 젊은 사람들하고도 이야기가 되는 거야. 강아지 이야기하면 서로 잘 통하잖아. 깜구랑 살다 보니까 생명을 가진 모든 게 애틋하더라고. 그래서 집 앞에 길고양이 밥도 내놓아. 비둘기를 봐도 추운데 뭐 먹을까 걱정이 되고 그래."
 

깜구 덕에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할머니에겐 고민도 생겨냈다. 

"깜구 귀에 염증이 생겨서 병원에 갔는데 3일 치 약값이 5만 원인 거야. 아마도 병원비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아. 그리고 깜구가 혼자 남겨질까 봐 겁이 나. 내가 깜구보다 오래 살아야 할 텐데."

할머니의 소원은 깜구가 아프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이 깜구보다 오래 살아 깜구를 잘 보살펴주는 것이다.

취약계층에게 더 소중한 반려동물

나는 이들의 사연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져 온다. 반려동물은 외롭고 힘든 순간에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이는 A씨와 B할머니만의 경험이 아니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이런 경험이 보편적임을 알려주고 있다. 

경기대학교 이국희 교수의 논문 <사회적 배제, 반려동물 키우기 그리고 심리적 안녕감 :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 사람들, 그러니까 공동체에서 소외되거나 홀로 지내는 등 취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반려동물로 인해 얻는 심리적 안녕감이 컸다.

반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반려동물의 심리적 안녕감이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이는 사회적 취약계층일수록 반려동물에게 받는 영향이 더 크다는 외국의 여러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였다.

2019년 서울시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장애인) 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양육실태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반려동물 덕분에 책임감 증가(92.4%), 외로움 감소(90.5%), 긍정적 사고(86.8%), 활기찬 생활(84.4%), 스트레스 감소(83.0%) 등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취약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사람도 살기 힘든데'라는 시선과 경제적 부담 등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어렵게 만든다. 서울시 조사에서 이들 중 37.7%는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생활비를 줄였고, 7.8%는 빚을 진 경험이 있으며, 4.5%는 병원비 부담 때문에 반려동물에 대한 치료를 포기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 함께 가야 
  
홀로 사는 노년층에겐 반려동물이 삶에 큰 활력소가 되어준다.
 홀로 사는 노년층에겐 반려동물이 삶에 큰 활력소가 되어준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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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나는 이번 20대 대선 후보들이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돌봄 문제를 살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후보들 중 누구도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을 함께 바라보는 공약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최근 서울시가 '우리동네 동물병원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의료비를 지원하고, 경기도, 부산, 순천시 등 몇몇 지자체가 취약계층 반려동물 지원책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대선 후보들의 시야는 좁게만 느껴진다.

가장 절실한 것은 동물병원비 지원이다(서울시 조사결과 취약계층 반려인의 30.1%가 의료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방접종, 진료비, 중성화 수술 등을 지원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특히 중성화 수술은 무분별한 번식과 이로 인한 방치와 유기를 예방하는 동시에 반려동물의 질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도 있다. 홀로 지내는 외로움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이들이 많음을 감안할 때, 부재시 반려동물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위탁돌봄을 지원하는 것도 꼭 필요해 보인다.

반려동물 양육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이수케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1인 가구이거나 좁은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 적극적인 놀이로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법들을 알고 숙지해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화 훈련이 이뤄져야 반려인과 반려동물, 비반려인 모두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려동물 교육 프로그램들은 대체로 사설 업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취약계층도 접근할 수 있는 공공교육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현재 대선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의료비 소득공제 등은 취약계층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들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공약이 특별히 취약계층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보다 직접적으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엄연한 가족 구성원이다. 혼자 살거나, 사회적 경제적 혹은 심리 신체적으로 취약한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유일하고 더 절실한 가족인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사람도 살기 어려운데'라는 말은 폭력일 뿐이다.

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족을 포기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 역시 '사람 가족'의 삶의 조건과는 상관없이 충분한 돌봄을 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취약계층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 마련을 통해 사람과 동물의 '상생'이 시작된다면 정말 좋겠다.

A씨와 B할머니의 죄책감과 걱정이 사라지길, 쫑아와 깜구에게도 보다 안전한 세상이길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 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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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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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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