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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만에 바뀐 음성고등학교 명판
 71년 만에 바뀐 음성고등학교 명판
ⓒ 최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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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에 개교한 충북 음성고등학교가 학교 이름의 한자 명판을 71년 만에 한글 명판으로 바꿔 화제다. 20년째 중고등학교 특강을 다니고 있는 기자로서는 최시선 교장이 직접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이 일이 얼마나 혁명적인(?) 일인지를 직감했다. 교육부 통계조차 잡혀 있지 않지만, 한자 명판이 의외로 많고 이것을 한글로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최시선 교장은 8개월 전 음성고에 부임하자마자 제일 마음에 걸린 것은 학교 정문에 박혀 있는 한자 교명 명판이었다고 한다. "陰城高等學校! 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교명을 저렇게 한자로 해 놓았다는 말인가!"라고 홀로 탄식했다고 한다. 1984년에 정문을 다시 세우면서 만든 명판이지만 실제로는 1951년 개교 이래 71년간 한자 명판을 유지한 셈이다.

최 교장은 왜 이 일을 강력하게 추진했는지 페이스북에서 밝힌 대로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점을 강조했다.

"세종이 왜 훈민정음을 만들었는가요? 바로 세종 서문에서처럼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로 씀에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 아니었나요? 한글 반포한 지 550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현판으로 학생들을 맞이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는 한자나 영어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문제는 한글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한데, 이를 제쳐두고 굳이 한자나 영어를 쓰는 것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일부 지식층만을 위한 이런 식의 한자 사용은 오히려 한자를 잘못 사용하는 것이고, 한글 자중감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그래도 신중히 처리해야 하므로 최 교장은 동문회 관계자, 학교운영위 위원,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 등에게 자문했다고 한다. 대부분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명판을 읽어보라고 했더니, 대부분 겨우 高자와 學자 정도를 읽을 줄 알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명판 바꾸기 단행을 했다. 학교명만 바꾼 것이 아니다. 5회 졸업생들이 세웠다고 하는 기증 새김돌도 한글 표기 쉬운 말로 바꾸고 과학관 건물 역사를 새긴 새김돌까지 바꿨다.
 
1984년에 세운 국한문 혼용 기증 새김돌과 한글로 바꾼 새김돌
 1984년에 세운 국한문 혼용 기증 새김돌과 한글로 바꾼 새김돌
ⓒ 최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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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세운 과학관 건립 역사 새김돌
 1986년에 세운 과학관 건립 역사 새김돌
ⓒ 최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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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욱(고 2) 학생회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2년 동안 무심결에 지나쳐 늘 어떤 글자인지 뜻과 함께 궁금했는데 쉬운 한글로 바뀌어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는 못하고 친구들과는 사진으로 공유했더니 다들 보기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새김돌이 더 반가웠다고 한다. 노 회장은 "과학관에서 수업을 많이 하는데 건물 내력과 학교 역사를 알게 돼 너무 기쁘구요, 후배들이 학교 역사를 제대로 알고 한자 현판 문제를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고 2 고덕환, 김현중, 노영욱(학생회장), 서준원 학생
 왼쪽부터 고 2 고덕환, 김현중, 노영욱(학생회장), 서준원 학생
ⓒ 노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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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취재 소식을 듣고 노 회장은 급히 친구들과 일부러 학교에 가서 기념 사진을 보내주었다. 최시선 교장 선생님의 이런 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훈민정음에 관한 책(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경진)까지 내신 것까지도 알고 있다고 하면서, 평소에도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하셨다고 한다.

충청북도 교육청 오미선 장학사는 문자 인터뷰에서 "학교명 표기는 당연히 한글 표기로 해야하지요. 공공기관은 국어기본법 지켜야 하고요. 국어기본법 이전에 한글정신,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해 우리 글자로 써야지요"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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