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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국민의힘 인천총괄선대위원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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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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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세력이 의기양양을 넘어 대선에서 승리하면 다시 이념을 잣대로 검증하겠다는 망언을 일삼고 있다."

안상수 국민의힘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는 문화예술계 거장"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좌파 문화계를 확 바꾸겠다는 뜻을 표명하자 문화예술계가 망언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상수 위원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존경받는 아티스트로 거론되어야 할 분이 좌파들의 네거티브 프레임에 씌어 공격당했다는 것이 굉장히 어처구니가 없고 답답합니다"라고 밝혔다. 영상에서는 "김건희씨가 아티스트로 우리나라 수준을 높여주는 사람인데, 변론해주는 사람이 안나왔다"면서 "문화예술계 쪽은 좌파들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장 블랙리스트 피해단체들이 모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블랙리스트 위원장이 발끈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미술인이기도 한 정 위원장은 이를 망언으로 규정하면서 "좌파 탓을 하고 좌파 문화계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또 다시 '블랙리스트'를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분개했다.

또한 "김건희씨의 코바나컨텐츠에서 개최한 전시를 본 미술계의 전문가들은 자본으로 물량공세 하여 유명 작가 전시를 유치한 이벤트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었다"며 "그저 '서양 유명 작가 작품을 많이 보여주면 좋은 거 아닌가'라는 사고는 이 전시를 경험할 관객들을 무지몽매한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자행된 블랙리스트 문제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이념 잣대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발표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5810인 선언에는 "오늘날 이념화된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적시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일찍이 가지고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블랙리스트 범죄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별 게 아니었다는 인식도 엿보인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이문열 소설가는 11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는 전혀 실효도 없었고 내가 알기로도 탁상 기획으로 끝난 걸로 알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진행돼서 이 사람을 배제해라 하는 식의 어떤 정치적 결정이나 행정적인 분리로 나타나는 그런 경우는 그래서 내가 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좌파 청산 기조와 차이 없어
 
지난해 11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가 개최한 블랙리스 사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윤희 위원장
 지난해 11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가 개최한 블랙리스 사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윤희 위원장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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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20년 박근혜 정부의 일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상고심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문체부 산하기관 직원들을 시켜 정부에 반감을 가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지원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월 2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원, 문체부 등 국가 행정기관을 총동원해 문화예술인들을 사찰하고, 지원배제하고 차별했던 불법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블랙리스트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부가 진상조사를 통해 차별과 배제가 이뤄진 구체적 사실들이 밝혀졌음에도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은 사과는커녕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이념 잣대를 들이대며 문화예술계에 좌파가 많다는 인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예술계 좌파 청산을 외쳤던 기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진보적 성향의 문화예술계 특색을 무시한 채 이념을 기준으로 가르려는 태도가 결과적으로 블랙리스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실력과 능력에서 떨어지는 것을 정치적 관점으로 만회하려다 생겨낸 것인 국가범죄로 규정된 블랙리스트였다. 좌파 문화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블랙리스트의 연장선인 셈이다.

국민의힘에 선대위를 돕고 있는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우리가 이기면 문화예술 기관장 교체 등의 전반적인 물갈이는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정윤희 블랙리스트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이 인정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문화민주주의와는 정반대로 달리는 반민주적인 국정농단 세력과 그 후보가 참으로 위험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재명 후보 측은 블랙리스트 피해 회복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으나 특별법과 제도개선 전담조직 및 법제 개선 방향에는 미흡하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태그:#블랙리스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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