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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PT를 가는 길에 회사 동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본인의 우울증 자가진단 리스트를 보내주며 아무래도 우울증인 것 같다고 심리상담 병원을 알면 추천해달라고 했다.

필자 주변에는 우울증으로 심리상담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는 로스쿨생들과 또래 직장인들이 꽤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우울증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면서 정신의학과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본인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볼 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MZ세대가 건강을 위해 하는 일

건강은 10대부터 고령층까지 모두의 관심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나이만 믿고 막살았다가 30이 넘어 건강관리할 걸 후회했다'며 20대에게 조언해주는 선배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너나 할 거 없이 건강에 힘쓰는 시대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젊음만 믿고 몸을 혹사하는 건 주류(the mainstream)가 아님은 분명하다. 2030 직장인들의 퇴근 후 일과를 살펴보면, 헬스뿐 아니라 필라테스, 테니스 등 본인에 맞는 운동에 시간을 투자한다.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헬스 케어 앱이 성행할 정도로 젊은 층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연령에 상관없이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발생한다. 질병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눈으로 보고 느끼며, 건강 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더라도 면역력에 관심을 갖고 서로의 건강을 묻는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크고 있는 데에는 고령화 못지않게 MZ세대의 수요 증가(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가 한몫을 한다. 실제로 작년 건강기능식품 소비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는 리서치도 있다.

젊은 층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는 선물 트렌드에도 반영된다. 카카오 커머스에 따르면 작년 '선물하기'의 건강기능식품 거래액이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그중 20대(56%), 30대(66%)의 성장률이 특히 괄목할 만하다. 

MZ세대는 비대면이 일상화되기 전부터 카카오톡의 '선물하기'를 통해 케이크나 치킨 모바일 쿠폰으로 생일 선물을 주고받았다. 요즘은 코로나로 만나기가 더 어려워 선물하기 기능을 더 자주 활용하는데, 필자와 주변인들을 보면 비타민, 영양제,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하는 경우가 확실히 증가했다.

우울한 2030의 셀프 마음 챙기기
 
건강 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더라도 면역력에 관심을 갖고 서로의?건강을?묻는다.
 건강 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더라도 면역력에 관심을 갖고 서로의?건강을?묻는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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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건강 챙기기는 신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음 건강에도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건강하지 않다'는 자각이 있어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연령대에서 30대의 우울 점수(6.4점)와 우울 위험군 비율(27.8%)이 가장 높았고, 우울감과 관련한 '자살 생각 비율'도 30대와 20대가 1,2위를 차지했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기를 살고 있지만 아직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이제 막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2030이 체감하는 코로나 블루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여러 직장인 커뮤니티에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심리 테스트가 있다. 알약 또는 드레스 사진의 색깔이 어떻게 보이는지 묻는 테스트로,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다른 색으로 인식된다는 일종의 스트레스 진단이었다. 재미로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이러한 테스트는 각 조직에서 서로에게 공유되며 은연중에 본인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알람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SNS를 통해 우울증 자가 진단 리스트와 다양한 심리테스트가 유행하는 현상은 SNS 주요 소비층이 정신 건강과 심리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의 시대, 코로나로 인한 실존적 불안을 느끼는 2030이 끊임없이 본인의 마음 상태를 궁금해하고 심리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몸이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치료할 수 있듯이, 본인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지 심리 콘텐츠들을 통해 본인을 진단하는 것이다.

심리학으로 본인을 이해하려는 노력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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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여가시간을 장악했던 때에는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힐링을 했다. 연예인들이 연출하는 상황과 웃음을 유도하는 멘트에 실소를 뱉었다.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소리 내어 웃는다는 게 힐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어떤 힘듦이 있고 왜 마음이 고단한지 파악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과제라고 느꼈기에 TV에 나의 힘듦을 잠시 맡겨둔 것이다.

이제는 TV가 아닌 OTT(over-the-top media service)의 시대다. 유튜브와 여러 구독 채널들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 시청한다(on demand). 채널을 돌리다가 잠시 멈춰서 웃는 걸로 힐링하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콘텐츠로 여가 시간을 보낸다. 지금 내게 필요한 콘텐츠가 뭔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그리고 많은 2030은 심리 관련 콘텐츠를 선택해 본인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여러 심리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는 구독자가 117만 명으로, 구독자의 절반이 2030이다.

여러 동영상 콘텐츠 중 '~하는 심리'라는 주제의 영상들이 상대적으로 조회수가 높은데, 업로드된 지 1주일도 채 안 된 심리테스트 영상은 97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조회수는 심리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걸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는 MZ세대가 좋아하는 육아법 코칭 프로그램이다. 주 시청자 연령층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10대부터 30대의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아이가 없는 청년층이 오은영 박사에 열광하는 이유는 "실패해도 괜찮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라는 진정성 있는 위로와 오은영 박사의 육아 솔루션을 통해 본인의 어린 시절과 부모를 이해하게 되면서 심리적 치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2030의 콘텐츠 소비를 통해 그들의 마음건강 챙김을 확인할 수 있다.

우울,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다. 불확실성과 팬데믹이라는 불안 요소가 조용히 삶의 한 편에 자리 잡았다. SNS에서 수없이 공유되는 행복한 사진들과 건강한 삶을 보며 '나만 힘들고 우울한가'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마음이 힘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음을 공부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하고 무기력할수록 나를 이해하는 노력, 몸을 움직이는 노력을 해보는 걸 제안한다. 예부터 전해지는 변치 않는 사실은 "건강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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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그렇게 피터팬 내지는 돈키호테를 닮은 낭만주의자가 되었다.그러나 네버랜드는 없다. 출근하는 피터팬으로 살며 책임감 있는 어른과 낭만주의자의 균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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