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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두 번째 TV토론이 열렸다. 이 자리에 기자협회 회장과 간부가 나와 각각 후보들에게 언론 현안 두 가지에 대해 질문하고 1분 내에 답변을 하도록 주문했다. 네 가지 질문 모두 긴 토론이 필요한 데 비해 짧은 시간에 단답형 대답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기자협회의 의견에 찬성해달라는 압박에 다름 아니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팩트가 확인된 좋은 뉴스가 선순환하기보다는 허위조작정보가 악순환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의 신뢰가 매우 낮고 기자들이 국민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언론현업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자율규제기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는 기대했던 모범답안을 제출했다. 그 자리에서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고 존경하지도 않는 것을 알면서도 허위조작정보를 생산하는 기자들이 나서서 언론자율규제를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할까? 자신들의 당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자들 단체의 회장이 묻는 질문에 후보들이 그 자리에서 반대할 수 있을까?

유일하게 반대한 윤석열 후보는 "자율규제라는 건 내용도 모르겠고, 어떤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사법적인 절차에 맡기는 게 맞다고 한 것이다. 윤 후보는 다음날인 12일 호남 방문 열차에서 기자들에게 진실보도를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언론 보도의 진실성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 등 사법절차를 통해 허위 보도가 확실하게 책임지는 일을 한 번도 해 온 적이 없다"며 허위 보도를 낸 언론에 대한 사법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그 말이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찬성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가 보편적으로 채택하지 않은 손해배상 제도를 굳이 언론 소송에서만 징벌적으로 특별히 집어넣는 건 균형에 맞지 않다"면서 중재가 성사되지 않고 "재판으로 끝까지 가면 거기에는 상당한 배상 책임과 제재가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자신을 포함한 소위 '본부장'(본인·부인·장모) 관련 은폐 보도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고 그것을 파헤치는 극히 일부 보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을 감안하더라도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미국의 언론사 파산을 사례로 든 것을 두고 이를 비판한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14일 자 기사도 언론자유 지상주의라는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 후보의 거친 주장 중에는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다.

허위조작정보 해결 노력을 선행적으로 기울여야

꼭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표현을 걸지 않더라도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피해를 입힌 만큼의 법적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법원이 판결한 배상금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허위조작정보라는 범죄행위에 대해 사법적 처벌을 가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상식이다. 이것을 반대하는 것은 유해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그들 업체의 자율규제에 맡기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의 방종이 아닌 국민의 권리로서 보호하는 것이며, 언론사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실적 정보와 진실을 제약 없이 보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민에 의한 위임이요, 사회적 합의인 것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리는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자유를 빌미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사법적 제재에 반대하는 것은 범죄의 온상을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설령 자율규제기구를 둔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나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뿐만 아니라 허위조작정보 피해에 대해 그에 합당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데 대해 그것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하물며 생중계되는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자들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것은 상도를 벗어났다.

선의적으로 해석해 자율규제기구를 두더라도(지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내부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고,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조치에 대해서는 사법적 절차를 지원한다는 정도의 강제규정을 두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세 질문에 대해서도 무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쉽게 단정할 문제가 아니며, 지역신문 지원도 지역언론의 현실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사실은 이런 문제들은 케케묵은 옛날 얘기들이다. 미디어 생태계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변화했는데 20년 30년 묵은 레거시 미디어의 과거에 매달리는 꼴이다.

TV토론을 주최한 기자협회를 비롯해서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추진한다는 언론현업단체들은 근본적으로 허위조작정보가 난무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해 해결하는 노력을 선행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포털을 정비하지 않으면 허위조작정보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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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등 역임. 현재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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