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시민기자 그룹 '사춘기와 갱년기'는 요즘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갱년기 부모들의 사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사춘기 아들과 거리를 좁혀보고자 구입한 게임기
▲ 게임기 사춘기 아들과 거리를 좁혀보고자 구입한 게임기
ⓒ 신재호

관련사진보기


사춘기 아들과 하나둘 함께하기 시작했다

"아빠, 빨리 와. 한판 하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들이 다급히 불렀다. 간단히 씻고 가보니 거실에 게임기를 이미 세팅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소위 계급장 떼고 둘이서 처절한 승부를 펼친다. 혹여나 실수라도 하면 놓치지 않고, 그 점을 집요하게 공략한다. 고도의 심리전이다.  

비록 아들과의 승부지만, 나는 최선을 다한다.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애를 쓰지만, 늘상 게임기를 붙들고 사는 아들에게는 도저히 배겨낼 수 없었다. 연이은 패배로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빠, 이젠 운동하러 가자." 

그리곤 본인 방으로 나를 끌고 갔다. 얼마 전, 갑자기 몸을 키워야겠다며 턱걸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로 밖에서 운동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생각해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실내용 철봉을 샀다. 그리곤 아들 방에서 세탁실로 이어지는 문틀에 설치했다. 제법 튼튼하고 높이도 적당해서 대만족이었다. 

아들이 먼저 한다고 해서 뒤에서 허리를 잡았다.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한다. 오르기 편하게 힘을 보태고, "하나, 둘" 구호도 넣어준다. 마지막 10번째를 마치면 둘이서 위치를 바꾸고 이젠 내가 할 차례가 돌아온다.

아들보다도 훨씬 큰 소리를 내며 낑낑댄다. 그래도 예전엔 10개 정도는 가뿐하게 했는데, 살도 찌고 나이도 먹으니 하나 하기도 버거웠다. 그래도 아들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젖 먹는 힘까지 쥐어짠다. 이렇게 3세트를 마치면 둘 다 침대에 쓰러져 몹시 뻐근한 몸을 돌본다. 
 
운동을 하고 싶다는 사춘기 아들을 위해서 문 틀에 설치한 실내 용 턱걸이
▲ 실내 용 턱걸이 운동을 하고 싶다는 사춘기 아들을 위해서 문 틀에 설치한 실내 용 턱걸이
ⓒ 신재호

관련사진보기

 
안방으로 돌아오면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래도 피곤하기보다는 아들과 무언가를 함께 했다는 마음에 뿌듯하다. 그제야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뒤적거리며 잠시 쉼을 갖는다. 

사실 이런 변화가 신기하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우리는 대치 상태였다. 아들이 사춘기 구간에 진입한 뒤로는 말도 잘 듣지 않고, 게임만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몇 마디 했더니 발끈하길래 크게 혼을 냈다. 그 뒤로 내가 나타나면 피하기 바쁘고, 다시 잘해보려고 다가가면 밀어만 냈다.  

속도 많이 상하고, 어떻게 하면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문득 게임기가 떠올랐다.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면 뭐라도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적당할 때 아들에게 물었고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눈물을 머금고, 그동안 모았던 비상금을 모두 털었다. 아들도 용돈을 보태서 최신 버전의 게임기를 샀다. 연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에도 가입하고 둘이서 하기 위해 컨트롤러를 하나 더 샀다.  

일주일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게임기가 도착했다. 함께 설치한 후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 게임을 해보았다. 그런데 어찌나 재밌던지. 예전 생각도 나고, 아들도 기뻐하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나중에는 내가 좀 더 하고 싶다고 조를 정도였다.

그전까지는 한 발 뒤에 물러나서 잔소리만 하기 바빴는데, 아예 그 속으로 들어가 함께하니 사이도 좋아지고, 아들을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좋은 관계가 계속 이어져 함께 운동도 하게 되었고 주말엔 넷플릭스 영화도 보면서 시간도 보낸다. 대화 시간도 전보다 부쩍 늘었다. 

거리두기에 관한 고민거리들 

생각해보면 전에는 집에 오면 가족들과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방에 들어가 쉬기 바빴다. 몸도 피곤했고, 솔직히 특별히 함께할 것도 없었다. 특히 사춘기에 진입한 아들은 굳게 닫힌 방 안에서 나올 줄 몰랐다. 나도 별다른 노력 없이 그대로 버려뒀다. 

아이가 취향이 생기고 본인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돌이켜 보아도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거리 두기 시작했다. 수시로 가족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고, 그런 내 모습이 불편했는지 잦은 갈등 끝에 전과는 다른 관계가 만들어졌다. 나를 마냥 어리게만 보지 않고, 조금은 인정을 해주는. 

그것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멀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아버지와는 더욱 데면데면해서, 다시 편하게 이야기 나누게 된 것은 거의 결혼할 때가 다 되어서였다. 물론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만, 그 시기에도 서로 좀 더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덜 멀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다. 사춘기 아들과 잘 지내보려고 이것저것 시도를 하고 있는데, 차라리 그냥 두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노력하는 편이 좋을까. 관계가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을 보면 후자가 맞을 것 같은데, 오히려 이러다가 아들의 성장을 막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만약 예전 같으면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신나게 만나고 놀기도 했을 텐데 상황이 이러니 집에 갇혀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다. 그럴 때 나라도 함께 하며 놀아주는 것이 맞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화도 해본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주야장천 혼자만 있으며 시간을 보낼 것 같아 걱정도 된다. 본인도 심심하니깐 놀아주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뿐 아니라 집안에서의 거리두기도 고민거리였다.

지난번에는 게임을 마치고, 잠시 쉴 때 슬쩍 물어보았다. 

"아들, 아빠랑 이렇게 노는 것 괜찮아?" 
"몰라... 그건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 그래서 어떤데?" 
"음... 좋아." 


그리고 쓱 하고 방으로 사라졌다. 그 말이 뭐라고 뭉클했다. 마음속에 조그만 꽃씨가 활짝 피었다. 그래. 지금은 이렇게 가보는 거야. 아들도 괜찮다고 하고, 나도 함께해서 좋으니 일단 가던 길을 그대로 가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도 한 가지 다짐을 더 했다. 최대한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땐 쿨하게 보내주기. 친구들이 좋아서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도 서운해 말고 적극적으로 응원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는 아들이 전부터 보고 싶다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예매했다. 극장에서 이런 영화를 본 지 정말 오래되었지만, 아들을 위해서 과감하게 용기를 냈다. 아마도 중학생들 숲에서 유일한 중년 아저씨가 될 것 같다. 

예매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니, 웬일인지 이모티콘도 넣어 답을 했다. 웃겨서 한참을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평소 감정 표현이 인색한 녀석이 정말 좋았나 보다. 그나저나 아들 덕분에 오래간만에 추억에 흠뻑 젖어보겠네. 이러다가 반짝 회춘하는 것은 아닐는지.
 
사춘기 아들과 거리두기가 고민인 요즘이다.
▲ 사춘기 아들과 거리두기 사춘기 아들과 거리두기가 고민인 요즘이다.
ⓒ ?ⓒ heftiba,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brunch.co.kr/xcape77)와 개인 블로그(https://m.blog.naver.com/xcape77)에도 발행됩니다.


group사춘기와갱년기 http://omn.kr/group/parents_issue
요즘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갱년기 부모들의 사는 이야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