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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땅이 다 니 땅이냐?"

양평장에 때 아닌 겨울 난장이 벌어졌다. 군청 인근 도심에서 열린 오일장(3·8일) '양평물맑은시장' 한복판 쉼터. 일단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었다. "땅도 땅도 내 땅이다." 자진모리 장단에 흥이 한껏 올랐다.

여주양평문화예술인모임(상임위원장 하현주, 공동위원장 이영학·권미강·양호길) 소속 문화 예술인들이 13일 양평장터에서 벌인 난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장모 부동산투기 의혹이 구체적으로 불거졌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길거리 시위에 나선 것. 이들은 마당굿을 20일·5(3월)일(여주장), 28일(양평장) 이어간다.

위원회 소속 문화예술인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진보적(중도 포함) 활동을 하던 이들. 수구 정치에 반대하며 자신들이 제시한 문화예술 정책을 수용한 후보를 지지하고 여주와 양평에서 생계를 꾸리는 이들이다.

시장 쉼터 한쪽 소녀상 곁에서 길놀이를 시작한 풍물패(다스름, 김미진·정수석 대표)가 넓이 2백여평의 광장을 한 바퀴 돌아 한가운데로 다가서며 마당극 각설이가 시작됐다. 한쪽에서 작은 시비가 있었지만 곧 누그러들었다.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이 '양평 땅이 다 니 땅이냐' 마당극 길놀이를 하고 있다.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이 "양평 땅이 다 니 땅이냐" 마당극 길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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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전기중씨가 마당극 도중 글쓰기를 하고 있다.
 서예가 전기중씨가 마당극 도중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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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 그분 법사가 오셨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 씨구 씨구 들어간다." 각설이 정수석씨는 "이상한 소문"이 양평 땅에 돈다며 "양평 땅도 니 땅이냐"고 외치더니, 원형 극장 한 가운데서 다리를 쩍 벌리고는 "그 분이 오셨다"고 빙의 소리를 시작한다.

거들먹거리는 건 물론이고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난다는 듯 곁에 굽신거리는 이에게 기록 장부를 받아 읽는 듯하더니 이내 내 던진다. 그리고는 "법사가 오셨다"며 "폭탄주 한 잔 하러 가야 한다"고 내뺀다.

그렇게 한바탕 마당극이 끝나고는 하얀 플래카드 하나가 원형극장 한쪽에 펼쳐진다. 서예인 전기중씨가 먹물과 붓을 들고 등장, 강열한 필치로 굵은 글씨를 써내려 간다. "양평 땅 다 니 땅이냐."

풍물패에 북을 들고 출연해 글씨굿을 지켜보던 이영학 공동위원장(여주민예총 시각예술위 총무)은 "윤석열 후보의 장모 부동산투기 비리 의혹이 짙은 데 처벌은커녕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난장으로 이를 알리고 단죄를 이끌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한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기본소득 등 문화예술인들이 기대하는 내용이 많아 이를 알리고, 또 지역사회 문화예술인들이 자신들의 특색을 살린 정책을 대선 공간에 제기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출신 성우 석원희씨가 시낭송을 하고 있다.
 KBS출신 성우 석원희씨가 시낭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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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 김원주씨가 민중의 아픔을 몸굿으로 표현하고 있다.
 춤꾼 김원주씨가 민중의 아픔을 몸굿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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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공흥 부동산비리 단죄"

잠시 뒤 KBS출신 성우 석원희씨가 무대 한 가운데로 나선다. 시인 홍일선의 시 '공경 동네북'을 낭송한다. 석씨도 그렇고 홍일선씨도 여주양평위원회 회원이다. 홍 시인은 여주에서 농부의 삶을 살고 있다.

"그 동네북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것은/ 우리 삶이 혹독할 때/ 늘 한자리에서 응달 속 슬하들/ 꼬옥 보듬어 안아 주셨기 때문인데.../아픈 손 잡아주는 이 없는 세상/ 동네북은 있어서..."(홍일선 시 '공경 동네북' 중)

종합예술인(도예 및 춤) 김원주씨의 몸굿이 이어졌다. 무대 한 가운데 홀로 웅크려 누운 춤꾼. 한참의 정적을 깨고 힘겹게 일어나더니 온 몸으로 고통을 표현한다. 풍물에 섞여 울리는 태평소 소리가 깊은 한을 일깨운다.

김원주씨는 자신의 춤에 "소외되고 힘들어 하는 민중의 삶을 몸짓으로 표현했다"며 "비상식적인 정치와 비뚤어진 문화를 바로 세우려는 희망을 주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예술을 몸굿이라고 표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행사장 한쪽에서 몸굿을 지켜보던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은 "지난 2달간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 장모 양평 땅투기의 농지법 위반과 김선교 당시 군수의 17억원 개발부담금(세금) 면제 특혜 의혹을 알리느라 노력했다"며 "문화예술인들이 이런 노력을 해주니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대중음악인 김기환씨가 자작곡 '땅 좀 주소'를 부르고 있다.
 대중음악인 김기환씨가 자작곡 "땅 좀 주소"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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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이 마당굿 '양평 땅 다 니 땅이냐'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이 마당굿 "양평 땅 다 니 땅이냐"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 최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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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좀 주소, 밥 좀 주소"

최 위원장은 "수많은 부동산 투기와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데 조사와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무대에는 대중음악인 김기환씨가 나섰다. 그는 "물 좀 주소, 땅 좀 주소"를 외치는 자작곡을 불렀다. "배고파요, 밥 좀 주소",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의 처지를 호소하는 노래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곡이 끝나고 가수가 자리를 뜨려하자, "노래 좀 주소" 앙코르 요청이 커졌다.

김씨는 "비극적이고 슬픈 노래지만 만주에서 시베리아에서 그리고 한반도 곳곳에서 불렸던 작사 작곡 미상의 아리랑"을 앙코르 곡으로 불렀다. 광장을 숙연하게 한 그의 노래가 끝나갈 무렵 누군가 다시 외쳤다.

"양평 땅이 다 니 땅이냐, 그만 좀 처먹어라."

덧붙이는 글 | 인터넷저널에도 게재


태그:#여주양평, #공흥비리, #땅투기, #양평장난장, #문화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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