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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과 지방 모두 아파트 매수 심리가 크게 약화되었다.
▲ 지역별 아파트 매매수급동향 최근 수도권과 지방 모두 아파트 매수 심리가 크게 약화되었다.
ⓒ 한국부동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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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가격이 1년 8개월 만에 하락했다.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대장주 격인 강남 집값도 결국 조정기에 들어갔다. 대장주의 움직임은 주변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 전체의 흐름을 만든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1주(7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4로 1년 전 (21.2.1) 118.2보다 크게 하락했다. 지방권도 95.9로 일 년 전 111.2보다 하락했다.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수보다 매도 심리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우위,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우위임을 의미한다.

한국부동산원은 2012년 7월 이후부터 매주 통계를 발표하는데, 수도권은 2021년 2월에 역대 최고치 118.8, 지방권은 2020년 12월에 114.1을 찍고 약보합을 유지하다 최근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부동산 거래량도 대폭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1년 1월은 5794건, 5월은 4900건, 9월은 2705건, 12월은 1125건이 집계됐다. 수요가 줄어든 탓이 큰데,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시장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 제한, 금리 상승, 공급 확대, 매수자 관망세 지속 등 가격 하방 요인이 시장 내·외부에 넘쳐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부동산 대세 상승이 끝났다고 말한다. 부동산 상승론자도 당분간 하락을 예상하며 저가 매수 기회라고 주장한다.

그간 엄청난 집값 상승에 비하면 지금 하락은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을 매수한 개인들은 보유 즉시 하락을 맞이하는 괴로운 상황에 직면한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든 투자를 위해서든, 영끌·빚투로 부동산을 고점에 매수한 개인들. 이들의 결정을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 탓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수 있을까?

정부의 하락 경고, 공포 마케팅으로 치부한 언론

부동산 가격이 가파른 상승을 하게 된 원인에는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게 공급된 유동성과 시장 심리를 예측하지 못한 정책이다.

팬데믹 극복을 위해 시중에 풀린 자금이 자산 시장으로 쏠렸다. 저성장 시대에 마땅한 투자 대안은 없고, 현금 보유는 기회비용이 높고, 코로나 19로 소비 심리는 위축되었다. 갈 곳 잃은 자금이 부동산·주식·코인 시장으로 흘러간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정부는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내놓았다.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종부세와 양도세를 강화하고 대출을 규제했다. 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 대책과 임대차 보호법을 시행했다.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시장 심리를 고려해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각각의 법 취지는 좋았지만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수요 측면의 정책이 시장의 욕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었다.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른 사실과 가격 고점을 우려하는 건 별개다. 작년 6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집값 하락을 경고했다. 단기간 내 비정상적 가격 상승과 부동산 장기 투자 관점을 고려한 주장이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공포를 조장하는 정부를 믿지 말라고 보도했다. 정부가 이미 신뢰를 잃었고 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다음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현 정부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점에 주도권을 잡은 건 언론이었다.

언론의 책임은 없나
 
설문조사의 응답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 요인으로 정부, 정치권, 투기자와 함께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인식했다.
 설문조사의 응답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 요인으로 정부, 정치권, 투기자와 함께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인식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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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서 발간한 <부동산 보도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보도에 관한 설문조사의 응답자 중 84%가 "부동산 보도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정부, 정치권, 투기자가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 주된 요인이라고 인식했다. 그 다음으로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보았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편중된 보도 행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응답했다. 부동산 양극화를 내세우며 다른 지역 시민에게 박탈감을 심었다.

그리고 부동산 뉴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단기 시세 변화를 중계식 보도한 점이 두드러졌다. 집값 상승이나 하락 등의 시황과 아파트 입지, 분양, 재건축 등 투자 전략을 소개하는 광고성 보도도 문제라고 인식되었다.

언론은 정부가 공급이 충분하다는 객관적 수치 지표에 매몰돼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언론이 숫자에 집중하여 '지금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시그널을 준 것도 비판받아야 한다.

위의 연구에서도 '미친', '불안', '고통' 등 부정적인 단어와 '세금폭탄', '전세대란' 등 공격적인 어휘가 자주 뉴스에 사용되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장에 공포를 자극하는 보도는 적절하지 않다.

인내심 한계에 다다른 무주택자

빚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영끌'이 보도를 통해 더욱 확산하였다. 일부 무주택자를 포함한 시민들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매수(패닉바잉)에 나섰다. 평생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것이다.

이제 언론은 영끌족이 시장을 잘못 읽고 성급하게 투자했다고 말한다. 여전히 일시적 조정 후 상승을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을 미리 경고하지 못한 데에 반성은 없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자아 고갈 이론'을 제시하며 인내력을 연료에 비유했다. 유혹을 참을수록 인내력은 고갈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아 고갈로 내몰려서 한 행동은 개인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 광고를 노출하여 소비를 부추기기도 하지만 수많은 정보 속에서 길을 찾게 도와주기도 한다. 언론도 개인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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