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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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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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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이 '플랫폼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입점업체가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를 규제하자고 입을 모은다. 민간 기업을 견제할 공공앱을 출시하자는 공약도 내놨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만든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을 전국화하겠다고 했고, 윤 후보는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와 유사한 공공앱을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후보들이 플랫폼 규제를 주요 정책으로 들고나온 것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각종 플랫폼에 얽혀있는 소비자와 판매자,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의 배달 수수료 인상 논란이나 쿠팡의 노동자 착취 사건,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더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국회에서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제정하자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사전 규제가 기업 발전을 막고 오히려 시장 독과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도 이 주장에 힘을 보탠다. 박 교수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공정시장위원회에서 지난 7일 내놓은 '공정한 플랫폼시장 만들기'의 산파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박 교수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철학은 민주당의 입장과 결이 다소 달랐다. 그가 만든 공약 내용도 정부·여당이 그동안 추진했던 '사전적 규제' 방식보다 '사후 규제'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박 교수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여러 차례 "민주당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면서 플랫폼에 대한 사전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랫폼 수수료의 적정성을 검토하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에 "가격 규제는 굉장히 극단적인 선택"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앱과 관련해서도 "성공 가능성도 적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하게 하되, 사후에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면 엄격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낫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경쟁이 복원되지 않을 만큼 시장이 경직되면 정부가 '시장 보호 및 회복을 위한 조치권'을 행사해 기존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신규 사업자에게 의무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박 교수는 "플랫폼 시장에서는 독식 구조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으로 경쟁 활성화를 위해 신규 사업자 진출을 쉽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전 규제, 직관적이지만 부작용 많아"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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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선대위에서 플랫폼 관련 공약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최근 플랫폼 정책과 관련해선 사전 규제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작 공정거래법이나 플랫폼 기업 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분들 중엔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다. 상당수는 사전 규제는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이번에 낸 공약의 핵심을 말하자면 플랫폼에 대해 사전 규제가 아닌 사후 규제를 하자는 것이다. 불법 행위 여부를 시장별, 행위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사전 규제와 사후 규제는 어떻게 다른가?

"사전 규제는 규제 대상을 정하고 금지 행위를 적어놓는 식이다. 온플법도 거래액이나 매출액 기준을 정해뒀다. 사전 규제는 직관적이고 쉽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같은 잘못을 해도 큰 회사면 문제가 되고 작은 회사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작은 회사라는 기준도 모호하다. 일례로 한 국내 중고 명품 플랫폼은 한 분기 거래액이 2000억~3000억대다. 그런데 직원은 30명밖에 안 된다. 이를 거대 플랫폼으로 보고 규제해야 할까? 결국 규모를 정해두면 한쪽에서는 과잉, 다른 한쪽에서는 과소 규제가 될 수 있다. 반면 사후 규제는 어떤 행위가 문제가 됐을 때 그 행위가 경쟁을 저해하는지, 기업이 경쟁을 저해할 만한 능력이 있고 그럴 의지가 있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큰 차이가 있어 기존 방식대로 제재하긴 쉽지 않다."

- 플랫폼과 기존 산업군의 차이가 무엇인가?

"기업이 매출을 일으키는 방식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돈을 안 낸다. 보통 재화나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사용한다. 그런데 플랫폼 산업에선 판매자들이 수수료를 낸다. 한쪽에서만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도 기업이 독점력이 있다고 봐야 하는지 문제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은 '규모의 경제'도 지향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시장 집중도도 높아지는 식이다."

- 플랫폼 산업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이 바로 이해상충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상품을 입점시켜 판매까지 하는 건 경기의 심판이자 선수가 되는 꼴이라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의 역할만 수행하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람들은 플랫폼이 직접 선수로 뛰는 게 이상하다고 한다. 그런데 시야를 넓혀 보면 자사 상품을 파는 경우가 플랫폼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가령 이마트 역시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판매한다. 쿠팡이 자체 상품을 사이트 내에서 판매하는 것과 같다. PB 상품 판매로 좋은 점도 많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 기존 제조업체들이 형성했던 시장에 경쟁도 불러온다. 소비자들에게도 편리하다."

- PB 상품에 대한 규제 여부를 '사후'에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맞다. 정작 문제는 PB 상품을 플랫폼에서 판매하면서 자사 상품이 '아닌 척' 할 때다. 가령 한 플랫폼 사이트에서 기저귀를 검색했다고 해보자. 자사 상품이 결과물 상단에 나타나는 것 자체는 괜찮다. 자사 상품이라서 위에 띄운다는 사실을 소비자들도 알고 있다면 말이다. 광고료를 받고 상단에 뛰워주는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검색 순위를 결정하는 이유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 이재명 후보 공약집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검색 결과를 도출한 근거, 즉 알고리즘 구조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알고리즘 자체를 공개하는 건 기업 비밀이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최소한 특정 상품을 우대하고 있다면 그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에게도 상품 노출 순위가 결정되는 방식을 공개해야 한다. 또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구매자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판매 시 참고할 수 있도록 말이다."

"플랫폼 수수료 규제? 굉장히 극단적 방식"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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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처럼 플랫폼의 문어발식 확장도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빅테크의 진출 영역을 미리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표현을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한다면 꼭 막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사업 영역 제한이 사회적으로, 또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카카오가 확장한 사업 중 꽃 배달이 있다. 전에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업체 하나를 골라 꽃을 주문했다. 그런데 카카오 플랫폼에서 업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면 몇 단계의 수고가 줄어든다. 꽃 배달 업체들의 가격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격은 내려가고 품질은 개선될 수 있다. 전체 꽃배달 시장의 규모도 커져 판매자들에게도 이득이다. 판매자들은 수수료를 내야하지만 과한 수준이 아니라면 모두에게 좋을 수 있다." 

- 최근 각당 대선주자들은 사전 규제에 목소리를 내는 모양세다. 무엇보다 플랫폼의 수수료를 규제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는 반대다. 민간 사업자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가격 규제는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본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가격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곳은 없다. 플랫폼은 초반에 상당한 적자를 보면서 서비스를 확장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돈을 버는 구조다. 돈을 벌려고 하니 이제 와 수수료를 규제하겠다고 한다면 사업을 하려는 이들의 의욕을 꺾을 뿐더러 초기 투자 자금도 보전할 수 없다. 적자를 면할 정도로만 사업을 하면 경쟁 사업자가 들어갈 이유도 없다. 결과적으로 시장 독과점이 오히려 심해질 수도 있다."

- 공공 플랫폼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재명 후보의 '배달특급' 전국화나 윤석열 후보의 공공 택시 호출앱 출시 공약 등이다.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공공앱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성공 가능성도 적다고 생각한다. 배달특급은 전체 배달 앱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영향력이 2~3%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배달 특급의 거래액이 늘고 있는 이유다. 재난지원금과 지역 화폐 때문이다. 결국 세금 문제와 맞닿는다. 이용자 입장에선 지역 화폐를 사용할 수 있어 좋겠지만 그 세금으로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게 낫다.

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이유는 배달앱 시장이 민간이 만든 시장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은 초기 적자를 많이 본다. 이용자가 어느 정도 모이면 그때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그런데 수익을 내려니 정부가 들어와서 서비스를 한다면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다. 벤처기업이 적자를 보면서 열심히 사업을 키워도 또 정부가 시장에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될 것 아닌가."

"독과점 발생시 정부가 조치권 발동할 수 있어야"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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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약집에서도 '사후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장보호 및 회복을 위한 조치권'이 대표적이다. 경쟁성 복원이 안 되는 시장에선 정부가 조치권을 발동해 시장 지배 사업자가 모은 영업 데이터를 시장에 처음 진출하려는 사업자에게 건네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아까 플랫폼 시장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했다. 플랫폼은 커지기 시작하면 계속 커진다. 반면 경쟁에서 밀리면 계속 작아진다.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일례로 카카오톡은 주변 친구들이 쓰니까 저절로 쓰게 된다. 반면 우리는 SNS '라인'은 안 쓴다. 주변 사람들이 안 쓰기 때문이다. 배달앱도 마찬가지다. 내가 앱에서 시켜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야 배달앱에 가입한다. 식당 입장에서도 앱 이용자 수가 많아야 가입할 유인이 생긴다. 식당 수가 많아지면 이용자가 늘고, 이용자가 늘면 식당 수도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플랫폼 시장은 독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신규 사업자가 들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 현재 국내에 그런 시장이 만들어졌다고 보나?

"사례가 많진 않다. G마켓과 옥션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70~80%의 지분을 차지하던 몇 년 전에도 시장 독과점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는 쿠팡과 네이버가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고 있지 않나. 배달앱 시장도 마찬가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비중이 배달앱 시장의 99%라며 논란이 컸는데 최근 쿠팡 이츠가 들어오면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결국 어느 한 시점에 시장에 승자 독식이 일어나고 있는지 판단하기란 쉽진 않다. 다만 이론적으론 독식 구조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으로 경쟁 활성화를 위해 신규 사업자 진출을 쉽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 플랫폼이 독점한 시장이라는 판단을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멀티호밍(multihoming)이 쉬운지 여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멀티호밍이란 집을 여러 개 갖고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들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게 얼마나 수월한지 보겠다는 이야기다. 배달앱 시장에서 우리는 배민도 썼다가 쿠팡이츠도 쓴다. 멀티호밍이 쉬운 시장에선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금방 변하곤 했다. 물론 멀티 호밍이 어려운 시장도 있다. 모바일 운영체계(OS) 시장이다. 안드로이드와 애플 OS를 동시에 쓰기 위해선 핸드폰이 두 대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전환 비용도 또다른 기준이 될 수 있다. SNS가 전환 비용이 높다고 본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새 SNS가 시장에 진입했다고 가정하자. 소비자들이 새로운 SNS로 옮겨가려 한다면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많은 사진들을 놓고 가야한다."

- SNS 시장이 독점화됐다고 가정하자. 새로 진출하려는 사업자가 '조치권'을 행사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

"먼저 데이터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용자가 자신이 SNS에 올린 콘텐츠 때문에 새로운 앱으로 옮겨가지 못한다면, 기존 콘텐츠를 새 앱으로 옮길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이다. 또 호환성이라는 개념도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서 쓴 글을 인스타그램에 동일하게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있지 않나. 이를 의무화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신규 사업자가 출현하기도 쉬워진다."

- 결국 사전 규제보다 사후 규제 쪽에 힘을 싣자는 주장이다. 그 규제를 누가 해야 한다고 보나?

"사후 규제를 위해선 경험이 많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맡는 게 효율적이겠지만 주체가 누가 됐든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흩어져 있는 규제를 한 곳에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제 기준이 각기 다르다 보니 규제를 집행하기도 난감하다. 또 플랫폼 전담 감시, 평가 기구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평가 기구는 무슨 역할을 하게 될까? 

"시장경쟁상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이다. 또 불공정 행위 혐의를 포착하면 조사를 실시하고 이용자들의 신고도 받게 된다. 역할이 무엇이든 플랫폼별로 기업의 경쟁 제한성을 유연하게 판단하는 맞춤형 사후 규제 방식을 갖게 될 것이다."

태그:#플랫폼,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공정거래위원회, #이재명,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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