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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기자말]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가운데 상당수 사업장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가 1년 이상 유기 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 보건 관리에 소홀했던 사업장에서 법적인 자문을 구하고 있다.

반면 사무직 노동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심이 시들하다. 이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시행령에서 이들 사업장에 일부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실무자들은 "사무직만 사용하는 경우 이행하여야 할 안전·보건 의무가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며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사무직에게도 적용되는 안전보건조치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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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산안법 기타 관계법령에서 이미 정해 두었던 의무를 이행하라고 처벌로서 강제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법 자체에서는 특별히 새로운 의무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산안법으로 대표되는 사업장 내 안전 보건과 관련된 문제를 사업주가 나서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관리할 것을 요청할 뿐이다.

따라서 새로운 법의 시행과 별개로 기존법인 산안법상 의무 이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산안법은 ① 안전·보건 관리자를 포함한 안전·보건관리를 위한 사내 체제 및 규정 정비(제2장) ②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제3장) ③ 유해·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조치 및 보건 조치(제4장) ④ 유해·위험한 기계나 물질 그 자체에 대한 조치(제6장 및 제7장)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 법 시행령에서는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 관리체제 및 규정(제2장 일부), 안전·보건 교육(제3장)이나 도급인의 안전조치(제5장제2절) 규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업무 특성상 상대적으로 안전·보건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사업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반대로 위 내용을 제외하고 사실상 산안법의 핵심이 되는 제4장 이하의 안전·보건 조치는 모두 정상적으로 적용된다는 말도 된다.

따라서 사무직만 사용하는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안전·보건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면 산안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며, 그것이 이하와 같이 '업무연관성'이 인정되어 산업재해로 이어진다면 결과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업무상 재해와 중대재해

흔히들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사고라 하면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명 피해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 외에도 사고는 다양하다. 특히 단순 사무 업무만을 수행하는 사업장에서도 사업장 내 넘어짐, 승강기 끼임이나 전자기기 누전으로 인한 감전 등 얼마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런 사고로 사망자가 나왔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게 된다. 첫째는 흔히들 '산재 처리'라고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상의 각종 급여지급을 위한 업무상 재해 여부 판단이다. 이 경우는 꽤 명확한데 '업무연관성' 즉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하에서 일어난 사고로 특정된다면 노동자 개인의 명백한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경우가 아닌 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기까지는 회사도 노동자 개인도 잘 알고 있지만, 이 사고가 산안법 위반 여부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가령 A라는 사무 직원이 휴게 시간에 사내 복도를 지나던 중 건물 내 설비공사로 인하여 임시로 복도 바닥에 깔아놓은 낡은 릴선(이동전선)에 접촉해 감전사하는 불운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자. 위 사고는 사업장 내에서 업무와 관련된 사고이므로 업무연관성이 인정되는 만큼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이면서 업무설비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이므로 산안법 제2조의 산업재해에 해당하게 된다.

이와 별개로 산안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준수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위 사고는 산안법상 안전·보건 조치를 구체적으로 규정해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 제313조 제1항(배선 등의 절연피복 손상에 따른 감전방지 조치의무)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조치 의무 미준수에 따른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관점에서도 ① 업무연관성이 있는 산안법상 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사망 사고이므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며 ② 중대재해처벌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면하기 위해서는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전선 감전 방지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과로·괴롭힘·성희롱에 따른 극단적 선택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사망의 경우 "그 원인 등과 무관하게 산안법상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면 직업성 질병에 의한 사망도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된다"는 입장이어서(중대재해처벌법 FAQ, 6쪽), 아래와 같이 노동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라도 업무연관성이 인정된다면 중대재해로 판명될 수 있다.

가령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1인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업무를 해야 한다거나 고객과의 대면업무 중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명백하게 업무연관성이 인정된다. 최근 법 제·개정 등으로 수면 위로 급부상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문제도 마찬가지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그 자체도 업무연관성이 있어야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 사망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① 위 규칙상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위반하였다거나 ② 성희롱예방교육 등 법정의무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였다거나 ③ 망인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실을 회사에 알렸는데도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상 상담 및 가해자와의 격리조치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다.

뇌·심혈관계,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상 질병

업무상 사고는 그 특성상 업무연관성을 판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우나 질병의 경우 정말로 일하다가 병을 얻거나 악화했는지 알려면 의학을 동원해야 하므로 복잡한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육체적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무직이라 하더라도, 뇌출혈 등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손목수근관증후군(소위 손목터널증후군) 등 특정 근골격계질환은 업무연관성이 인정될 수 있다. 기존에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과로로 인정되는 경우 위주로 위 질병 발병의 업무연관성이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당 평균 45시간 내외라 하더라도 급성 심장사한 사건에서 구체적인 스트레스 요인 등에 따라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다(2018 제8149호).

사망 사고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컴퓨터 키보드 입력 등 동일 근육·관절을 반복 사용하는 동작이나 지속·반복적 압력에 따른 접촉 스트레스는 근골격계질환의 주된 유해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지침 [별표 2]), 규칙 제667조에서도 연속적인 컴퓨터 작업 시 적절한 휴식 시간을 부여하는 의무를 두고 있다. 따라서 육체노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무직의 질병도 업무상 재해 및 산업재해로 판단될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 자료에서도 사무직 근로자의 업무가 근골격계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설명자료 안전보건공단 자료에서도 사무직 근로자의 업무가 근골격계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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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업종이 사무직이 아니라고?

마지막으로, 당연히 사무직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업장이 법상 사무직이 아니라서 애초부터 산안법상 여러 의무에서 제외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법적 정의규정은 없으나, 산안법 시행규칙 제197조에서는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공장 또는 공사현장과 같은 구역에 있지 않은 사무실에서 서무·인사·경리·판매·설계 등의 사무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사무직의 정의를 "주로 정신적인 근로를 하는 자"라고 보면서도 ①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더라도 단순 반복 업무를 하면서 업무 특성상 교대하지 않는 한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업무(예: 전화상담원)는 사무직이 아닌 '기타직'으로 판단하고 있다(산업보건과-32, 2010-07-13).

여기에 ② 직접적인 생산이나 판매업무에 종사하는 자도 사무직이라고 볼 수 없으며(산재예방정책과-1026, 2020-03-02) ③ IT 사업장인 네이버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서비스 개발업이나 UX/UI 디자인 업무는 단순 경영지원업무 등 사무직 업무가 아닌 '컴퓨터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산재예방정책과-4908, 2018-10-29).

따라서 단순히 업무 외형상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지 여부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구체적인 직업 분류에서 단순 사무 내지 경영 활동에 대한 지원업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반영한 선제 조치

개별 사업장의 특성이나 그간의 잘못된 관행 등에 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은 커진다. 이런 점을 반영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은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기보다는 이미 시행 중인 산안법 등 노동관계법령이나 시설물관리법 등 관련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관련 의무를 다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처벌한다.

다시 말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며 이미 우리가 지켜왔어야 할 각종 의무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그간 관심이 뜸했던 점에 대해 재차 확인하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안전 보건을 '남의 일'이라고 치부해 왔던 사무업종에서도, 이번 기회에 직원들의 육체·정신적 건강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업주는 당장의 비용이 아깝다는 이유로 법적 의무임에 앞서 생명 존중이라는 도덕적 차원의 의무를 회피하여 왔던 선례를 답습하지 말고, 노동자 또한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정해진 절차를 따른다면 여러 재해를 조금이나마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더 자세한 사항은 아래 첨부파일란 '중대재해처벌법 FAQ'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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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R컨설턴트(위장도급/산업안전보건 등)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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