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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A씨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 유해발굴 자원봉사 신청을 허위로 했다며 유가족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A씨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 유해발굴 자원봉사 신청을 허위로 했다며 유가족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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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A씨가 흐느끼며 유가족 앞에 무릎을 꿇었다.

A씨는 지난해 7월 한국전쟁 당시 대전 동구 낭월동 소재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 유해발굴 자원봉사를 수차례 허위로 신청했다. 특히 심용현(산내 학살 현장 책임자), 김창룡(육군 방첩대(CIC)대장), 이승만(당시 대통령), 문봉제 (서북청년단원) 등 가해자의 이름을 사용했다(관련기사: "이승만이 유해발굴 자원봉사? 골령골 희생자 모욕" http://omn.kr/1ui8l).

골령골 유해발굴 허위 신청자, 유족에 사죄

상처와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유가족들이다. 가해자 이름으로 된 반복적인 허위 자원봉사 신청에 참다못한 유가족들은 지난해 7월 관할 경찰서에 '유가족을 조롱하는 성명 불상의 신청인을 찾아 처벌해 달라'며 업무방해 및 모욕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로부터 6개월여가 지난 올 1월 A씨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허위 자원봉사 신청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며 사죄 의사를 밝혔다. 이어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사무실을 찾아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이 자리에는 전미경 유족회장과 윤정희 유족회 이사, 임재근 산내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이 함께했다.

A씨는 거듭 "죄송하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해 상처를 입혔다"라며 사과했다. 그는 "사건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자만심에 저도 모르게 장난을 했다"라며 "철이 없어 유가족에게 상처를 준다는 생각을 못했고 이렇게 사건이 커질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진즉에 용서를 구했어야 했는데 용기가 없었다"며 "늦었지만 죗값을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미경 유족회장은 "'부모를 죽인 원수도 화해하고 용서하라'는 말이 있다"며 "하지만 가해자 이름으로 유해발굴 자원봉사를 허위로 신청한 소식을 접하며 희생된 부모를 조롱했다는 생각에 심한 모욕감과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렇게 늦게나마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니 상처가 눈 녹은 듯 사그라지었다"며 "죽은 영혼에 지은 과오를 열심히 사회에 기여하는 삶으로 갚으면 된다"고 위로했다.

윤정희 유족회 이사는 "살다 보면 실수할 수 있고, 실수보다 어려운 게 사과하는 것"이라며 "늦게라도 용서를 구해 고맙다.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라"고 어깨를 다독였다.

임재근 집행위원장도 "유가족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며 꼭 찾아내 혼내주고 싶었다"라며 "용기를 내 유가족에게 사과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족회장 "같이 밥 먹자, 이번 일은 잊겠다"
 
지난 달 25일, A씨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 유해발굴 자원봉사 신청을 허위로 했다며 유가족을 찾아 사과하고 있다.
 지난 달 25일, A씨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 유해발굴 자원봉사 신청을 허위로 했다며 유가족을 찾아 사과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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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눈물을 흘리며 거듭 용서를 구했다. 전미경 회장은 대답 대신 A 씨에게 손수 지은 따뜻한 밥을 대접했다. 전 회장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여러 생각에 밥이나 제대로 먹었겠냐"며 "편하게 같이 밥 먹고 이 일은 깨끗이 잊겠다"고 말했다.

A씨는 "죽었다가 살아난 느낌"이라며 "유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내희생자유족회와 대책회의는 A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대전 골령골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을 대상으로 최소 4000여 명, 최대 7000여 명의 대량 학살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해자들은 충남지구 CIC(방첩대),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으로 민간인들은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정부와 대전 동구청(구청장 황인호)은 대전 골령골에서 2020년 234구, 2021년 962구의 유해를 각각 발굴했다. 올해도 오는 3월부터 골령골에서 추가 유해발굴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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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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