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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시민기자 그룹 '40대챌린지'는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편집자말]
난 몸치다. 그런데 슬프게도 운동을 좋아한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한 몸치면서 왜 계속 운동을 배우고 싶을까. 운동하는 사람은 왜 이렇게 멋져 보일까.

남편이 회사 근처에서 테니스를 배운다길래 "나도 배울래!" 말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는 것만' 좋아하는 프로 도전러. 검도는 한 달, 스키와 서핑은 2번 하고 그만두었다. 그나마 조금 나았던 건 스쿠버와 필라테스 정도. 하지만 그것도 지금은 하지 않는다.

수영은 일대일 강습을 8개월간 받았는데 선생님이 언제까지 다닐 거냐며 자긴 이제 못 가르친다고 해서 그만두었다. 하지만 프로 도전러에게 포기란 없다. 코로나19가 좀 나아지면 다른 수영장에 가서 모르는 척 초급반부터 다닐 예정이다.

몸치일지언정 포기는 없다
 
 타고난 운동 신경이 있는 남편은 이런 내 마음을 모른다. 하고 싶긴 한데 두려운 내 마음을.
  타고난 운동 신경이 있는 남편은 이런 내 마음을 모른다. 하고 싶긴 한데 두려운 내 마음을.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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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라서 한 가지 기술을 익히기 어렵지만 우선 익히고 나면 그 쾌감이 크다. '내 몸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하는 감동이 오래오래 이어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테니스 배우는 것을 세상이 응원하는 것인지 마침 집에서 5분 거리에 실내 테니스장이 생겼다.

체험 테니스 강습을 예약하고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체험을 해 보고 괜찮으면 남편과 2:1 레슨을 받을 생각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테니스장에 가니 선생님 한 분이 다른 수강생 강습을 하느라 바쁘시다.

"탕, 탕!" 라켓에 공 맞는 소리가 테니스장 전체를 울린다. 코트 옆에 서서 그 수업을 지켜봤다. 잘한다. 과연 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 스물스물 두려움이 밀려온다. 남편에게 말했다.

"나 그냥 안 할래."
"왜?"

"어려울 거 같아."
"그래도 체험 강습 예약했는데 해 보지?"


한숨을 깊게 '휴' 하고 내뱉었다. 타고난 운동 신경이 있는 남편은 이런 내 마음을 모른다. 하고 싶긴 한데 두려운 내 마음을. 시작하기 전엔 하고 싶은 마음 70, 두려운 마음 30인데, 막상 하려고 하면 두려운 마음이 점점 커진다.

얼마 후 앞 타임 수업이 끝났다. 이런. 하필 남편이 업무 전화를 받는다고 밖에 나간 이때.

"체험 수업 예약하셨죠? 안으로 들어오세요."

남편이 잠깐 전화하러 나갔다고 이야기했는데 선생님은 먼저 수업을 시작하자고 하신다.

"저, 제가 배드민턴도 잘 못 치고요, 진짜 처음이거든요. 할 수 있을까요?"

아주 저자세로 나갔다. 

"그럼요. 할 수 있습니다. 라켓 잡아 보세요."

선생님은 라켓 잡는 법을 알려주시고 바로 자기를 따라 하라고 한다. 스텝을 2번 보여주더니, 이젠 혼자 해 보란다.

"네? 혼자요? 한 번만 다시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다시 한 번만요" 혹은 "으악!" 혹은 "죄송합니다" 혹은 "아!" 하는 탄식 소리가 코트를 가득 채웠다. 선생님은 나에게 "오늘은 하나만 기억하세요! 손등이 몸쪽을 향하도록. 아셨죠?"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 하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다음 달 수강료를 결제했다. 잘 못하는데 신기하게 재미있다. 뭔가 도전하고 노력한다는 느낌이 좋다. 짧은 시간 운동했는데 운동량이 상당한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개운했다. 그날 일하러 가는 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며 라켓을 쥐고 공을 치는 흉내를 냈다. 손등이 몸쪽을 향하도록 '휙'. 하마터면 뒷사람을 칠 뻔했다.

그즈음 <인생에 한 번은 차라투스트라>라는 책으로 책 모임을 하는데 아래의 문장이 내 마음속으로 쏙 들어왔다.
 
자기 내면에 충실하고 끊임없는 자기 극복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삶의 계기를 제공한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베푸는 자입니다. - 135p.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매 순간 도전하는 사람이 '덕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오고 갔다. 한 참가자는 부모가 자기 자신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자녀에게 선물이라는 말도 했다. 괜히 웃음이 났다.

'어, 내 얘기잖아? 몸치여도 굴하지 않고 운동에 도전하는 거.'

나의 도전과 꾸준함이 선물이 된다면
 
이번에는 적어도 6개월은 하겠다고 다짐한다. 프로 도전러에서 벗어나 프로 꾸준러가 되어야지.
 이번에는 적어도 6개월은 하겠다고 다짐한다. 프로 도전러에서 벗어나 프로 꾸준러가 되어야지.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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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신경이 없는 내가 남들만큼 따라가려면 다른 사람이 하는 것보다 배로 연습을 해야 한다. 많은 연습만이 실력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여준다. 내가 포기한 많은 운동-스쿠버나 기계 필라테스, 서핑, 스키 등-은 혼자 집에서 연습하기 어렵다. 그렇게 가끔 해서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매일 매일 연습해야 한다. 테니스는 적어도 집에서 자세를 연습할 수는 있다. 유튜브를 보며 라켓을 휘두르는 날 보며 열두 살 딸이 말했다.

"음... 그래... 하고 싶은 거 많을 나이지."
"뭐라고?"
"엄마 하고 싶은 거 많을 나이라고."


내 눈이 동그래지자 아이는 가까이 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난 "응!" 하고 대답하고 다시 라켓을 휘두른다. 이번에는 적어도 6개월은 하겠다고 다짐한다. 프로 도전러에서 벗어나 프로 꾸준러가 되어야지. 이것저것 해 보는 걸 넘어서서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나도 모르게 라켓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올해는 몸치지만 그걸 극복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엄마를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다.

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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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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