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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를 도용해 상대방 동의 없이 '특보'와 같은 직책의 임명장을 문자메시지로 보낸 행위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선관위는 "개인정보 도용은 선관위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선거 국면에서 정당이나 후보 측이 이 같은 임명장을 남발하더라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어서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밝힌 셈이다. 피해자들은 선관위가 선거와 관련한 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편협한 법 해석으로 특정 후보와 정당에 면죄부를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 초 본인 동의 없이 특정 직위 임명장을 전달한 사례가 도내에서도 잇따라 확인됐다.

공직선거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논란까지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선거마다 되풀이해온 관행이었다.

창원시에 사는 직장인 황아무개(48)씨는 지난 1월 3일과 12일 두 차례 메시지로 윤석열 후보 직인이 찍힌 '20대 대선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국민명령정책특위 함양군 조직특보' 전자임명장을 받았다.

황씨는 국민의힘, 함양군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 지난달 황씨는 지역 선관위에 신고했고, 이달 7일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경남도선관위 전화를 받았다.

공무원으로 정당 가입을 할 수 없는 신동근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도 지난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국민명령정책본부 창원시 조직특보' 임명장을 일방적으로 받았다.

신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몇 차례나 항의해 윤석열 캠프 실무자에게서 '임명이 취소됐음을 알린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신고 이후 선거법 위반 여부는 중앙선관위에 이첩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이후 결과는 전해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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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놓고 '공직선거법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3항'을 위반했는지 검토한 결과 법 위반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항을 보면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하도록 권유·약속하기 위해 선거구민에게 신분증명서·문서 기타 인쇄물을 발급·배부 또는 징구(내놓으라고 요구)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도선관위 지도과 담당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중앙선관위 판단이 있었다"면서 "개인정보 도용은 위원회 소관 사항이 아니다. 신고한 이들에게는 모두 결과를 알려드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선관위는 몇 명에게 신고를 받았는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관위에 문의했더니 선거안내센터를 거쳐 경남도선관위가 다시 답변을 해왔다. 도선관위 지도과 담당자는 "선거법 93조 3항 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선거운동을 하게 할 목적으로 임명장을 줬을 때는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선거운동을 하게 하는 목적과는 거리감이 있다"며 "(임명장에 적힌 선거 조직은) 직접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기구가 아니라 선거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임명장을 받았다고 해서 선거운동을 하라는 내용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전체적으로 임명장과 관련한 신고 횟수도 미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고자 황 씨는 "개인정보를 도용해 선거판에 활용한 게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계속되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기는커녕 명분과 면죄부만 준 결정이다"고 비판했다.

신 위원장도 "선거에서 개인정보를 도용한 건인데, 선관위가 엄격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윤석열 캠프가 커서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국민의힘, #전자임명장, #선관위, #공직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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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경남도민일보가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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