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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격???!!!! 와 열받네!!!" (배구 김연경 선수 소셜미디어 글)
"쇼트트랙 룰은 잘 모르지만 판정 이게 맞나요?" (양궁 김재덕 선수 소셜미디어 글)
"하고 싶은 거 다 해처먹어라 주어 김안산." (양궁 안산 선수 소셜미디어 글)


스포츠 스타들이 뿔 날 만했다. 아니, 어디 운동선수들뿐일까. 지난 7일 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 및 준결승 경기를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심판진의 비디오 판독으로 승패가 가려진 올림픽 결승전 및 준결승전 결과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으리라.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전에 오른 황대헌과 이준서가 심판의 비디오 판독 결과 실격 처리됐다. 이어 결승전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 선수도 똑같이 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그 심판 판정의 수혜를 입은 선수는 런쯔웨이와 리원룽, 중국 선수들이었다.

한국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2009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남자 5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이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미국 국가대표를 지낸 라이언 베드포드도 이날 소셜 미디어에 개최국인 중국과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간의 결탁을 확신하며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판정은 최악이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8일 오전 대한민국 선수단을 대표해 윤홍근 선수단장, 유인탁 선수촌장,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 이소희 쇼트트랙 코치 등이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 "가능한 방법을 모두 찾아 절차에 맞게끔 즉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오후 정부 대표 자격으로 베이징올림픽에 참석 중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ISU 및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항의서한 전달, CAS에 공식 제소 등 선수단 철수를 제외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도 '#justiceForKorea(한국을 위한 정의)' '#JusticeForHungary(헝가리를 위한 정의)란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와 관련, 국내외 언론들이 베이징 올림픽의 편파 판정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부은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일부 국내 언론의 경우 국민 정서를 핑계로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거나 지나치게 반중정서를 자극하는 보도로 '클릭장사'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먼저, 두 눈으로 보고도 실제인지 믿지 못할 기사를 포털로 송고한 일간지는 서울신문이었다.

사고인가 해프닝인가
 
서울신문 온라인판의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 기사 캡처
 서울신문 온라인판의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 기사 캡처
ⓒ 네이버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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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선수가 8일 밤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이 끝난 직후 유튜브 계정에 공유한 서울신문 온라인판 기사 제목이다. 임병선 서울신문 논설위원(평화연구소 사무국장)이 쓴 이 기사는 기사 초입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란 문장을 열 번 반복한 뒤 쇼트트랙 1000m 준결승 등 소식을 전한 일종의 '사고'에 가까운 기사였다(관련 기사 : "그냥 중국이 메달 다 가져가라 하자"X10, 결국 삭제 http://omn.kr/1x94z).

기자 개인의 소셜 미디어에나 올라올 법한 해당 기사의 캡처 화면은 곽 선수의 소셜 미디어를 타고 퍼졌다. 삭제되기 전까지 해당 기사가 포털에 노출된 건 불과 30분 정도였는데, 그 사이 3천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8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기사에 관심이 쏠리면서 서울신문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서울신문의 기사 삭제 소동을 한낱 해프닝으로 치부해도 괜찮을까.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심판진을 향한 비판이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기자 개인이 기사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고도 언론사가 이를 '데스킹'하지 못한 채 부랴부랴 자체 삭제한 행위는 일종의 '사고'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 각 언론사들의 포털 송고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확인시켜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날 쇼트트랙 1000m 경기를 지켜 본 국민들의 공분에 기대 '오버'한 언론은 서울신문만이 아니었다. 결승전 직후, 생중계 중이던 SBS는 예고 자막을 통해 '잠시 후 이것이 진정한 반칙! 중국 반칙 워스트10' 방영을 예고했다 직후 자막을 '이것이 반칙이다 쇼트트랙 반칙 워스트 10'으로 변경했다.

'중국 반칙'을 꼭 짚은 것이 부담이었을까. 하지만 SBS가 실제 역대 국제대회 쇼트트랙 경기 속 반칙 장면을 꼽은 10개 영상 속 주인공은 모두 중국 선수들이었다. 변경 전 자막과 내용이 일치했던 셈이다. 이와 별개로,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8일 오후 5시 현재 조회수 66만을 기록 중이다.

서울신문 기사가 '사고'에 가까웠다면 SBS의 자막 변경이야말로 해프닝이라 할 수 있을 터. 심각한 것은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심판진의 편파판정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에 기대 섣부른 '중국 불매' 여론과 반중정서를 조장하는 보도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매부터 반중정서까지 
 
8일 오후 머니투데이(머니S 포함)가 연달아 기사화한 '중국 불매' 관련 기사들이다.
 8일 오후 머니투데이(머니S 포함)가 연달아 기사화한 "중국 불매" 관련 기사들이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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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 불매" 소련여자, 편파판정 저격?.."진정한 K유튜버" 찬사>
<"오늘부터 마라탕 불매".. '진정한 K유튜버' 소련여자, 중국 편파판정 저격>


8일 오후 머니투데이(머니S 포함)가 연달아 기사화한 '중국 불매' 관련 기사들이다. 해당 기사들은 '소련여자'라는 유명 유튜버가 '마라탕 불매'를 언급한 영상 내용 및 네티즌 댓글 반응 등을 전하며 해당 유튜버를 칭찬하거나 '불매 운동'을 조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마라탕 불매'의 경우, 편파 판정을 실행한 베이징 올림픽 심판진이나 유착 의혹까지 불거진 중국 정부와 한국에서 해당 음식점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들 및 프렌차이즈 기업과 하등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괜한 불똥이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튈 수 있어서다.

중앙일보는 <"中 멸망했으면"에 좋아요 폭발…편파판정으로 터진 반중>란 기사를 통해 2030 세대에 만연한 반중 정서를 '공정성'이란 열쇠말로 설명했다. 해당 기사는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부를 것"(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이라거나 "혐오를 부추기고 반중 정서가 극대화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 문화학과 교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배치하긴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중국이 멸망했으면"이란 자극적인 제목에 밀린 모양새다.

8일자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한 쇼트트랙 편파 판정 뉴스는 이렇게 이날 오전 베이징올림픽 선수단 기자회견과 함께 하루 종일 포털을 뒤덮은 '반중 정서' 기사로 승화되는 중이다. 포털에서 '반중 정서'를 검색해 보시길.

김연경 선수가 '친중파'?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황대헌의 이 상황을 심판은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황대헌의 이 상황을 심판은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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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열받네" 친중파 김연경도 폭발한 中 황당 판정>

7일 밤 노컷뉴스가 김연경 선수의 트위터 글을 전하며 뽑은 기사 제목이다. '친중파'라는 표현이 눈에 확 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해당 표현이 문제되자 노컷뉴스는 해당 기사 제목을 <와 열 받네! 中 리그 뛰었던 김연경도 폭발 '황당 판정'>으로 뒤늦게 수정했다.

김연경 선수마저 쉽사리 '친중파'라 낙인을 찍는 언론들에 두려울 것이 무엇일까. 쇼트트랙 편파 판정을 통해 폭발적으로 분출된 '반중 정서'마저 언론들의 값싼 클릭 장사의 일환이 아닌지 의심해 볼 만한 여지가 없지 않다.

앞서 지난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당시 불거진 '한복 공정' 논란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언론들이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불거진 즉발적인 반응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좀 더 신중을 기했다면 하는 아쉬움을 던져주는 보도였다. 개막식 직후 중국 56개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이 이어가고 있는 한국식 전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그래서일 테고.

언론이 더 신중해야 할 때다. 편파 판정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국내외 반응 및 중국의 대응을 알리는 것과 섣부르고 게으른 '반중 정서'에 올라타는 것은 천양지차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이나 소셜 미디어 상에서 쏟아지는 '반중 혐오'를 언론이 장사의 대상으로서 여겨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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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자, 하작가. 브런치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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