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가 역대급 페이스를 이어가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향하여 순항하고 있다. SK는 최근 파죽의 12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올시즌 프로농구 최다이자 구단 역대 최다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29일 대구 가스공사전을 시작으로 2월 6일 수원 KT전까지 전승을 거두며 2022년 새해 들어서는 아직 한번도 지지 않았다.
 
올 시즌 전적도 10개구단 중 가장 먼저 30승(8패) 고지에 오르며 .789의 높은 승률로 2위 KT와의 격차를 5.5경기까지 벌렸다. KT와의 올시즌 상대 전적에서 4승 1패로 이미 우위를 확보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경기 차이는 6게임 이상이다. 현재의 기세라면 정규리그 우승과 40승 이상이 유력하고 내친김에 프로농구 역대 최다연승(17연승) 기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SK의 독주체제가 굳어지면서 올 시즌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최우수선수) 경쟁도 사실상 SK '집안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외국인 선수 MVP는 이변이 없는 한 자밀 워니가 2년 만의 수상 탈환을 예약해가는 분위기다. 워니는 경기당 22.9점, 12.6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득점-리바운드에서 모두 전체 2위를 기록하며 SK 부동의 에이스로 맹활약중이다.
 
워니는 코로나19로 리그가 조기종료되었던 2019-20시즌 20.4점, 10.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을 정규리그 공동 1위로 이끌고 KBL 베스트5와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한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20-21시즌에는 17.7점, 8.6리바운드로 기록이 크게 하락했고 부상과 개인사 등이 겹치며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불성실한 모습으로 퇴출 위기에 놓이는 듯했다.
 
하지만 전희철 감독과 SK 구단은 워니의 재기 의지를 믿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고, 이 결정은 신의 한수가 됐다. 심기일전한 워니는 완벽하게 각성한 모습으로 오히려 첫 MVP를 수상한 2년전보다 더 위력적인 선수가 되어 돌아왔다. 올시즌 팀이 치른 38경기에 모두 개근하며 경기당 32분을 넘게 소화하면서도 끄덕없는 강철체력으로 궂은 일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팀공헌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로서 워니를 위협할만한 경쟁자로는 오마리 스펠맨(안양 KGC)이 첫 손에 꼽힌다. 스펠맨은 경기당 21.5점(3위) 10.9리바운드(5위), 3.6 어시스트(14위)를 기록하는 다재다능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으며, 리그에서 20-10을 기록중인 선수는 워니와 스펠맨 단 2명뿐이다.
 
다만 팀성적 프리미엄이 중시되는 KBL에서 KGC가 올시즌 4위(22승 16패)에 그치고 있는데다, 전 경기를 출장한 워니와 달리 스펠맨은 부상 때문에 32경기 출전에 그친 것도 마이너스 요소다. 득점 선두인 앤드류 니콜슨(한국가스공사, 24점, 9.8리바운드)의 경우, 득점 기록을 빼면 출장 경기수(26경기)와 팀성적(17승22패)이 모두 워니-스펠맨보다 떨어진다.
 
반면 국내 선수 MVP 경쟁은 좀더 복잡하다. SK는 김선형과 최준용이라는 MVP 후보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두 선수는 올시즌 SK의 공수 전술에서 워니와 함께 핵심적인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김선형이 번개같은 속공 전개와 돌파력, A패스로 SK의 공격농구를 지휘한다면, 최준용은 드롭존으로 요약되는 SK 지역방어에서 2번(슈팅가드)에서 4번(파워포워드)까지 커버할수 있는 넓은 범용성과 활동량을 자랑하며 중심 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반면 허훈(KT)-이정현(KCC)-김종규(DB) 등 몇 년간 MVP 경쟁을 다투던 선수들은 잇달아 올시즌 부상과 노쇠화로 주춤하고 있다. 전반기 우수한 활약을 보였던 양홍석(KT)과 허웅(DB)도 후반기 들어 기복을 보이며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 마땅한 외부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
 
SK의 프랜차이즈스타인 김선형은 2012-13시즌에 이어 9년만에 2번째 MVP 수상을 노리고 있다. 김선형은 당시 팀의 정규리그 우승과 역대 최다승(44승) 기록을 이끌며 이견의 여지가 없는 MVP에 선정됐다. 2017-18시즌에는 SK에 18년만의 챔피언전 우승을 이끄는 등 이미 팀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릴 만하다.
 
김선형은 올해도 어느덧 한국나이 35세로 노장의 반열에 접어들었지만 기량은 오히려 더 물이 올랐다. 지난 4일에는 프로농구 4라운드 MVP를 수상하기도 했으며 마치 20대를 연상시키는 전광석화같은 돌파력과 현란한 유로스텝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할만큼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만일 김선형이 올 시즌 리그 MVP까지 석권한다면 KBL 역사상 가장 오랜 간격을 두고 MVP를 탈환한(9년) 사례라는 이색 기록까지 세우게 된다. 종전 기록은 '장수'의 대명사 양동근이 2006-07시즌에 이어 2014-15, 2015-16시즌 연이어 2연패에 성공했던 7년이었다. 그만큼 프로선수로서 오랜 세월 꾸준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는 영광스러운 증거이기도 하다.

최준용은 올시즌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환골탈태했다. 재능이야 원래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종종 지나친 돌출행동과 사건사고로 '악동' 이미지를 얻었던 최준용은, 올시즌 워니와 함께 다시 농구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비로소 그 잠재력을 만개하고 있다. 내외곽을 넘나들며 포지션 대비 우수한 사이즈와 신체능력을 십분활용하고 있다. 리딩, 패싱, 득점, 수비, 리바운드 등 사실상 농구 경기의 모든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는 '올어라운드형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체형이나 성향 면에서 NBA 레전드 케빈 가넷의 KBL 버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개인기록에서도 두 선수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최준용은 경기당 평균 15.3점(국내 선수 3위) 5.8리바운드(국내선수 4위) 3.0어시스트 1.1블록슛을, 김선형은 경기당 평균 13.7점 2.7리바운드 5.7어시스트(전체 3위), 1.3스틸을 기록중이다. 선수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KBL 공식 PER에서 최준용은 21.6으로 국내선수 1위, 김선형은 19.2로 3위다. 어시스트를 제외하고 코트 전반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기여도 면에서는 최준용이 우세하지만, 김선형은 승부처인 4쿼터에 해결사적인 면모에서 보여주는 임팩트가 더 강하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공동 MVP가 나온 경우는 2005-06시즌의 양동근(현대모비스)과 서장훈(서울 삼성)이 함께 수상한 한 차례 뿐이다. 같은 팀에서 복수의 MVP 후보가 나온 사례로는 2011-12시즌 원주 DB의 김주성과 윤호영이 있다. 당시 DB는 44승으로 정규리그 최다승을 달성했고 김주성(13.9점, 5.8리바운드, 3.6어시스트, 1.2블록슛)이 윤호영(12점, 5.2리바운드, 2.6어시스트, 1.4블록슛,)보다 개인 기록에서는 더 앞섰지만, 임팩트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이 부각된 윤호영이 최종 수상을 달성한바 있다. 올시즌의 경우, 김선형과 최준용 누가 MVP 수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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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최준용 자밀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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