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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을 맞았다. 서른인 나도 내 나이가 실감 나지 않는데 주변은 더 한 듯하다. 어디 가서 1993년생이 올해 서른이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대전 엑스포의 마스코트인 꿈돌이도 올해로 서른이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한때 서점가에 '90년대생'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세대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그 90년대생은 하나둘 30대가 돼 가고 있다.

방황했던 20대를 지나 30대가 돼 가면서 친구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는다. 알바에서 벗어나 직장을 구하고, 월급에서 4대 연금이 빠져나가는 경험도 해본다. 90년대생은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연금을 내는 나이가 됐지만, 우리가 돌려받을 확률은 점점 줄어든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에 고갈될 예정이다. 재작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갈 시기를 2년 앞당긴 2055년으로 전망했고, 기재부는 2056년으로 예상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지는 부처마다 예측이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칫 90년대 생들은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가장 빠른 시기인 2055년은 90년생이, 2057년은 92년생이 연금을 받게 되는 나이인 65세가 되는 해다. 30대를 맞이한 90년대생들은 일생을 벌어 보험료를 내고도 정작 자신들은 못 받게 되는 시기가 찾아오고 있건만, 유력 대선 후보들은 되레 조용하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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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의 구체적 공약 안 나오는 이유

지난 3일 열린 대통령 TV토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세 후보에게 "누가 대통령이 돼도 (연금개혁)하겠다고 공동선언 하자"고 제안했다. 세 후보 모두 이에 동의했지만 아직까지 공동선언은 감감무소식이다. 토론회 이후 개혁안을 발표한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유일하다. 심 후보는 지난 7일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에 적극적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와 달리 두 유력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을 꺼내지 않는 걸까. 그 답은 작년 12월 관훈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한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 정당이든 간에 연금개혁을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오면 무조건 선거에서 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을 안 내놓는 것이지만, 반드시 되어야 하는 문제다."

이런 기조는 3일 TV토론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연금 고갈 문제 등을 포함해 연금 불평등과 격차 문제를 해결할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면서도 "다만 이건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첨예하기에 한 개의 통일안 제시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도 "연금 개혁은 해야 하고, 연금 개혁은 복잡한 문제라 시간 오래 걸리는 문제"라면서 "후보들이 대선 기간에 짧게 방향 만들어 공약을 만들어 발표하기에는 대단히 위험하기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래서 초당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모든 정치인은 당선이 목표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지율이 박빙일 때 표를 깎아 먹는 공약은 발표를 꺼린다. 202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 세계 최하위권인 반면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45년 유권자 중위연령(유권자들를 연령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 중간 나이)은 60.4세가 된다. 즉, 청년 인구보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고령층에게 불리한 국민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 세대 갈등 아닌 통합의 장으로

각 캠프별로 국민연금 개혁을 놓고 여러 셈법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묵묵부답하자니 청년세대에 부담이 가중되고, 적극적으로 개혁하자니 기성세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국민연금 고갈은 '정해진 미래'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서 대선후보들이 눈치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뒤늦게 책임만 가중될 뿐이다. 이왕 책임져야 할 문제라면 대선 후보들이 좀 더 책임감 있게 임하면 어떨까.
 
국민연금 개혁은 청년세대가 더 부담할 것인지, 기성세대가 덜 받을 것인지를 놓고 세대 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문제다. 자칫 합의가 갈등으로 번져, 표가 떨어질까 후보들은 걱정되겠지만, 합의를 잘 이끌어 낸다면 국민연금은 세대 간 화합을 도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선후보 모두 하나 같이 자신이 국민통합의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은 어떤 후보가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시험대다.

말로만 국민통합을 외치고 정작 통합을 이뤄내야 할 때는 묵묵부답으로 회피하는 후보는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라면 숨지 말고, 어떻게 국민연금을 개혁할 것인지 당당하게 밝히길 바란다. 90년대생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이토록 답이 없는 것은 후보로서의 직무유기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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