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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28일 만에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되었다.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고를 자본주의 관점에서 논하는 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관점은 경제적 효율성·합리성을 중시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합리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청과 그 경영진의 과도한 처벌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처벌 당사자인 사용자 입장만 고려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법 취지에 따르면, 사고 예방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더 우선한다. 사고 예방이 되면 노동자의 안전 확보는 물론, 소비자도 안심하고 집을 분양받고 거주할 수 있다. 특히 주주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 가능성이 줄어들어 리스크가 덜한 투자가 가능하다.

사고 나면 장기 수익성에도 악영향, 단기 악재로 끝나지 않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경이었다. 오후 3시 30분 이미 주식 시장은 마감되었으나, 시간외 단일가 매매는 여전히 진행 중인 시점이었다. 결국 그날 현대산업개발 주식의 시간외 단일가 종가는 당일 종가 2만5750원보다 8% 정도 하락하여 2만3650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1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 전후 주가 하락폭은 작년 6월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 HDC현대산업개발 주가 추이 올해 1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 전후 주가 하락폭은 작년 6월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 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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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인 12일,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무려 15% 정도 하락한 2만1800원으로 시작해 장 마감시에는 19% 하락한 2만850원까지 떨어졌다. 7개월 전, 광주 학산빌딩 붕괴 사고 당시에는 다음 날 주가는 전날 종가 3만1400원보다 3.8% 정도 하락한 3만200원으로 시작하여 4% 하락한 3만100원으로 마감했다. 

학동 붕괴 사고의 경우 시장은 단기 악재로 보아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화정 아이파크 붕괴는 불과 몇 개월 만에 같은 종류의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한 점을 반영하여 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세였기 때문에 7개월 전보다 변동성이 더 심해진 측면도 있다.

또 학동 사고는 철거 중 발생한 사고였지만, 화정 붕괴 사고는 아파트 신축 중에 발생하여 재무적 부담도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업 이미지 악화로 장기적인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고=처벌이면 법 자체가 리스크?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건설 관련 기업에 리스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야말로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범위에 있는 사안인데, 사고가 났다고 무조건 처벌하면 주주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처벌이 아닌 예방이다.
▲ 중대재해처벌법 지향점 중대재해처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처벌이 아닌 예방이다.
ⓒ 고용노동부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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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와 일반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여 지속가능한 산업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5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종사자 대상 안전 보건 교육 실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 규정한 의무를 잘 이행했다면 처벌을 면책받을 수 있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양 관양현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며 시장에서 건재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장의 불신에서 벗어나려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시정 조치가 급선무다. 주주를 포함한 시장 투자자는 그러한 시그널이 보일 때 기업을 믿고 과감히 투자할 것이다.

선제적 ESG 경영 도입으로 규제 리스크 완화 가능해

한편, 고용노동부는 안전 관리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 기업은 의무적으로 ESG 공시를 해야 한다. 노동 안전은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아닌 자본 논리상 투자 관점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 되었다.

ESG 경영은 친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경영의 핵심 요소로 본다. 모두 비재무적 요인으로 시장은 그 중요성을 오랜 시간 간과했다. 그러나 기후 변화, 양극화 등의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대형 연기금, 은행, 투자사들은 ESG 경영 성과를 투자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밥 의장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강조했다. 단기적 이익에 집중했던 주주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노동자, 주주, 소비자, 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투자 개념을 말한다.

ESG 경영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법적 규제가 아니더라도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끌려가게 되어 있다. 노동 안전·보건에 대한 조치는 당장 수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선제적 리스크 관리는 장기적인 재무 성과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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