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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소득과 자산, 주거, 노동, 의료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고, 특히 취약계층에 그 위험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0대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 시민들은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기대와는 달리 대선후보들은 의미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소득보장, 공공의료, 돌봄의 국가책임 등 사회보장 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불평등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은 시민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의미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시민들이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정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대선후보들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를 희망합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이번 대선에 꼭 제시되어야 할 사회보장 정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2021.12. 08(수) 10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2022 대선넷 시민이 요구하는 돌봄 정책 제안
▲ “아동, 노인, 학부모, 노동자가 요구한다. 안전하고, 좋은 돌봄 실현하라” 2021.12. 08(수) 10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2022 대선넷 시민이 요구하는 돌봄 정책 제안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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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한 예언 하나 하겠다. 신통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십 수년간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정책을 연구한 근거를 토대로 하는 예언이다. 당신은 비명횡사하지 않는 한 적어도 생애 마지막 수년간은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을 전전하다 끝을 맞이할 것이다.

상상하기 싫은가? 하지만 지금의 돌봄제도로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 피하기 힘든 일생의 종말이다. 우리나라에는 내가 필요한 만큼 돌봄을 받고 최대한 존엄한 삶을 유지하며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돌봄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돌봄서비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은 비슷한 경제수준을 가진 다른 나라(OECD 회원국)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돌봄만큼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 평균 수준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급격한 증가의 원인 중 하나가 요양병원의 폭증이다.

노인돌봄을 위해 10여 년 전에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만들었지만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하루 4시간뿐이다 보니 사실상 요양시설로 보내는 제도가 되어버렸다. 그것마저 등급 받기가 쉽지 않아, 요양병원으로 몰렸고, 노인인구 대비 병상 수가 OECD 회원국 평균의 10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최근 10년간 관련 지출도 10배로 급증했지만 돈은 돈대로 나가고, 국민은 원치 않는 생의 마지막을 강요당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앞다퉈 돌봄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치매국가책임제 등 돌봄관련 공약이 호응이 높았다. 우리나라는 노인, 장애인, 아동 등 각종 돌봄을 포함한 사회서비스 종류만 260여 가지가 넘는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서비스 종류만 계속 늘려왔기 때문이다. 치매국가책임제만 해도 법도 생기고,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도 생기고, 장기요양보험에 인지지원등급도 새로 생겼다. 그런데 정작 치매환자가 생기면 국가는 '책임'지지 않는다. 센터를 찾고, 등급을 받고, 서비스를 알아보는 것은 모두 본인과 가족의 몫이다. 서비스가 부족해서 생활이 파탄나도 여전히 개인과 가족의 문제일 뿐이다. 이번 대선에 돌봄국가책임제니 하는 새로운 공약이 나와도 공허한 이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돌봄은 내가 사는 지역이 구체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복지선진국들은 지방정부에 주민돌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돌봄제도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하청주듯 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서비스는 사람마다 다양한데 지자체는 중앙지침만 따르면 되니 이를 맞춰줄 책임이 없고, 개인마다 다른 돌봄을 중앙정부는 알 수 없으니 책임을 진다고 말만 할 뿐이다. 결국 명분상 서비스의 종류만 늘리고 있고, 국민의 돌봄문제는 계속해서 방치된다.

지역에서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은 공무원도 다 알 수 없는 수백 가지 서비스를 늘어만 놓고 국민보고 알아서 찾으라는 것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하다는 국민이 있으면 일선 지자체가 알아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개개인에게 적정한 서비스를 맞추어 설계해주어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즉 '몰라서 못 받는' 복지가 아니라 '몰라도 받을 수 있는' 복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되도록 하려면 우리나라 돌봄제도 전반을 통합적으로 재편하여 지자체별로 사람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하면서 쪼개진 재정도 지자체에서 통합적으로 쓸 수 있도록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늘어난 권한과 역할만큼 이를 제대로 해내는지 평가하고, 해내도록 지원하는 중앙정부의 역할 역시 필수적이다.

역대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선거에선 유독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한 단편적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복지도 예전 같으면 있는 게 없어서 그렇게 늘리는 것도 필요했다지만 이제는 그렇게 무분별하게 종류만 많아진 제도를 어떻게 새롭게 재구성할 것인가가 필요한 때이다. 결국 돌봄도 또다시 새로운 제도나 서비스를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늘려도 여전히 불안한 돌봄문제가 실제 일어났을 때 내가 사는 지역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책임지고 돌볼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생에 필수적인 돌봄이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보영 영남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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