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번 글("학생을 위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에서는 왜 학습자 중심이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학습자의 마음에 불을 켜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 후기산업사회,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세대, Z세대(소위 MZ세대)의 마음에 불을 켜기 위해서 학교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지식과 정보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스마트기기를 통해 스트리밍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MZ 세대의 마음에 불을 켜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학생들의 관심과 욕망을 살피고 북돋으며, 그것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허용과 배려가 필요하고, 두 번째로는 학습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만들고, 실천하고, 도전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과 평가체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근대학교의 교육과정은 도서관 배우기

근대산업사회까지 지식인들은 객관적 지식의 구조와 체계에 속박된 삶을 살았다. 그것은 도서관, 백과사전에 기반한 지식의 생산, 저장, 유통 체제 속에서 학습과 연구를 수행하는 근대 지식인의 굴레였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시대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자신의 관심과 욕망을 중심으로 지식과 정보를 재정렬하고 구조화하여 다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것이 구글이 우리 인류에게 선사한 최대의 선물이다.

그동안 학생들은 학교에서 객관적 지식의 구조, 간단히 말하면 도서관의 구조를 따라 학습을 진행해야 했다. 따라서, 이 과정은 학습이라기보다는 교육이었고, 학습자가 중요하기 보다는 객관적 지식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전문적 능력을 갖춘 교사 중심으로 학교는 운영되었다. 이는 마치 자동차 가지고 놀기와 같다. 완성된 장난감은 놀이하는 사람을 장난감의 기능과 구조에 의존하게 만든다. 즉, 놀이하는 사람은 장난감의 기능과 구조에 따라 놀이를 해야하는 상황에 처한다. 기차는 달리는 놀이를, 비행기는 날아가는 놀이를, 곰인형은 곰 흉내를 내는 식이다.

근대산업사회의 교육은 지식의 구조, 지식의 수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의 각 섹션을 유초중고교와 대학을 지나는 동안 돌아다니면서 배우고 익히고 외워 필요할 때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불러내어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유사한 분야를 나선형으로, 기초부터 중급, 심화 과정을 따라 배웠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저장량, 불러내기 능력, 주어진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 등을 평가받았다.

모든 교육은 학습자의 관심과 욕망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지식의 구조와 수준에 따라, 전문가들이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라고 제시하는 과정을 따라 배워야하는 상황 속에서 살아왔다.

근대산업사회, 인쇄지식의 시대의 지식인은 분해 조립 전문가

근대 지식인의 첫 번째 핵심 능력은 탐색 능력이고, 두 번째 중요한 능력은 분해 능력이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그것을 책이나 논문 속에서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의 모듈로 분해해내고, 그것을 새롭게 조합하는 능력이 근대적 지식인의 핵심 능력이다. 그래서,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문헌 조사와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시대, 지식 스트리밍 시대에는 찾고 분해하는 과정을 인공지능 검색엔진이 수행해 준다. 이제 사람은 검색엔진이 제시한 수많은 정보 모듈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모듈을 선정해서, 그것을 실제 적용하여 문제를 풀고 필요한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역량이 중요한 시대로 변화된 것이다.

인쇄지식 시대의 지식과 정보는 책이나 논문 속에 뭉쳐져 덩어리 형태로 저장되고 유통된다. 뿐만 아니라, 개별 지식과 정보는 서로 단절되어 개별화된 상태로 저장 유통된다. 따라서, 학습자와 연구자는 자신이 찾고 분해한 모듈들 간의 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조정해야 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은 이미 상호 관계성에 따라 하이퍼링크로 연결되고 정렬되어 제시된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지식인은 검색하고 분해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그것을 활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사회적 실천을 통해 스스로 혁신하는 존재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관심과 욕망이 흐르게 하라

근대산업사회의 학습자는 완성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 유사하다고 제시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사회의 학습자는 어떤 놀이를 하는 걸까? 비유하자면, 레고 블럭을 가지고 노는 것과 유사하다. 디지털 네트워크 속의 지식과 정보는 모듈화되어 있고, 관련된 모듈끼리는 하이퍼링크로 연결되어 있지만, 학습자가 관심과 욕망을 지니고 초점을 맞추지 않는 한 그것들은 무의미한 쓰레기 더미와 같다.

마치 레고 블럭이 아무리 많은들 만들고 싶은 것이 없다면, 모든 블럭이 무의미한 쓰레기가 되는 것과 같다. 각각의 블럭은 완결된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대로 개개의 모듈, 블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학교수업은 무의미한 일이다. 놀이를 하고자 하는 욕망에 불이 켜지고, 무언가를 구현하고자 하는 관심이 촉발될 때, 모든 레고 블럭은 학습자의 마음속에서 하나하나의 고유한 의미가 된다.

레고 블럭 자체는 구조와 체계가 없다. 따라서, 학습자는 레고 블럭의 구조와 체계에 구속되지 않으며, 기초와 심화가 달라지지 않는다. 기초와 심화 단계는 공존하고, 구조와 체계는 학습자의 관심과 욕망에 따라 비로소 구성되고 틀을 잡아 간다.

현대학교, 미래학교, 포노사피엔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관심과 욕망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조벽 교수가 '창의성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허용'이라고 일갈했듯이 학습자의 관심을 존중하고, 스스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망을 지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현대학교가 수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한국의 근대학교가 가장 취약하고, 하지 않는 일이 학생들의 관심과 욕망을 허용하는 일이었다.

여기에 현재 진행되는 미래학교 담론의 어려움이 있다. 온갖 기술과 기기, 시설과 환경을 개선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것들을 가지고 놀 관심과 욕망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지식 정보환경,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시대에는 초보자들도 새로운 것들을 연관 짓고, 적용하여, 창조적인 활동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를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어린이도 연구자가 될 수 있고, 초등학생도 메이커가 될 수 있으며, 대학생도 기업을 만들 수 있고, 노인도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창조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이 되었다. 학습자가 관심과 욕망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면, 그것이 허용된다면, 학습자 스스로 만들고, 구성하고, 실천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 학습의 핵심은 실천, 만들기 작업

지식과 정보가 한정된 자원, 특정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저량(stock)으로 존재하던 시대에는 지식의 저장과 유통의 체계와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고 이해하여 분해하고 조립하는 능력을 갖추는데 대부분의 학습 시간과 노력을 소모했다.

디지털 네크워크 지식시대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 검색엔진이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학습자와 연구자는 바로 본업으로 진입할 수 있다. 새롭게 주장하고, 만들고, 실천하면서, 새로운 이해를 창조하고, 유용한 물건을 바로 만들어 내며, 주변과 지역사회,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을 바로 조직하고 수행할 수 있다.

마크 프렌스키가 주장하는 바, '모든 초중고교, 대학 교육을 "더 나은 자신의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Education to Better their World)"으로 재조직하자'는 제안을 나는 열렬이 지지한다. 그의 제안은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시대에 가능하게 된 횡단적, 융합적, 창조적, 실천적 학습 혁명을 맞이하는 교육개혁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모든 학습자는 무한한 지식 스트리밍 서비스를 바로, 지금, 여기에서 활용하여 스스로 자신의 삶을 혁신하고 세계의 변화를 실천하는 창조자가 될 수 있다. 단지 허용되기만 한다면!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근무 중. 플로리다주립대 정책학 박사: 「차터스쿨이 공립학교의 학업성취도 및 인종분리에 미치는 영향 분석」 (2012) 강의: 순천대 객원교수(2015), 숙명여대 및 광주교대 등 강의 저서: 《교육을 교육답게》(2018), 《포노사피엔스 학교의 탄생》(2020), 공역서 《교육은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는가》(2018)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