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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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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가 "기업의 사용전력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캠페인"을 뜻하는 'RE100' 추진 기본계획 수립을 발표한 날은 대통령 후보 4명의 첫 TV토론이 열리던 지난 3일이었다.

안산은 시화공단, 반월산업단지 등 전통의 산업도시다. 노후화된 제조업을 미래형 스마트 단지로 전환하기 위해 절치부심해온 안산시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RE100'이라는 재생에너지 수출장벽에 맞서 관내 중소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안산시 전력에너지의 3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RE100 협약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에게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전환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 이재명 "RE100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 윤석열 "네? RE100이 뭐죠?"
- 이재명 "재생에너지 100%..."
- 윤석열 "아! 재생에너지 100%. 그게 현실적으로 저는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 이재명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시지만, 전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RE100을 채택해서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하지 않는 부품을 공급받지 않겠다고..."

이후 RE100이 정치쟁점으로 떠올랐고 안산시의 RE100 추진계획을 보도한 뉴스 밑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안산시 큰일 났다~!! 윤○○이 RE100 몰라서 추진 기본계획 수립한거 다 없앨듯~" "re100 나도 처음 들어보는 건데?" 지자체의 정책 보도에는 댓글이 잘 달리지 않는데, 대부분 TV토론을 보고 RE100을 검색해본 사람들이 남긴 댓글이었다.

안산시 관계자는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 같다. 안산시의 기본계획 수립 발표가 하루만 더 늦었더라면 'TV토론 보고 정략적으로 발표하냐?'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았을까?

기후대응을 취재하는 입장에서 이번 RE100 논란은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무관하게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RE100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기후변화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제가 반드시 넘어가야 할 과제가 RE100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위한 선결조건

RE100(Renewable Energy 100%, 재생에너지 100%)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몇 가지 숫자만 보자.

349개.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만으로 조달하겠다고 협약한 기업들의 숫자이다. 몇 개 안된다며 코웃음을 칠 수 있지만, 가입 기업들의 이름을 보면 웃음기가 사라진다. 애플, 구글, BMW, 이케아,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에어비앤비, 3M, 샤넬, 듀퐁, GM, 존슨앤존슨, 나이키, 스타벅스, 버버리, 이베이, 피앤지, 화이자, 랄프로렌, 앱손... 국내기업으로는 SK그룹, LG엔솔(에너지솔루션) 등.

152테라와트시(TWh). 이들 349개 협약 기업들이 2021년 한 해 동안 이용한 재생에너지 전력량으로 영국의 한 해 전력소모량보다 많다.

62%. RE100 신규회원 중 62%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업들이다. RE100 이니셔티브를 관리하고 있는 영국 런던의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 따르면, RE100의 회원기업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연간 최대 성장을 기록했으며 신규 회원의 62%를 점하고 있다.

64%. 최근 국내 기업 30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RE100 설문조사 결과 설문대상기업의 64%가 RE100 가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함도 많지만, '글로벌 고객사의 요청' 등 수출이나 납품 계약에 있어 RE100이 하나의 '자격요건'처럼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64. 2022년 현재 RE100에 가입된 일본 기업 숫자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14개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RE100에 대응하는지 알려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일본에서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고 너무 비싸다",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 소니가 일본 정부에 던진 경고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납품업체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일본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기 어려워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였다.

이게 RE100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선결조건이자 지자체 차원에서는 기회요인이 되기도 한다.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실하게 깔아두면 글로벌 기업을 지역에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창이 가장 먼저 움직였고 전통의 공단 지역들이 뒤를 잇는 모양새다.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2020년 1월 23일 평창군이 전력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하는 ‘RE100 평창’ 선포식이 평창군청 대회의실에서 있었다.
 2020년 1월 23일 평창군이 전력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하는 ‘RE100 평창’ 선포식이 평창군청 대회의실에서 있었다.
ⓒ 평창포토뉴스 김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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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은 지난 2020년 1월 23일 군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달성하겠다는 'RE100 평창 선포식'을 개최했다. 2030년까지 공공시설물에 재생에너지를 50% 이상 공급하고 태양광 사업을 주민 주도형으로 추진해 농지가 없는 농촌주민도 가정용 전기료 부담을 태양광 수익으로 대체하도록 할 계획이다.

새만금이 있는 군산시는 2020년 7월 국회를 방문해 세계 최대 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산업단지가 RE100 관련 최적지임을 설명하고 국가예산확보와 관련 법안 마련을 건의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기록하는 제주도에서는 RE100을 넘어서는 'RE300'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전력 300%를 생산해 100%는 자체 소모하고 남은 200%는 육지로 전송해 수익을 올리는 '역전송' 모델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020년 3월 제주대학교 내에 '아리300추진단'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남 당진시는 지방정부 최초로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2020년 8월 10일 당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정부 최초로 RE100 산업단지를 당진시 송산면 가곡리 시유지 일원에 조성한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대구광역시는 시민 참여 확산을 위해 'RE100 시민클럽'을 공동으로 발족시켰다. 2021년 8월 23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은 화상회의를 통해 'RE100 시민클럽' 공동출범식을 가지며 시민 중심으로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실현하자고 독려했다.

국가산업단지가 있는 구미시도 입주기업들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한 '구미산단 RE100 인프라' 조성에 뛰어들었다. 2021년 6월 8일 전문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구미시는 1500억 원을 들여 공장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공단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RE100으로 상징되는 에너지전환사업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지구를 지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일구자는데 어떤 이견이 있겠는가?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기업인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가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것은 환경주의자여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자이며 고객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The Climate Group, 'RE100 2021 Annual Disclosure report' (더클라이밋 그룹)
천의현, '안산시, 탄소중립 달성 위한 RE100 추진 기본계획 수립' (뉴시스, 2022. 2.3)
박상욱, '[박상욱의 기후 1.5] ESG, RE100은 이미지 메이킹? 엄혹한 실전!' (JTBC, 2022.1.31.)
박대기, '소니는 왜 일본을 떠난다 했나…탄소중립, 홍보 아닌 생존 문제' (KBS, 2020.12.9)
남보수, '재생에너지 확대 위한 RE100 사업 지자체 유치 불꽃' (경북탑뉴스, 2021.6.9)
채덕종, 'RE100 넘어 ‘RE300’으로, 제주에너지 바꾼다' (이투뉴스, 2020.1.16)
황해윤, '광주-대구, RE100시민클럽 공동 출범' (광주드림, 2021.8.21)
송명규, '당진시, 지자체 최초 RE100 산업단지 조성 추진' (투데이에너지, 2020.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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