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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빨리 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역설을 체험했다.?
 앞으로 빨리 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역설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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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자만 잘 기억하고, 몸에 힘을 너무 주지 마."

스키의 계절이다. 그동안 겁을 먹고 시도하지 않았던 스키를 올해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 전수받은 팁은 단 두 가지. A자를 유지하는 것과 다리 힘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

스키 플레이트가 평행이면 가속도가 붙으니 무릎 안쪽 방향으로 힘을 주어(체중 이동) 속도를 조절했다. 한쪽 다리에 힘을 많이 가하면 오히려 스키 플레이트가 회전해 결국 멈춘다. 힘을 주면 브레이크 기능이 된다는 것을 체득했다. 앞으로 빨리 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역설을 체험했다. 

스키뿐만 아니라 여러 운동을 배울 때 "몸에 힘 좀 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수영을 배울 때도 몸에 힘을 빼야 앞으로 나간다고 들었고,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배울 때도 어깨에 힘을 빼라는 주문을 받는다. 힘을 빼야 경직되지 않은 동작에 의해 오히려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그래서 여러 운동에서 실력을 늘리기 위해, 더 큰 힘을 내기 위해서는 힘을 빼야 한다.

구정까지 지났으니 정말 새해가 밝았다. 많은 이들이 의욕에 차 새해 계획들을 세웠고, 계획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며 2월을 맞이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계획들을 실천하고 있을까? 

지난 주말, 친구를 만났다. 운동도 하고, 악기도 배우고 지속적으로 봉사 활동도 하며 바쁘게 지내는 친구이기에 만족하는 새해를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친구가 말했다.


"작년 연말에는 내년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져서 좋았지. 근데 새해가 되고 몇 주가 지났는데도 시작 못한 계획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 1월 1일부터 멋지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필자의 주변에는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내밀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세운다. 그래서 스스로 게으른 완벽주의자(역기능적 완벽주의)가 된다. 

하면 또 얼마나 잘 해낼지 알기에 번아웃과 우울감을 느끼는 시기를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응원할 뿐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시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잘" 하기보단 "하는 것"을 목표로 사는 게 더 쉽게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잘 하려고 애쓰기보다 일단 시작하라 


'뉴 노멀 시대 커리어 생존 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리셋하고 리드하라>라는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복잡계(VUCA; Volatility, Uncertainty, Complecity, Ambiguity변동성, 불확실성, 완성도, 모호성)의 시대에 정답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 지금 최선의 것을 시도해야 한다. 미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모험하고 도전하는 사람을 원한다." - <리셋하고 리드하라> 中

이 책뿐만 아니라 많은 인플루언서들도 말한다. 완벽함에 집착하지 말고 그 시간에 시도하라고. "fail fast, fail often"(더 빨리, 더 자주 실패하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늘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완벽한 방법과 완벽한 답이 비효율이다.

더 이상 완벽함이 정답이 아니다. 이제는 촌각을 다투어 새로움을 시도하고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완벽주의자는 몸에 힘을 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몸에 힘을 뺄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가 <대화의 희열3>에서 벼락치기하는 사람들을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설명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 게으른 완벽주의자 오은영 박사가 <대화의 희열3>에서 벼락치기하는 사람들을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설명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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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대화의 희열 3>에서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을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설명해 SNS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오은영 박사는 "완벽히 일을 행하지 못할 거란 두려움 때문에 일의 시작을 미룬다"라고 벼락치기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처럼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몸에 힘을 많이 주고 수영을 하는 것과 같다. 완벽해야 한다는 긴장에 의해 힘이 많이 들어가고 의욕이 과다해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스키를 탈 때 힘을 많이 주면 결국 정지하는 것처럼 의욕 과다는 오히려 추진력을 저해하기도 한다.

비단 운동과 비즈니스에서만 그럴까? 인생에서도 힘을 너무 주면 오히려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면접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잘하려고 의욕을 과도하게 부리다가 오히려 시작도 못하고 그만 둘 때도 있다. 긴 호흡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이니 힘부터 빼고 볼 일이다. 완벽에 대한 추구로 힘을 잔뜩 주고 살다 보면, 얼마 안 가 방전되거나 쥐가 나거나 무언가를 시도할 여유가 나지 않을 테니. 

각 스포츠에 맞는 자세를 잡듯이 내가 살고 싶은 인생에 맞는 자세를 잡아야 할 듯하다. 잔뜩 긴장했던 상태에서 힘을 빼고 계획했던 것들을 가볍게 시도해 봐야지. 힘을 '빡!' 주는 것이 바른 자세가 아님을 기억하며 많이 도전하고 많이 성취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리셋하고 리드하라 - 관리와 통제를 뛰어넘어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뉴 노멀 시대 커리어 생존 전략

장은지 (지은이), 위즈덤하우스(2021)


태그:#완벽주의자, #복잡계, #게으른완벽주의자, #운동팁, #FAILF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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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그렇게 피터팬 내지는 돈키호테를 닮은 낭만주의자가 되었다.그러나 네버랜드는 없다. 출근하는 피터팬으로 살며 책임감 있는 어른과 낭만주의자의 균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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