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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통신선을 몇 번을 끊다, 잇다를 반복했다. 군사안보전문가 일부는 통신선 중요성보다는 북한 행태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과 소련은 쿠바위기가 발생한 뒤에 첫 번째 조치가 통신선(핫라인)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남북 간 실제 대화 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대화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통신선이 있어야 한다. 적대감과 불신만 있고, 대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서 적과의 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베트남 인접국인 라오스는 '라오스에 관한 제네바 협정'에 따라 1962년 7월 23일 연립정권 수립을 결정하였다. 라오스 3파와 5대 강국을 포함한 14개국과 세력 대표가 1년 이상 회담을 열어 합의한 결과이다. 미국이 공산세력이 참가하는 중립정권 수립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라오스는 1975년까지 소규모 내분은 계속되었으나 대규모 전쟁은 피했다.

남베트남 중립화는 1962~1964년에 걸쳐 우탄트 유엔사무총장과 드골 대통령이 전쟁 확대를 피하는 해결책으로 수차례에 걸쳐서 제안하였다. 친미파와 친북 베트남 공산주의, 중립파 세력이 중립화 연립정권을 수립하여 전쟁을 방지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프랑스는 남베트남 중립화가 미국과 북베트남 양국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미국과 베트남은 라오스 중립화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달랐다. 미국이 판단하기에 북베트남군은 협정 이후 수백 명 군대를 철수했지만, 수천 명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이 중립화 약속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북베트남이 서로 오해하고, 소통 부재로 남베트남은 실패하였다. 상대방 사이에 직접 대화 기회와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전쟁을 멈출 기회를 놓쳐버렸다.

북베트남 관점에서 라오스는 1973년까지 현상 유지가 잘되도록 협정 기본이념을 지켰다. 중립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특정 세력이 압도하지 않는 것이 중립화라고 생각했다. 전략적인 메콩강 유역에는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호찌민 루트 지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군대가 잔류했다. 북베트남은 라오스 중립화가 실현된 다음에 미국이 이 모델을 남베트남에 적용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북베트남은 사이공 친미정부도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연합정권이 미국 군사개입을 막고, 미국과 외교 관계는 유지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중립정부에서 군사적 영향은 줄지만 다른 영향력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북베트남군의 라오스 잔류를 그렇게까지 중시하리라곤 예상 못 했다. 명백한 신호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계산 착오였다.

미국은 중립화가 실패했다고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반윤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덜레스 국무장관은 우리 편 아니면 적이었다. 만약 라오스, 남베트남, 캄보디아 3국이 중립정부를 수립했다면 미국에도 바람직했다. 미국의 편견과 북베트남이 미국에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맥나마라는 국방부장관 재직 시에 중립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적과의 대화를 통해서 중립화가 가장 중대한 '놓쳐버린 기회' 중 하나라고 결론짓는다. 미국은 라오스 중립화가 성공했다면 베트남 중립화도 진지하게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양측은 직접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계점까지 경주하지 않았다.

미국과 베트남 양국은 상대의 가장 중요한 이익을 빼앗지 않으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만일 상대방의 동기와 의지, 공포 등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공격적이지 않을 수 있었다. 오해와 판단 착오로 인하여 상대방이 방어적 동기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베트남은 쌍방의 무지, 오해, 편견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양국 분쟁을 사전에 피하거나 혹은 더 빨리 종결시킬 기회를 놓쳐버렸다.

우리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도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는 상황이 좋을 때보다도 나쁠 때 더 필요하다. 남북 정전협정도 전쟁 도중에 2년간에 걸친 치열한 협상의 산물이다. 대화와 타협은 굴종이라 생각하고, 멸공과 주적, 선제타격에 이어서 사드 배치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의 최종 목표가 전쟁에서 승리일까?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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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서울시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발전연구위원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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