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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은 책을 통해 책 너머의 세상을 봅니다. [편집자말]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유명한 관광지인 쿠타 해변에 강풍으로 밀려온 쓰레기더미들을 근로자들이 치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안경비대는 높은 파도와 거친 날씨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유명한 관광지인 쿠타 해변에 강풍으로 밀려온 쓰레기더미들을 근로자들이 치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안경비대는 높은 파도와 거친 날씨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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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관심이 생긴 건 4년 전 겨울, 발리 여행을 다녀와서다. 우기라 바다 색깔이 맑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애메랄드빛 바다에 대한 로망은 접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타 해변에 도착했을 때 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 색깔 때문이 아니었다. 포클레인 두 대가 해변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파도를 타고 끊임없이 쓰레기가 몰려온다. 포클레인 두 대로 치우기엔 어림도 없어 보이는 많은 양이다. 여기는 쓰레기처리장인가 해변인가. 더 놀라운 것은 쓰레기처리장 같은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들의 눈에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 풍경이 익숙한 것일까.

직접 보고 나니 충격적이었다. 뉴스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집에 와서 샴푸와 린스를 고체 샴푸와 고체 린스로 바꾸고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했다. 언젠가 우리나라 바다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그 충격이 점점 잊혔다.

우리 집 앞에는 바다도 없고 커다란 오피스텔, 상가, 아파트만 가득하다. 현실에서의 나는 편리함에 자주 굴복한다. 기후위기는 큰 담론이라 오히려 더 실감 나지 않는다. 최근에 읽은 <시간과 물에 대하여>의 저자는 이 상황을 정확히 꼬집어 말한다.
 
우리는 신문에서 '빙하 해빙', '기록적 고온', '해수 산성화', '배출가스 증가' 같은 머리기사 제목을 보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안다고 여긴다. 과학자들이 옳다면 이 단어들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일어난 그 어떤 사건보다 심각하다. 우리가 제대로만 이해한다면 이 단어들은 우리의 행동과 결정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 의미들의 99퍼센트는 백색잡음으로 흩어져버린다. (p.14)
 
임계점을 넘는 순간 되돌릴 수 없다


저자는 자신의 이 글도 백색소음이 될까봐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역사로, 신화로, 탐사 보고로, 에세이로, 인터뷰로 정성껏 감쌌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몰입해 읽는 과정은 마치 잘 싸여진 이야기 포장을 하나씩 벗기는 것 같다. 마지막에 독자는 포장 안에 있는 가장 핵심인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만나고 기후위기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포장지를 벗기다 그 안의 핵심을 만날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춘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이니
바퀴통 속에 아무 것도 없기에 수레의 쓸모가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니
그릇 속에 아무것도 없기에 그릇의 쓸모가 있다.

방을 만들 때는 방문과 창문을 뜷으니
방문과 창문 안에 아무 것도 없기에 방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이 이로운 것은
없음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도덕경>
 
저자는 <도덕경>에서는 없음이 쓰임이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 자체의 쓰임을 알아보지 못한다며 한탄한다. 난 이 부분을 읽으며 탄소흡수원인 농경지와 습지를 매립해 공항을 만든다는 기사(<여기에도 저기에도 '신공항' 탄소 뿜어내는 국토계획>, 경향신문 1월 21일자)가 생각나 씁쓸해졌다.

책에서는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이 16.5톤으로 가장 많고 중국은 전체 배출량으로 따지면 세계 최대의 오염국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떨지 궁금해 검색해보니 201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환경경제신문 그린포스트코리아 22. 1. 19 기사 참고).

마음이 답답하다.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지구가 1.5도 상승하는 걸 막으려면 25년 뒤에는 CO2를 조금도 배출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보면 지구 온도는 21세기 말까지 3도 내지 4도 상승할 전망이다.

기온 상승으로 허리케인과 폭풍의 세기가 커지고 가뭄과 홍수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경작지가 쓸려나갈 것이다. 사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북극권은 매년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고 역대급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산불 기사를 계속해서 접하고 있다.

저자는 개인이 깨어 있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국가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이 식생활을 바꾸는 노력도 분리수거를 하는 노력도 다 가치 있지만, 공기 중의 탄소가 많아져 기후 시스템이 망가지면 생태계는 전부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기회는 되돌릴 수 없다.

바다, 대기, 아이들보다 욕망이 앞선다면
 
<시간과 물에 대하여> 앞표지
 <시간과 물에 대하여> 앞표지
ⓒ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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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우파, 자유주의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분분하지만 한 세대가 미래 세대에 이만큼 큰 피해를 입히고 이만큼 큰 가치를 훔치도록 허락하는 이념이나 법률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정부라면 개인이 남에게 피해를 끼칠 자유를 제한할 것이라 기대한다. 수십 년 뒤에 피해를 입힐 것이 뻔한 행위들을 민주주의 체제가 제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오류다. 언제나 기업의 이익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얻으려는 욕망이 바다보다, 대기보다, 전 세계 아이들보다 우선했던 것이다. (p.282)
 
대선 기간인 이때, 대통령 후보들이 이 책을 봤으면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정책이 다 중요하겠지만, 다음 세대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은 바로 환경 정책이 아닐까. 난 분리수거 상자의 비닐 쓰레기와 플라스틱 용기들을 보며, 지난달과 큰 차이 없는 전기요금과 난방비 명세서를 보며 낙담한다. 그럴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나라에는 나 같은 소시민들이 각자 자기 삶의 터전에서 반성하고 각성하기를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 작은 노력이 흩어지지 않기를, 소용없는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가 이 소시민들의 의지를 꺾지 않기를 바란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 선언한 내용에 맞게 좀 더 촘촘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나오기를, 탄소 중립을 향한 국제 사회의 흐름에 맞는 정책이 계속해서 나오기를, 대통령 후보자들이 이 문제의 중대함을 알고 모든 문제에 우선해서 정책을 세워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문제는 지구 전체의 문제이고, 우리나라 국민뿐 아니라 지구 상의 70억 인구가 살아남느냐 못 살아남느냐가 여기에 달렸다.
 
최근의 유엔 보고서는 결론에서 이렇게 잘라 말한다.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부터 지구를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p.135)

 

시간과 물에 대하여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은이), 노승영 (옮긴이), 북하우스(2020)


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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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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