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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음식은 맛이 없고, 만들기 까다롭다?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양한 비건 집밥 요리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무엇을 먹을까? 춘천은 닭갈비, 순천은 꼬막, 부산은 회, 제주는 고기국수... 국내만 해도 여행지의 대표 음식은 해산물이나 고기종류인데 말이다. 

채식인으로 산다는 것은 먹을 수 있는 것을 알아서 찾아먹는 데에 도가 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고 여행을 할 때에도 그 능력을 발휘한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채식인은 로컬채식식당을 중심으로 여행코스를 짜기도 하는데, 채식 전문점을 찾기가 어려울 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인도식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다.

채식친화적인 음식, 커리
 
오래 볶은 양파, 감칠맛을 위한 케첩, 고구마가 들어가 달콤한 맛이 특징인 커리이기 때문에 짭잘하고 새콤한 샐러드 혹은 김치와 곁들이면 좋다.
▲ 비건고구마크림커리 오래 볶은 양파, 감칠맛을 위한 케첩, 고구마가 들어가 달콤한 맛이 특징인 커리이기 때문에 짭잘하고 새콤한 샐러드 혹은 김치와 곁들이면 좋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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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전문점은 종교적인 이유로 (특정)육류를 먹지 않는 고객을 위해 채식 메뉴를 준비해놓곤 한다. 그래서 서로에 관한 정보가 적은 사람과 식사를 해야할 때 부담없이 가기에 좋다. 물론 상대방이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확인해야 하지만 말이다.

가장 대중적인 베지테리언 커리로는 시금치를 부드럽게 갈아 만든 팔락파니르가 있다. 힌디어로 팔락은 시금치, 파니르는 치즈이다. 나의 경우 팔락파니르에 들어가는 치즈덩어리를 두부로 대체하는 등 식물성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문의하거나 알루고비(감자 컬리플라워라는 뜻)와 같은 채소볶음 메뉴를 즐겨 먹는다.

커리야말로 가장 문턱이 낮은 비건 요리가 아닐까 한다. 제육볶음, 닭볶음탕, 감자탕 같은 음식의 양념만 살리고 주 재료인 고기를 채소로 '대체'하는 것이 아무래도 낯설다면, 향신료를 핵심으로 하는 요리로 비건 음식에 입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김치볶음밥만큼 쉬운 커리 요리

시중에 판매하는 고형카레나 커리 페이스트는 조미료 등으로 인해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다. 완성된 제품이 없어도 나만의 커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저렴한 큐민 가루 한 병을 구비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향신료를 이용한 요리가 아무래도 입문하기 쉽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름은 낯설지만 맛은 낯설지 않은 식재료를 집에 들여보는 용기만 낸다면, 그야말로 김치볶음밥 수준의 난이도로 다양한 이색요리를 만들 수 있다.

커리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음식의 이름이 아니다. 향신료를 배합하여 만든 걸쭉한 요리를 통칭하는 것에 가깝다. 실제로 커리 문화권 현지에 가면 메뉴판에서 '커리'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팔락파니르나 알루고비처럼 재료를 중심으로 고유한 이름이 붙곤 한다.

커리라는 이름이 요리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바꾸어 말하면 향신료를 어떻게 배합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음식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본인에게 익숙한 향신료와 재료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태국 커리는 태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레몬그라스와 코코넛밀크가 주요한 재료인 것, 일본 카레는 밥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국물이 넉넉한 스프 형식을 띠게 된 것 모두 지역의 문화와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특색있는 커리를 만들게 된다니, 각자의 주방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커리에도 호기심이 가득해진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한국식 카레라이스도 그렇지 않은가. 카레 분말은 같은 회사를 쓸지라도 재료나 요리 방식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오늘은 커리 세계에 입문하기 좋은 초간단 레시피를 소개해보려 한다. 겨울의 제철채소 고구마를 넣은 달콤한 크림커리로, 최소한의 향신료를 이용한다. 큐민 가루 한 숟갈과 월계수잎 두 장으로 이색 향신료 요리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강황가루, 코리앤더(고수) 가루, 정향, 팔각 등의 향신료도 천천히 탐색해보면서 커리의 세계를 만끽해보길 바란다.

참 쉬운 고구마크림커리 레시피
 
큐민가루와 양파, 마늘만 갖추고 있다면 다른 재료는 각자의 주방상황에 따라 달리해도 좋다.
▲ 소박한 커리 재료 큐민가루와 양파, 마늘만 갖추고 있다면 다른 재료는 각자의 주방상황에 따라 달리해도 좋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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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 양파 1개(알이 작다면 2개), 고구마 2개, 새송이버섯 1개, 다진마늘, 큐민 가루, 월계수잎, 무가당두유 190ml(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작은 것 한 팩), 소금, 케첩

1. 양파를 채썬다. 두께가 얇을수록 요리 시간이 단축된다. 고구마와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숭덩숭덩 자른다(사진 참고).

2.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다진마늘 1스푼과 양파를 중불에 볶는다. 양파는 갈색빛을 띨 때까지 7분 이상 볶아준다.
 
양파를 볶다보면, 투명해지는 시점 이후에는 갈색으로 변하는 단계에 접어든다. 짙은 갈색을 띨 때까지 볶으면 양파의 단맛이 극대화되어 설탕 등의 감미료가 필요없다.
▲ 카라멜라이즈드 어니언 양파를 볶다보면, 투명해지는 시점 이후에는 갈색으로 변하는 단계에 접어든다. 짙은 갈색을 띨 때까지 볶으면 양파의 단맛이 극대화되어 설탕 등의 감미료가 필요없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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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구마를 넣고 겉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센 불로 볶는다. 
4. 버섯, 월계수잎 2장, 큐민가루 1/2스푼, 소금 2/3스푼, 케첩 1스푼을 넣고 센 불에 가볍게 볶아준다.
5. 두유와 물을 각각 종이컵 한 컵정도씩 붓고 고구마가 잘 익을 때까지 중불로 끓여준다. 
6. 밥 위에 얹으면 완성. 김치나 샐러드 등 새콤하고 짭짤한 반찬을 곁들이면 좋다.

태그:#비건집밥요리, #나의비거니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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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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