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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독일 초등학교의 1학기 수업이 끝났습니다. 1학년에 재학 중인 딸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받아왔습니다.

원래 독일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은 따로 시험을 보지 않아요. 대신 한 학년을 다 마친 상태에서 학생들의 학습태도와 진도, 전체적인 학교생활에 대해서 평가를 한 증명서를 준다고 합니다. 물론 독일의 각 주마다 또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학 학년을 마친 것도 아니라 1학년 1학기인 반학기만 마쳤음에도 선생님으로부터 종이를 받은 겁니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아이가 받아온 확인서
▲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확인서 1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아이가 받아온 확인서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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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이 학생들 모두에게 건넨 이 한 장의 확인서로 인해서 학부모 단체 채팅방은 한순간 난리가 났었습니다. 모든 학부모가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담임이 선물한 이 확인서가 우리 아이들을 공부에 자신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딸이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아온 확인서에 뭐라고 적혀있기에 학부모의 반응이 이럴까요?

확인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는 1학기 동안 독일어 책으로 14개의 알파벳을 알게 되었다.
2. 우리는 처음으로 단어를 읽고 쓸 수 있다.
3. 우리는 일반 수업을 통해서 고슴도치와 사과에 대해서 배웠다.
4. 우리는 교통법규와 질서에 대해서 배웠다.
5. 우리는 숫자 10까지 알고, 10의 더하기도 배웠다.
6. 우리는 다른 20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7. 우리는 아침 식사 시간에 책을 읽고 들었다.
8. 우리는 미술시간에 여러 그림을 그렸다.
9.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연극을 함께 보았다.
10. 우리는 다른 학생들과 크리스마스 노래를 매주 월요일에 배우고 불렀다.

위의 내용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학교에서 했던 모든 일을 나열한 겁니다. 한마디로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만든 상장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독일 부모들은 자녀들이 숫자와 알파벳도 모르는 상태에서 1학년 한 학기 동안 위의 내용을 학습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이렇게 확인서처럼 학생들 이름을 적어 나누어줌으로써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합니다. 수업 시간에 공부를 한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확인서로 학습한 내용을 받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를 할 거라며.
 
한학기동안 배운 알파벳
▲ 한학기 동안 배운 책 한학기동안 배운 알파벳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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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기동안 배운 수학과 독일어 자료
▲ 수학과 독일어 한학기동안 배운 수학과 독일어 자료
ⓒ 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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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를 끝마친 학생들을 평가한 평가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이만큼 배우고 자랐다는 칭찬과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는 격려인 것입니다. 학부모들은 이 확인서를 1학기를 마친 시점에 학생들에게 나눠 준 선생님 두 분에게 감사하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처음에 독일 부모들의 반응을 보고 나는 의아한 마음이 컸어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5개월 동안 딱 14개의 알파벳만 배우고, 숫자도 1부터 10까지만 배웠을 뿐인데? 나는 내 아이가 학교생활이 어떻다는 평가서가 더 궁금한 엄마였거든요. 그러나 독일 부모들은 학생들의 학교생활 평가서가 아닌 확인서를 받았음에 아이들이 앞으로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키워준다며 감사하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저는 평가를 중요시하기보다 아이의 자신감과 목표 의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생각을 엿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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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육아중입니다 한국과 다른 독일의 육아와 문화이야기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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