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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플래닛>은 퀴어 방송의 기치를 내걸고 성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퀴어들이 앨라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채널이다. <큐플래닛>는 두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데, <아찔한 무지개>와 <권손징악>이다.
 
<아찔한 무지개>는 '무지개'라는 말이 함의하듯, 남성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 정체성으로 이분할 수 없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대담하게 드러낸다. 몇 년 전 EBS프로그램 <까칠남녀>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하차 당했던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과 퀴어 활동가 신필규가 퀴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찌 보면 드러내기 불편할 수 있는 퀴어 관통기를 명랑하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두 퀴어 진행자와 문화평론가 손희정의 지적이고 유쾌한 입담이 가세해 수준 높은 퀴어 방송을 이끌고 있다.
 
<큐플래닛>의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권손징악>이다. 위트 넘치는 타이틀인 '권손'징악은 악을 징치하는 '권선(勸善)'징악(懲惡)에서 발원했을 터인데, 진행자 권(권김현영의 권)과 손(손희정의 손)이 성 불평등한 사회악을 발본해 징벌하겠다는 다짐이 엿보이는 재기 발랄한 네이밍이다. '권손'의 그간의 페미니스트 활동사를 반추해 볼 때, 두 사람의 이름을 딴 타이틀만으로도 이 방송이 지향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권손징악>은 지난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한다. 보궐선거를 왜 치르고 있는지, 그 맥락이 완전히 소거된 채 벌어지는 선거판을 비판하고 성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페미니즘이라는 명백한 정파성을 탑재한 '권손'의 명징하고 신랄한 비판은, 사실을 입맛에 맞게 조합해 조작하는 레거시 미디어의 탈진실 보도와 현격한 이격을 벌리며, 비가시화된 이슈의 진실을 좇는 정의로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선거판과 연결된 성 불평등한 사회적 현상을 속 시원하게 꿰뚫어 준 <권손징악> 시즌 1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후원만으로 제작되는 제한적인 환경 탓이었다. 그러다 20대 대선을 맞아 시즌 2로 다시 짠하고 나타났다.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이재명 윤석열 후보와 정치토크를 진행하기 훨씬 앞서, <권손징악>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정책 토크를 진행했다. 현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페미니스트 후보로 거론되는 심상정 후보는 자신의 공약들과 그 공약들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유 등을 소상히 밝혔는데, 이를 통해 유권자는 성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어떤 정책이 요구되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지지율을 보이는 두 후보가 '이대남'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대녀'를 소외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페미니즘과 명백히 선을 긋는 행보를 보이는 위태로운 선거전을 돌아볼 때, 정책에 대한 렌즈를 뽀득뽀득하게 닦고 다시 봐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심상정 후보 이전, <권손징악> 시즌 1에서는 진보당 대선 후보인 김재연, 정의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정미, 이재명 후보의 여성미래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인숙, 남녀평등복무제를 정책 제안해 화제를 몰았던 박용진 등의 정치인이 출연해 각자의 정책이나 정지적 지향을 피력했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거의 되지 않는 주류 정당의 표심잡기용 판박이 정책은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런 시기 정치적 지형과 입장이 다른 정치인의 정책 지향을 짚어보는 <권손징악>은 20대 대선 정책의 변별력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성실히 해내고 있다.
 
<권손징악>, 대선 판의 나침반으로 나섰다

후원에 힘입어 시즌 2로 진입한 <권손징악>은 본격적으로 대선 정책을 다룬다. '이대남' 표심 잡기 정책(여가부 폐지, 코인 과세 연기, 비현실적인 병역 정책 등)에 골몰하느라 젠더, 성 평등, 환경 정책 등이 실종된 위기를 짚어보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매일 새롭게 갱신하는 스캔들에 은폐된 쟁점은 무엇인지 톺아본다.
 
아들의 성매수 의혹을 비호하는 이재명 후보의 행보를 면밀히 살펴보는 방식은 그저 성매매의 비윤리를 성토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 성매매 산업구조와 이에 동맹하는 남성성을 날카롭고 치밀하게 분석한 <레이디 크레딧>의 저자 김주희 교수를 초대해, 왜 그리고 어떻게 성매매가 한국 남성 문화가 되고 성 산업으로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지를 파헤친다. 이를 고찰하는 일은, 한 대선 후보 아들의 성매매 스캔들이 일 개 젊은 남성의 일탈로 뭉개지거나, 가족적으로 사회적으로 관용되고 말 사안이 아니라는 엄중한 실상을 돌아보게 한다.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2차 가해 녹취록을 다루는 방식 역시, 그의 반인권적인 발언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공개된 김건희의 발언은 기존의 2차 가해 발언들과 맥을 같이하는 꽃뱀서사의 판박이로 큰 충격을 주었다. 안희정의 성폭력이 준엄한 법적 판단을 받았음에도 이토록 무참히 벌어지는 2차 가해 앞에, 피해자는 어떤 삶의 위태로움에 빠지게 될까.
 
이 국면에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조력했던 한국 성폭력 상담소 김혜정 소장이 출연해 성폭력 피해 실태를 보고하고 피해자의 사과 요구를 함께 외치는 모습은, 시민으로서 2차 가해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숙고하게 한다. 인격 살인을 저지르는 악랄한 2차 가해를 목도하면 나의 분노는 화산처럼 터져 나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든다. 나의 분노는 어쩔 수 없이 당사자가 아님으로써 벌일 수 있는 거리감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분노는 활활 타오르는 화형장의 불길처럼 사납게 일어 번번이 자신을 태울 것이다. 그 격차를 겸허히 깨닫는다.
 
또한 <권손징악>은 '이대남'의 환심을 사려는 대선 후보들의 반 성 평등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돕기 위해, <한국, 남자>의 저자인 최태섭 연구자를 초대했다. 오랜 시간 청년과 남자를 연구해온 저자에게 '이대남'으로 표상되는 청년은 누구인지, 그 내부의 차이는 얼마나 현격한지, 게임 산업과 연결된 공정성 논리와 반 페미니즘 정서는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듣는다. 저자와 함께 '이대남' 정책이 발원했을 근원을 추적해 보는 방식은, 정책 홍보와 다름없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편향적인 대선 정보 전달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바로 이런 방식이 이 방송만의 탁월함과 고유함이다.
 
손희정의 '시덕브리핑'은 물론이고, 권김현영의 '엑스언니 정치사' 코너도 매우 인상적이다. 여성(소수자, 약자) 정책이 보이지 않는 대선 정국에서 때때로 여성(소수자, 약자)은 소외감을 느낀다. 이럴 때 힘이 되는 건, 진행자 신필규의 말처럼, 각자 옆에 있는 페미니스트 동료겠지만(있다면 다행이고), 여성 역사의 한 획을 굵직하게 그었던 여성 정치가(임영신, 박순천)의 활약상을 확인하는 것도 굉장한 강장제가 된다.

여성을 배제했던 암울한 역사에도 페미니스트는 우뚝했고, 이들은 험난한 백래시의 가시밭길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해 왔다. 이 엄연한 역사 앞에서, 페미니스트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각성한 자로 페미니스트 대열에 서 있고, 서 있어야 한다는 역사적 자각, 이를 통해 깊은 위로와 끈질긴 연대감이 전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번 대선처럼 혼란스런 대선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혐오로 정책을 세우는 혼탁한 정국에 <권손징악>처럼 대선 정책의 허와 실을 명징하게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떤 대통령과 정책이 필요한지를 숙고하게 만드는 방송은 매우 유익하고 가치 있다. 함께 하기를 제안한다. 영리한 선택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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