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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뭐라고 번역하시나요? 우린 '성평등주의'로 읽습니다. 성별로 인한 차별을 없애자는 얘기죠(오바마도 페미니스트라네요!). 페미니즘이 오해받는 한국, 그 안에서 페미니스트로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 2주마다 한번씩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대와 성장을 꾀해봅니다.[편집자말]
현실이 절망스럽기만 한 당신에게, 혜미가 드립니다

(* 아래 오디오 버튼을 누르시면 편지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지낭독 서비스는 오마이뉴스 페이지에서만 가능합니다.)

당신 곁의 페미니즘 · '여성 청년들은 어디 있느냐'라는, 게으른 질문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2022년 첫 달이 훌쩍 지났네요. 성애님이 지난 편지에서 쓴 '부끄러운 고백' 부분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부끄러워 해야 할 건 오히려 법을 어기는 정치인들 아닌가' 하는 생각요. 유권자라면 누구나 더 나은 정치, 더 좋은 민주주의를 바라게 마련이고, 지지하는 정치인·정당이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요.

최근 저를 동요하게 만든 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오마이뉴스> 인터뷰였어요. 이 대표는 "20대 여성이 어젠다를 형성하는 데 뒤처지고 있다"며 "담론이 추상적이라 정치권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더라고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이 해결은 않고 평가만 내리는 건데, 이건 '직업 정치인'으로서 직무유기 아닌가요. 20대 여성을 정치적 권리가 없는 '무권자'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에게 되묻고 싶어집니다. 여성·청소년 성 착취로 논란이 된 'n번방'을 막기 위해 여자들이 거리 시위에 나서고, 국회에 입법청원을 하는 동안 당신은 뭘 했느냐고요. 강력범죄 피해자 2만5000여 명 중 약 90%가 '여성'인 사회(*2011~2020년 10년간 통계·출처 뉴스톱), 꾸준히 생기는 교제살인 현실을 왜 한 치도 변화시키지 못 했냐고요.

성범죄를 줄이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거죠. 오히려 'n번방 방지법은 사전검열법'이라는 근거없는 주장만 했었잖아요. 

윤석열의 일곱 글자 구호, 이재명의 출연 취소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 회원들이 2020년 3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른바 'n번방'을 드나들었던 회원 숫자는 26만 명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 회원들이 2020년 3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른바 "n번방"을 드나들었던 회원 숫자는 26만 명으로 추정된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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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준석 대표만 저런 건 아닌 듯해요. 정치권의 '이대남 눈치보기'는 여야 할 것 없이 현재진행형이니까요. 정치인들이 시민 의견을 듣는 건 당연하겠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란 일곱 글자만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건 '선동'에 가까운 것 아닌가요. 

백 번 양보해 그런 주장을 한다 치더라도, 내용도 없이 유권자를 '낚시질' 하는 모습은 지켜보기 괴롭습니다. 저는 그런 대통령 후보가 있는 사회에 절망을 느껴요. 

얼마 전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 반발을 시작으로 특정매체들 출연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죠. 해당 방송사 노조는 "예정됐던 출연을 보류한 이 후보에게 유감을 표명한다. (후보 측은) 오해에 휘둘리기 전에 씨리얼 콘텐츠부터 정주행해달라"고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반면 '닷페이스'와는 취소를 번복한 뒤 인터뷰했다지만, 다행인지는 모르겠어요. 해당 매체 노동자들에게 쏟아진 악플 등 사이버 불링은 이미 심각했거든요.
 
1월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방송 화면
 1월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방송 화면
ⓒ 닷페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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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보도에 따르면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이 단체대화방에서 '닷페이스에 출연하면 2030 여성표가 나오느냐'고 물었다죠? 갈팡질팡, '갈 지(之) 자'로 걸으면서도 여성들 표는 챙기려는 의도도 웃기지만, 5000만 국민을 대표하게 될 대통령 후보에게 '거긴 표가 안 되니까' 출연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좀 안타깝습니다. 그런 사람을 측근으로 둔 이재명 후보도요.

정치권 일각에선 '여성 청년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려요. 하지만 아시나요? 직전 선거인 19대 대선에서 20대 여성 투표율이 20대 남성보다 높았다는 걸요. 25세~29세 여성의 투표율은 79.0%로 같은 나이 남성보다 확연히 높았습니다(25~29세 남성은 71.1%). 이쯤 되면 2030 여성이 안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안 보는 게 아닐까요. 제 주변의 여성들은 말합니다, 우리를 대변할 정치인과 정당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지난 2017년 5월 실시된 19대 대통령 선거 성별 연령대별 투표율(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2017년 5월 실시된 19대 대통령 선거 성별 연령대별 투표율(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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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이 드러난 게 지난 서울시장 선거였다고 생각해요. 당시 지상파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18·19세 포함 20대 여성의 15.1%가 거대 양당이 아닌 제3 후보에 투표했다고 답했거든요(전체 평균에 비해 5%P가량, 같은 연령대보단 3배 높은 비율이었습니다).

20대 여성 유권자들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권이 누구의 손을 잡았고, 누구 손을 놓치고 있는지를요.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분노로 나아가기

저는 지난해 동안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책 읽기 모임을 친구들과 했었는데, 책 <타인에 대한 연민>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해요.

"대중의 분노는 부당함에 대한 정당한 반응일 경우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만, 타인의 고통이 집단 혹은 국가적 문제의 해결책이라도 되는 듯 불타는 보복 욕구를 포함하기도 한다." (97쪽)

누스바움은 운동과 정치의 영역에서 '분노'가 전부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하지만, 저는 최근 여성들의 분노가 부당함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이들의 연대는 여성에서만 끝나지 않고 다른 소수자들과도 함께 가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가 안타깝고요.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 Adam Singsinthe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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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바움은 또 말합니다. "희망은 무기력해선 안 되고, 무기력할 수도 없다."(251쪽) 마치 우리가 더 나은 정치와 민주주의를 바란다면 무기력해선 안 되고, 변화를 실천하려면 무기력할 수도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저희 모임에선 2021년 마무리겸 누스바움에게 메일을 보냈었는데요. 답장에서 누스바움은 썼습니다. 얼마 전 자신의 딸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 딸의 관심사였던 '동물권'에 대한 책을 자신이 최근 펴냈다고요(누스바움의 딸은 사망 전 국제비영리단체인 '동물의 친구들 Friends of Animals' 변호사였다고 해요). 개인적 아픔을 딛고 계속 희망하는 사람들, 그 덕에 이 땅이 더 살기 좋아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뚜벅뚜벅 가야 하지 않을까요. 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현실은 암울하더라도... 손잡고 함께 걷기로 해요.

▲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당신께, 마사 누스바움 <타인에 대한 연민> "희망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늘 선택의 문제다". 

2022년 2월 2일
희망을 택하는 당신 곁에 서며, 혜미 드림.

[관련 기사] 
"우린 유권자로 보이지 않나요?" 20대 여성들의 반문 http://omn.kr/1wyz3 
<추적단 불꽃>의 '불', 민주당 선대위 합류 http://omn.kr/1x27z

* 혜미와 성애가 2주에 한 번씩 주고받으며, 격주 금요일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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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는 추후 개인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김혜미>
연재는 처음이라. 마포에 살고, 녹색 정치를 하며, 사회 정책에 관심있게 움직이는 사람. 셰어하우스에 살며 분리수거를 잘 하고싶은 페미니스트. 삶과 이상을 잇고-짓고 싶은 사회복지사. 날기싫은 비행기와 춤추고 싶은 멋쟁이 토마토를 간신히 연주할 수 있는 우쿨렐레 초보. 토마토 음식으로 해장하는 사람.

<유성애>
아픈 몸을 사는 사람, 편집노동자. 스스로 장애인-비장애인 경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초반 한 팔 두 다리가 부러졌던 경험이, 의도치 않게 여자로 태어나 살며 겪었던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소외된 사람들 목소리에 마음이 더 기운다. 성평등한 국회, 성평등한 오늘을 꿈꾸는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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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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