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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에 전국의 가톨릭 사제와 신도들이 원주 원동성당에 모여 정부규탄과 지 주교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주여, 이땅에 정의를!", "부정부패 뿌리뽑아 사회정의 이룩하자"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1974년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에 전국의 가톨릭 사제와 신도들이 원주 원동성당에 모여 정부규탄과 지 주교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주여, 이땅에 정의를!", "부정부패 뿌리뽑아 사회정의 이룩하자"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 지학순정의평화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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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가톨릭정의구현사제단, 가톨릭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으로 불리면서 어두운 시절 한 줄기 등불과 같이 우리사회를 비추고 이끌었다. 여기서는 '정의구현사제단' 또는 '사제단'으로 호칭키로 한다. 이 단체의 조직에 깊이 참여한 함세웅 신부의 증언이다.

지학순 주교의 구속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학생, 지성인, 종교인들이 투옥되고 있는 현실은 교회의 적극적인 발언을 필요로 한다는데 각 교구 사제들의 의견이 일치된 것은 당연한 추세였고, 서울대교구 제3연령 사제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 대전교구 기도회(8. 5), 인천교구 기도회(8.26), 사제단이 중심이 되어 지학순 주교의 옥중 메시지가 공개적으로 공표된 명동성당 기도회(9.11, 9.22)를 거쳐 논의가 깊어가다가, 보다 집중적인 토의를 위해 원주에서 모임을 가졌다(9. 23). 이 모임에는 300여 명의 신부가 참석하였고, 여기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라는 명칭의 사제단 결성을 합의하였다.

이 모임이 끝난 뒤에 있은 9월 24일의 원주 원동성당에서의 기도회에는 약 1천 5백여 명의 신자가 참석하였는데, 기도회가 끝난 후 1천여 명의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신자들이 가두시위에 나섰다. 이로부터 이틀 뒤에 명동성당에서 '순교찬미 기도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사제단은 이 기도회를 '조국을 위하여, 정의와 민주 회복을 위하여, 옥중에 계신 지 주교님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이 기도회를 바친다'고 하여 사제단의 활동이나 그 기도회가 단순히 지학순 주교의 석방이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사회현실에 대한 통렬한 대응과 투신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에서 함세웅 신부가 유신체제에 대해 강론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에서 함세웅 신부가 유신체제에 대해 강론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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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독기서린 유신시대와 전두환의 광기어린 5공시대에 수많은 민주 단체가 조직되어 활동하였고, 그 결과 오늘의 민주시대를 여는데 기여하였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새로운 단체에 바통을 넘겼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유신이 몰락한 후 신군부의 광주학살 진상발표, 1987년 5월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수사조작 폭로, 이명박 정권기 삼성비자금사건 폭로와 2009년 용산철거민 참사 시국미사, 제주 강정마을ㆍ밀양 송전탑 해고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지원, 박근혜 정부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국정원의 여론조작을 비판하는 시국미사,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광화문 단식기도회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이어졌다.
 
1974년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에 전국의 가톨릭 사제와 신도들이 원주 원동성당에 모여 정부규탄과 지 주교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민주 헌정 회복하라"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1974년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에 전국의 가톨릭 사제와 신도들이 원주 원동성당에 모여 정부규탄과 지 주교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민주 헌정 회복하라"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 지학순정의평화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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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에서 명칭에 '정의'를 내세운 것은 이 단체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1970년대 한국사회는 그만큼 '불의'가 지배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유신체제 자체, 그 체제의 중심 인물들이 불의한 무리들이었다. 반헌법ㆍ반민주ㆍ반민족의 복합구조였다. 기독교(천주교)는 본질적으로 정의의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이다. 신구교가 다르지 않다.

△ 정의는 평화를 가져오고 법은 영원한 태평성대를 이루리라. - <구약성서> 이사야 32:17.

△ 정의를 굳게 지키면 생명에 이르지만 악한 일을 좇으면 죽음을 불러들인다. - <구약성서> 잠언 11:19.

△ 어느 민족이나 정의를 받들면 높아지고 어느 나라나 죄를 지으면 수치를 당한다. - <구약성서> 잠언 14:34.

△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신약성서> 마태복음 5:10.
원동성당 역사기념실에 게시된 원동성당의 인권운동, 민주화운동의 역사.
 원동성당 역사기념실에 게시된 원동성당의 인권운동, 민주화운동의 역사.
ⓒ 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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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의 결성을 주도하고 대변인을 맡아 유신정권에 치명타를 날렸던 함세웅 신부가 명칭에 굳이 '정의'를 넣게 된 배경의 설명이다.  
   
정의라고 꼭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는 신학적으로 크게 공감했어요. 왜냐하면 정의가 하느님의 대표적 속성이거든요. 사랑의 하느님도 정의의 하느님에 내포된 것이에요. 정의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선과 악을 판단하시고, 구원을 주시고, 그에 따라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정의구현'을 선택했습니다. 저녁에 지학순 주교님의 성당에서 기도하고 서약서 돌려놓고 진지하게 의식을 치렀어요.

저녁 미사를 원주의 원동성당에서 봉헌하고 있는데 원동성당 교우들이 꼭 데모를 해야 한다고 그래요. 왜냐하면 9월 26일에 서울에서 선언하기로 했거든요. 사제단 결성을 정식 선언하기 전에 원주에서 전 단계로 데모하고 가야 한다는 거지요. 원주에서 경찰을 밀어내고 우리가 세상으로 처음 나가봤어요.


주석
3> 함세웅, <멍에와 십자가>, 197~198쪽, 빛두레, 1993.
4> 함세웅 신부의 시대증언, <이땅에 정의를>(한인섭 대담), 77쪽, 창비, 2018.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주의,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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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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