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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에서 지내는 제사상.
 큰집에서 지내는 제사상.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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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설날이다. 나는 명절이 오기 전날은 빼놓지 않고 큰집을 갔었다. 무려 오십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을 그렇게 살아왔다.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을까? 내가 생각해도 의아스럽다. 우리 시댁은 종갓집이다. 1년이면 제사를 지내야 할 사람이 11분이나 되었다.

여지껏 그 제사를 다 지내고 살아왔다. 이건, 뭐 며느리들은 제사 지내다가 세월 다 가고 마는 일이다. 제사가 돌아올 때마다 정신적으로 느끼는 부담은 말할 것도 없이 크다. 나는 그래도 내 집이 아닌 큰집을 다니면서 일은 해왔기 때문에 부담은 덜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큰며느리인 형님은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면 왜 제사를 그렇게 지내는 걸 당연하게 알고 살아왔을까? 생각할수록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십여 년 전부터는 가까운 사람은 한데 묶어 다섯 번으로 줄였다. 그래도 양 명절 합하면 일곱 번은 제사를 지내야 일년이 지나간다. 일곱 번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시댁은 그렇게 지내면서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갹해 왔다.

지난 2년 전부터 코로나가 오면서 시댁 제사는 대 혁명이 일어난 거나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 삼 형제가 모이질 않고 큰댁 혼자서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왔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적응이 안 되고 많이 허전하고 섭섭했었다. 결혼하고 아이들 기르면서 큰집 제사 다니는 것이 많이 힘들었지만 차차 적응이 되고 제사 때 형제들 만나는 것이 재미있었다. 제삿날만 되면 서로 만나 정도 나누고 일도 손에 익어 할 만했다. 

세월이 가고 세상도 변했다. 아니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우리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가 오면서 큰집 형님도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사 지내는 일에서 손을 놓았다. 아니 제사뿐이 아니라 살림에서 손을 놓은 것이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아프다. 우리 몸에 오는 생로 병사는 누가 막을 수 없는 인간 삶의 진리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음으로 참 안타깝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살아왔으니 안 아프면 정상이 아니다. 형님의 아픈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힘들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해서 사람이 달나라까지 다녀오는 놀라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오랜 전통이라는 명분 아래 여자들 삶은 일손을 멈추지 못했다. 명절만 오면은 명절 증후군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가정 불화까지 겪어내야만 하는 일이 언론에 많이 나온다.

코로나가 오면서 명절이면 큰집을 가지 않은지 2년째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 위력 앞에서는 우리 집 남자들도 꼼짝을 못 하고 나라에서 전하는 방역지침을 따르면서 제사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올해도 여전히 여섯 사람뿐이 모일 수 없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큰댁에서 삼형제의 자녀들까지 모두 모인다. 사촌인 자녀들까지 모이면 거의 이십명 가까운 사람이 제사하고 세배하고 산소에 다녀오고. 그런 모습이 시댁 명절 풍경이었다. 코로나가 오고서 이제는 달라졌다. 모두가 각자 집에서 명절을 맞이하고 산소도 각자 다녀온다. 처음에 그런 모습이 정이 없고 허전하고 이상했다. 거의 울고 싶은 정도로 쓸쓸한 명절에 적응이 안 됐다.

참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는 적응력이 이처럼 빨랐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년쯤 이렇게 지내보니 번거롭지 않고 한가로움에 금방 적응이 된다. 만약에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라고 하면 잘 적응을 할까?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첫째는 우리 대까지 지내던 제사 문화도 바뀌고 다음 세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간결하게 살아갈 것 같다. 사실은 그래야 맞다. 

지금 살아가는 젊은 세대는 바쁘다. 우리와는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을 삶을 살아갈 뿐 변화하는 세상의 물결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우리는 조용히 삶의 뒤안길로 물러나 있을 세대다. 젊은 사람들의 삶을 응원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 집 자녀들도 함께 모일 수 없어 명절 전에 나누어 다녀갔다. 그렇게라도 만나지 못하면 가족이라는 개념도 무너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 나이 든 세대다. 세상의 변화의 물결에 따라 조용히 나머지 삶을 살아낼 것이다. 코로나가 아닌 오미크론이 빨리 물러가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기자의 브런치에 시립니다.


태그:#명절,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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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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