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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작가 허종은 화백이 현재 작업 중인 민화 호랑이 80호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민화 작가 허종은 화백이 현재 작업 중인 민화 호랑이 80호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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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할머니예요, 아이들 다 키워 놓고 초야에 묻혀서 사는..."

자신을 직접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돌아온 허종은 화백의 첫마디다. 민화 작가 허종은 화백, 올해 74세. 은은한 백발이 곱다. 인생 2막, 이제 할 일이 없으니까 평소 때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며 산다고 했다. 지난 1월 27일 화백의 화실을 찾았다. 향일암으로 유명한 여수 돌산도 임포마을 바닷가다.

40대 후반 늦깎이 입문, 독자적인 그림 세계 구축

허종은 화백은 민화 호랑이 작품 작업 중이었다. 80호 대작이다. 꽃 그림도 물론 좋다곤 하지만 호랑이에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좋은 거를 왜 좋을까 하고 굳이 따져 묻는다면" 그 이유를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단다. 하긴 어느 누가 우리에게 왜 사느냐 묻거든 그냥 웃는 게 인생이다.

조선시대 민화에는 특유의 익살과 해학이, 자유분방함과 대담함이 담겨있다. 그러나 허 화백의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한국화의 특성을 은근하게 담고 있다. 형식화된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민화 기법보다는 내 방식대로 그려요. 그렇다고 민화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 완화 작업이라고 그럴까요. 아무튼, 다른 사람들 하고 너무 또 동떨어지면 안 되잖아요"라고 했다.
 
허 화백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는다고 했다.
 허 화백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는다고 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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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화백은 40대 후반 나이에 그림에 입문했다. 사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려움도 많았다. 그림 그리기 시작한 지 28년 여, 하지만 민화를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늦깎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여기는 시골이라 너무 적적한 거예요. 이웃도, 할 일도 없고... 돈 버는 일보다는 예술적인 것을 더 좋아하긴 좋아했어요"라며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0여 점 작품... 자신의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게 꿈

이제 나이는 70대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눈에 안 보이는 그런 것보다는 어떤 가시적인 것이 필요할 나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통해 뭔가를 좀 남기고 싶었다.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란다. "뭔가 남기고 싶다는 그런 욕심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모은 것이 100여 점 되는데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게 꿈이에요."

허 화백의 작품에는 불성이 담겨있다. 호랑이와 연꽃, 관음보살, 절집의 추녀 등이 언뜻언뜻 보인다. 현재 작업 중인 호랑이 작품에도 연꽃과 관음보살이 담겼다.

한 달여 전 시작한 호랑이 작품은 아직 미완성이다. "밑그림에 바탕 색깔만 좀 칠해 놨네요. 이제 눈도 부각시켜야 하고, 수염도 그려야 하고, 털을 일일이 다 세필로 붓질을 해서 털 표현해야 하거든요. 제가 부처님을 좋아해서요. 부처님의 뜻이 밑바탕이 돼 있었거든요."

여수 시내에서 살다가 한적한 바닷가 임포마을이 좋아 이곳에 왔다는 허 화백은 호랑이에게도 불성이 있다고 믿는다. 포효하는 호랑이의 용맹성이 아닌 자비 또한 호랑이를 통해서 느낀다고 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이해하는 자비를 느껴요. 호랑이라고 그래서 꼭 무섭다, 이런 것만은 아니잖아요."

호랑이는 영물이다. 사납고 용맹한 맹수이기도 하지만 민화에서는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때로는 은혜를 아는 선한 동물로 그려지곤 한다.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려면 앞으로도 한 달여를 더 기다려야 한다. "80호 그리려면 두 달은 걸려요, 부지런히 해도."

절집이 좋아서 여수 향일암 근처로 삶의 터전 옮겨

호랑이 그림에 연연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나약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갖지 못한 걸 호랑이를 통해 얻을 수 있다며 속내를 은근 드러내 보였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호랑이가 갖고 있어서, 내 바람이랄까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너무너무 나약해요."
 

생업에 종사하다 28년째 이어지는 작품활동은 그저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아서다. 절집이 좋아서 삶의 터전도 향일암과 가까운 마을로 옮겼다.

"전에 젊었을 때는 저 양반(남편)이랑 같이 시내에서 표구점을 했어요. 이제 부처님 품으로 들어오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시내 화랑을 접고... 그림에 목탁 하나라도, 절집 지붕 추녀 끝이라도 집어넣어야지만 내가 마음이 편해요."
 
완성작 호랑이 작품이다. 허종은 화백은 형식화된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완성작 호랑이 작품이다. 허종은 화백은 형식화된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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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화백의 마음속에는 늘 향일암이 존재하고 있다.

"내 집 마당이 향일암이다, 이렇게 생각하죠. 앞마당에 나가면 종소리도 다 들리고 그러니까."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는다고 했다. 그러한 마음과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화백은 오늘도 붓을 잡는다.

화실을 나서자 임포마을 포구가 바로 앞이다. 대숲 사이로 가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인다. 어디선가 절집의 그윽한 향냄새와 목탁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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