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너 어디에 사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곳은 미국 서부의 작은 도시 샌타클라라(Santa Clara)입니다. 샌타클라라의 인지도가 낮다보니 편의상 실리콘밸리라고 얼버무립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세계 기술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는 분명 행정구역이 아니니까요.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의 기원은 샌타클라라 구릉지대(Valley)를 중심으로 모여든 반도체 회사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0년 1월 11일 월요일, 돈 호플러의 시리즈 기사가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전자뉴스(Electronic News) 신문에 처음 실린 '실리콘밸리'라는 표현은 이후 50년 넘게 혁신, 기술, 창업을 대변하는 단어로 우뚝 섰습니다. 당시 돈 호플러는 이만한 파급력을 예상했을까요?
 1970년 1월 11일 월요일, 돈 호플러의 시리즈 기사가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전자뉴스(Electronic News) 신문에 처음 실린 "실리콘밸리"라는 표현은 이후 50년 넘게 혁신, 기술, 창업을 대변하는 단어로 우뚝 섰습니다. 당시 돈 호플러는 이만한 파급력을 예상했을까요?
ⓒ Computer History Museum

관련사진보기

1970년 1월 11일, 저널리스트 돈 호플러(Don Hoefler)는 샌프란시스코만을 둘러싼 지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산업을 다루는 첫 번째 시리즈 기사를 전자뉴스(Electronic News) 1면에 싣습니다. 기사 제목은 '미합중국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U.S.A.)'입니다. 샌타클라라 밸리에 자리잡은 반도체 회사들을 가리키는 별칭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물질 '규소(Silicon)'를 재치있게 갖다붙인 것이지요.

50년이 지난 지금 실리콘밸리는 혁신, 기술, 창업의 세계 중심으로 우뚝 섰습니다. 돈 호플러는 1986년에 사망했습니다. 그는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이 갖는 파급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습니다. 돈 호플러가 하늘에서 샌타클라라 밸리를 내려다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세상을 바꾸려는 온갖 괴짜들이 모여있다는 실리콘밸리에서 생활한 지도 만 1년이 지났습니다. 365일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려 미국 땅을 처음 밟을 때가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와 외국을 번갈아 가면서 근무해야 하는 회사 특성상 세계 곳곳을 많이 다녔다고 자부하지만 이상하게도 미국에는 올 기회가 없었습니다.

미국과 각을 세우는 이란에서 오랜 시간 거주한 탓에 초강대국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왕 미국에서 생활하기로 결심했으면 세계의 미래를 이끄는 지역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실리콘밸리를 혁신의 중심으로 만드는지, 창업가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지, 안주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엿보고 싶었습니다.
 
평온한 샌타클라라 밸리의 모습입니다. 멀리 보이는 완만한 산 밑으로 반도체회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1970년 돈 호플러의 기사 이후, 이 곳은 샌타클라라라는 이름이 아닌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평온한 샌타클라라 밸리의 모습입니다. 멀리 보이는 완만한 산 밑으로 반도체회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1970년 돈 호플러의 기사 이후, 이 곳은 샌타클라라라는 이름이 아닌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 김욱진

관련사진보기

 
실리콘밸리는 이과생들의 천국이더군요. 거칠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에 살면서 제가 거친 여러 준거집단의 중심은 분명 문과였습니다. 한국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이란에서 이란학을 공부한 사람이 실리콘밸리에서 설 자리는 좁았습니다. 엔지니어가 중심인 세상에서 말과 글과 경험으로 먹고 살아온 제 삶은 변변치 않아 보였습니다.

위축됐던 게 사실입니다. 문과생인 제가 그동안 관념 속에서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는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시간은 하릴없이 흘러갔고 저는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현재 저의 무대가 실리콘밸리라면 여기서 제가 누빌 현장이 절실했습니다. 집과 사무실에 갇혀있기보다는 밖에 나가 현장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걷기 시작하고 2시간 만에 마주친 메시지입니다. 샌타클라라밸리교통국(VTA, Valley Transportation Authority) 안내판에 누군가가 스티커를 붙여놓았더군요. 그림에는 F**k Being Popular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유명해지는 것? *까!"정도가 될까요? 이름을 날리는 게 지상최대 과제인 요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 거리에서 마주친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 공유하겠습니다.
 걷기 시작하고 2시간 만에 마주친 메시지입니다. 샌타클라라밸리교통국(VTA, Valley Transportation Authority) 안내판에 누군가가 스티커를 붙여놓았더군요. 그림에는 F**k Being Popular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유명해지는 것? *까!"정도가 될까요? 이름을 날리는 게 지상최대 과제인 요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 거리에서 마주친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 공유하겠습니다.
ⓒ 김욱진

관련사진보기

 
이럴 때 제가 찾는 방법은 걷기입니다. 대학생 시절 한달 동안 스페인 산티아고(Santiago)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이란 생활이 녹록지 않을 때는 휴가를 내고 아일랜드로 넘어가 일주일 동안 위클로(Wicklow) 길을 걸었습니다. 코로나19로 마음이 답답해지자 집과 회사를 오가는 편도 10킬로미터 길을 순례의 현장으로 만들었습니다.

49일이 걸린 일상생활의 혁명을 기록으로 남겨 <일상이 산티아고>라는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이처럼 걷기는 제가 난관을 만날 때마다 해결의 실마리가 됐습니다. 1년 동안 기대만큼 풀리지 않던 실리콘밸리 생활에서도 저는 걷기를 돌파구로 삼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문과생의 관념에 빠져서 실리콘밸리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때마다 부끄러움이 앞섰습니다. '나는 실리콘밸리를 알고 있는가?' 자문할 때마다 떳떳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실리콘밸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인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지리적으로 실리콘밸리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좁게 보면 샌프란시스코만(San Francisco Bay)을 둘러싼 지역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실리콘밸리를 일컫는 지리적 개념은 샌프란시스코만을 베이에어리어(Bay Area)입니다. 베이에어리어는 약 100마일입니다. 100마일은 160킬로미터쯤 됩니다. 하루에 25마일, 즉 40킬로미터씩 걸으면 4일이 걸립니다.
 일반적으로 실리콘밸리를 일컫는 지리적 개념은 샌프란시스코만을 베이에어리어(Bay Area)입니다. 베이에어리어는 약 100마일입니다. 100마일은 160킬로미터쯤 됩니다. 하루에 25마일, 즉 40킬로미터씩 걸으면 4일이 걸립니다.
ⓒ 김욱진

관련사진보기

 
현지인들은 주로 베이에어리어(Bay Area)로 부르지요. 이 베이에어리어를 걸으며 실리콘밸리를 관념이 아닌 현장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거나 자전거로 돌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만큼 실리콘밸리가 제 몸과 마음에 깊이 각인될 테니까요. 지난 1월 18일부터 하루 25마일, 약 40킬로씩 걷는 일정이 일주일간 지속됐습니다. 앞으로 주 1회씩 걸어서 만난 실리콘밸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21년 2월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와 <일상이 산티아고>를 썼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자기혁명을 시도합니다. 걷고, 읽고, 쓰고, 생각하기를 좋아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