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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시청 청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심 후보는 이날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강력한 처분을 촉구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시청 청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심 후보는 이날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강력한 처분을 촉구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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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났다. 이유는 하나였다. 광주 아이파크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행정처분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영업정지와 등록말소에 관한 행정처분권을 오세훈 시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 후보는 이날 "현대산업개발은 불과 6개월 전에 9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였는데, 지금 또 다시 6명의 노동자들이 실종된 상태"라며 "지난 3년간 같은 붕괴 사고가 33건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현대산업개발 건설 현장이다"라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현대산업개발처럼 사람잡는 기업을..." 심상정, 오세훈 찾아간 까닭).

또한 "광주 학동 참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광주 동구청이 지금 8개월 영업정지를 요청해왔다고 하는데, 기가 막힌다"며 "어떻게 9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인 기업에 8개월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무책임한 정치권이나 행정부의 조치들이 이렇게 무고한 시민을 계속 죽이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신속하고 엄정한 행정처분을 촉구했다.

오세훈 시장은 심 후보의 지적과 문제의식에 100%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문제점을 다 아는 오세훈

필자 역시 이날 면담에 함께했는데, 같은 자리에서 오 시장의 답변을 들으면서 그가 누구보다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 시장은 우선 이 자리에서, 서울시도 빠르고 엄정하게 결론을 내리고 싶지만 제도적 문제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의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처분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지만 조사권은 국토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는 국토부의 조사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에 등록된 건설회사이지만, 광주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그 탓에 서울시가 직접 조사를 하지 못하는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둘째,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규정이 행정처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건산법 제83조는 '부실시공으로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같은 법 시행령 제80조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해 공중의 위험을 발생한 경우' 영업정지 기간을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셋째, 기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부실시공에 대한 처분은 '사법기관 판결에 의거해 처분'을 해온 관례가 있고, 따라서 재판을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처분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도적인 한계가 있고 고쳐야할 부분이 많다는 토로를 한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사람은 계속 죽어가는데... 정치는 무엇을 해야할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4월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4월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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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오세훈 시장의 지적대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신속한 행정처분을 위해서는 국토부의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유일한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현재의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빠른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달라 요청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상 등록 말소도 가능하지만 시행령은 영업정지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개정할 수 있도록 요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으로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오 시장이 지적했듯이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조사권과 처분권이 분리되어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업이 소송을 진행하면 그것을 기다렸다가 행정처분에 하세월인 관행이 이어져왔다.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제도적인 보완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이준석 당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을 만나 국민의힘이 관련법 개정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이번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참사 현장을 방문해서 같은 인명사고를 반복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등록말소' 등 강력한 행정적 제제가 가해져야 한다고 밝힌 만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법률개정에 나서는 것은 이해충돌 없이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나서야 하는 이유
 
지난 11일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이 붕괴됐다. 사진은 13일 오후 건물 외부에 붕괴 잔해가 쌓여 있는 모습.
 지난 11일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이 붕괴됐다. 사진은 13일 오후 건물 외부에 붕괴 잔해가 쌓여 있는 모습.
ⓒ 광주시 서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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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나서야 하는 이유는 현대산업개발의 오만한 행보 때문이다. 지난 17일 정몽규 회장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하면서도, '광주 화정동 사고 아파트의 완전 철거와 재시공,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오만한 발언을 했다. 끔찍한 참사를 두 번이나 일으키고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기업의 총수가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관련 기사: 사퇴한 정몽규 HDC 회장 "화정아이파크 광주 랜드마크 만드는 것이 사죄").

게다가 사고현장과 구조현장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역할은 보이지 않고, 광주 소방공무원들과 행정 공무원들만 손을 쓰지 못한 채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실종자 수색과 사고현장 수습이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조차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몽규 회장은 무책임하게 직에서 사퇴하고 랜드마크 운운할 것이 아니라, 당장 사고현장에 상황실을 차리고 본인이 직접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실종자 수색에 나서야 한다. 사고현장의 온전한 수습과 처리에 현대산업개발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2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1차 시공사 합동 설명회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영업정지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면서 적극적인 수주활동에 나선 것이 확인됐다.

현대산업개발의 안하무인식 뻔뻔한 행태가 가능한 이유는 그동안 사람 잡는 기업에게 계속 건설업을 가능하게 해주고, 조사와 처분에 오랜 시간이 걸려왔던 관행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1000만 서울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 지금이 오세훈의 정치가 필요한 시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스피드 재건축·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서울시에는 수많은 건설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 십수 년 간 서울의 곳곳에서 다양한 규모의 건설 사업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처분은 서울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엄정한 기준을 세울 때 광주 화정동 참사 같은 후진적인 건설현장 부실공사와 인명사고는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천만 서울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정의당 서울시당이 지난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 등록말소 촉구 서한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의당 서울시당이 지난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 등록말소 촉구 서한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정의당 서울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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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필요한 시간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고 국민의 상식에 맞게 적극적으로 나서는가에 따라 제도와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를 비롯한 사람들이 오세훈 시장을 찾아가고 그를 바라보는 이유는, 그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서울'을 운영신조로 내세우는 오세훈 시장이 반칙을 일삼는 기업에 대해서 철퇴를 내리는 것으로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길 바란다. 이는 진영을 넘어 대한민국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새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기회이다. 바로 지금이 오세훈의 정치가 필요한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재민씨는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언론사에도 송고되며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hcry99)에도 실립니다.


태그:#오세훈, #현대산업개발, #등록말소, #심상정, #광주화정동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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