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파스 아버지의 코칭 소리 안 들려요?" 

2세트 아홉 번째 게임을 끝내고 잠시 쉬기 위해 벤치에 앉은 메드베데프는 체어 엄파이어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항의했다. 지난 해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도 화장실 코칭 논란이 터져나왔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의 아버지 겸 코치 아포스톨로스 문제가 이번에는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테니스는 다른 종목과 달리 코칭 스태프가 게임 중 육성 등으로 지시, 조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 남자테니스 세계 랭킹 4위이자 지난 해 롤랑 가로스 결승까지 올라온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게임 도중 코치이자 아버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선수다. 결국 이번 준결승전도 다닐 메드베데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해 US 오픈 우승자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세계 랭킹 2위)가 한국 시각으로 28일(금) 밤 호주 멜버른 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2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4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를 2시간 30분만에 3-1[7-6, 4-6, 6-4, 6-1]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계랭킹 5위)을 만나게 됐다.

치치파스 아버지 '아포스톨로스', 마스크 쓰고 코칭

라파엘 나달이 먼저 결승에 오른 뒤 두 번째로 열린 준결승전 첫 세트는 예상대로 팽팽하게 시작했다. 첫 세트 타이 브레이크가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4-1로 앞서 나가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다닐 메드베데프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기막힌 포핸드 다운 더 라인 패싱샷을 휘두르고는 4-4까지 따라붙었다. 이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6-5 세트 포인트 기회를 만들고 치치파스의 스트로크 실수를 이끌어내며 47분만에 첫 세트를 끝냈다. 이 타이 브레이크 대응 상황만으로도 두 선수의 차이가 보였다.

하지만 두 번째 세트에서 변수가 나타났다. 중요한 순간마다 다닐 메드베데프 귀에 거슬릴 정도로 그리스어가 들린 것이다. 평정심을 잃은 메드베데프는 2세트 아홉 번째 게임을 더블 폴트로 내준 뒤 벤치에 앉아 체어 엄파이어를 올려다보며 치치파스 아버지의 불법 코칭을 강하게 따져물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경고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2세트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가 가져갔다. 심리적으로 크게 화난 다닐 메드베데프의 포핸드 크로스가 왼쪽 옆줄 밖에 떨어지며 6-4 세트 스코어가 찍혔다. 이러한 상황을 처음 알게된 다닐 메드베데프가 아니었기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3세트를 따낼 수 있었다. 열 번째 게임에서 네트를 살짝 넘어서 왼쪽 옆줄 안쪽에 떨어지는 기막힌 드롭샷으로 승기를 잡은 다닐 메드베데프였다. 그리고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겸 세트 포인트 기회를 잡아낸 뒤 시원한 네트 앞 스매싱으로 3세트를 끝냈다.

이어진 4세트에서는 세 번째 게임이 시작할 때 체어 엄파이어가 더는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노골적인 육성 코칭을 받은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에게 경고를 주기도 했다. 이후 거짓말처럼 다닐 메드베데프는 압도적인 코트 커버 실력을 뽐내며 결승으로 올라섰다. 마지막 게임이 된 4세트 일곱 번째 게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의 놀라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은 치치파스가 알고도 따라갈 수 없었다. 다닐 메드베데프가 한 게임 안에서 무려 세 포인트를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따낸 것이다.

이 대회 2년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한 다닐 메드베데프는 그랜드 슬램 남자단식 21번째 타이틀을 노리는 강자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계랭킹 5위)과 일요일 밤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만나게 됐다.

2022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자단식 준결승 결과
(1월 28일(금), 로드 레이버 아레나 - 멜버른 파크)

다닐 메드베데프 3-1(7-6TB7-5, 4-6, 6-4, 6-1)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메드베데프 13개, 치치파스 5개
더블 폴트 : 메드베데프 4개, 치치파스 1개
첫 서브 성공률 : 메드베데프 71%(71/100), 치치파스 69%(83/120)
첫 서브 득점률 : 메드베데프 86%(61/71), 치치파스 67%(56/83)
세컨드 서브 득점률 : 메드베데프 72%(21/29), 치치파스 62%(23/37)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메드베데프 68%(13/19), 치치파스 67%(29/43)
리시빙 포인트 득점 : 메드베데프 33%(40/120), 치치파스 14%(14/100)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메드베데프 33%(4/12), 치치파스 50%(2/4)
위너 : 메드베데프 39개, 치치파스 35개
언포스드 에러 : 메드베데프 28개, 치치파스 32개
서브 최고 속도 : 메드베데프 213km/h, 치치파스 215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메드베데프 198km/h, 치치파스 196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메드베데프 150km/h, 치치파스 152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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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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